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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육(肉/月)
고기에 힘줄이 있는 모습
고기 육(肉/月)자는 잘라 놓은 고기에 힘줄이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고기 육(肉/月)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비롯한 신체 부위를 일컫는 대부분의 글자에 들어갑니다. 심지어 뼈를 나타내는 벼 골(骨)자에도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갑니다.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가지 않는 몸 부위는 주로 머리에 있는 부위입니다. 머리 혈(頁), 눈 목(目), 코 비(鼻), 귀 이(耳), 입 구(口)자가 그러한 예입니다. 장기 중에서는 유일하게 심장(心臟)만 고기 육(肉)자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마음 심(心)자로 알려져 있는 이 글자는 심장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고기 육(肉)자의 간략형은 달 월(月)자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이 글자를 육달월이라고 부르는데, 육달월(肉달月)은 '고기 육(肉)자로 사용되는 달 월(月)자'라는 뜻입니다. 고기 육(月)자와 달 월(月)자는 모양이 똑같아 혼동할 수 있는데, 고기 육(月)자는 글자 왼쪽(肝, 肛, 腸, 腦)이나 아래쪽(胃, 育, 脊, 肩)에 들어가고, 달 월(月)자는 글자 오른쪽(朔, 望, 期, 朝)에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턱밑살 호(胡)자는 고기 육(月)자임에도 오른쪽에 들어갑니다.
- 몸을 이루는 물질
▶ 지(脂:脂:) : 기름 지, 고기 육(肉/月) + [뜻/맛있을 지(旨)]
▶ 골(骨:骨:) : 뼈 골, 고기 육(肉/月) + 살을바를 과(冎)
▶ 근(筋:筋:) : 힘줄 근, 대 죽(竹) + 고기 육(肉/月) + 힘 력(力)
▶ 맥(脈:脈:脉) : 맥/혈관 맥, 고기 육(肉/月) + 물갈래 파(𠂢)
동물의 몸은 고기 외에도 기름, 뼈, 근육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글자에도 모두 고기 육(肉)자가 들어갑니다.
지방(脂肪), 수지(樹脂)에 사용되는 기름 지(脂)자는 '고기(月)에서 맛있는(旨) 부분이 기름이다'는 뜻입니다. 지용성(脂溶性)은 '기름(脂)에 녹는(溶) 성질(性)'이고, 수용성(水溶性)은 '물(水)에 녹는(溶) 성질(性)'입니다.
뼈 골(骨)자에 들어 있는 살을바를 과(冎)자는 살을 바른 뼈의 모습입니다. 몸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갑니다. ‘골수에 사무치다’의 골수(骨髓)는 ‘뼈(骨) 속에 있는 뼈의 골(髓)’입니다.
근육(筋肉), 근력(筋力)에 들어가는 힘줄 근(筋)자는 '힘(力)을 주면 대나무(竹)처럼 딱딱해지는 고기(肉/月)가 힘줄이다'는 의미입니다.
맥 맥(脈)자는 원래 물갈래(𠂢)처럼 갈라져 있는 혈관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혈관(血管)→맥박(脈搏)→기운이나 힘'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 몸의 각 부위
▶ 순(脣:唇:) : 입술 순, 고기 육(肉/月) + [별 진(辰)→순]
▶ 견(肩:肩:) : 어깨 견, 고기 육(肉/月) + 지게문 호(戶)
▶ 흉(胸:胸:) : 가슴 흉, 고기 육(肉/月) + [오랑캐 흉(匈)]
▶ 배(背:背:) : 등 배, 고기 육(肉/月) + [달아날 배(北)]
▶ 복(腹:腹:) : 배 복, 고기 육(肉/月) + [반복할 복(复)]
▶ 협(脅:胁:) : 위협할/옆구리 협, 고기 육(肉/月) + [힘을합할 협(劦)]
▶ 요(腰:腰:) : 허리 요, 고기 육(肉/月) + [중요할/구할 요(要)]
▶ 각(脚:脚:) : 다리 각, 고기 육(肉/月) + [물리칠 각(却)]
몸의 부위 중에서도 머리나 얼굴에 있는 부위는 머리 혈(頁), 얼굴 면(面), 눈 목(目), 코 비(鼻), 귀 이(耳), 입 구(口)자와 같이 상형문자를 가지고 있는데, 입술만 예외입니다. 입술 순(脣)자는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습이 조개(辰)처럼 생겼다'고 해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별 진(辰)자는 조개의 상형입니다. 구순염(口脣炎)은 '입(口)의 입술(脣)에 생기는 염증(炎)'으로, 비타민 B2가 부족하여 생기는 결핍증입니다.
어깨 견(肩)자는 어깨의 모습을 나타내는 지게문 호(戶)자에 고기 육(肉/月)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오십견(五十肩)은 오십(五十) 세 전후에 어깨(肩)에 통증이 나는 병의 일종입니다.
가슴 훙(胸)자에 들어가는 오랑캐 흉(匈)자는 불룩한 배나 가슴의 상형인 쌀 포(勹)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흉할 흉(凶)자가 합쳐진 글자로 원래, 가슴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나중에 오랑캐라는 뜻으로 쓰이면서(아마 오랑캐들이 가슴을 내어 놓고 다녀서 이런 뜻이 생겼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고기 육(肉/月)자가 추가되었습니다. 흉상(胸像)은 '가슴(胸) 형상(像)'이란 뜻인데, 사람의 모습을 가슴까지만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 작품입니다.
[사진] 로마의 황제 시저의 흉상(胸像)
등 배(背)자에 들어가는 달아날 배(北)자는 등지고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등지다→달아나다→패하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패배(敗北)는 '싸움에 패하여(敗) 달아나다(北)'는 뜻입니다. 나중에 달아날 배(北)자는 북녘 북(北)자가 되었는데, 옛날에는 집이나 궁전에서 높은 사람이 남쪽을 향해 앉아서 자연적으로 등이 북쪽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원래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 고기 육(肉/月)자를 추가하여 등 배(背)자가 되었습니다. 배반(背反)은 '등지고(背) 되돌아가다(反)'는 뜻이고, 배경(背景)은 '등(背) 뒤에 있는 경치(景)'입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는 '산(山)을 등지고(背) 물(水)에 임하다(臨)'는 뜻으로, 지세(地勢)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에 면하여 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배 복(腹)자는 '사람이 호흡을 할 때 배가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다(复)'는 뜻입니다. 복부(腹部), 복통(腹痛), 복대(腹帶), 복막염(腹膜炎) 등에 사용됩니다. 복족류(腹足類)는 '배(腹)를 발(足)로 사용하는 무리(類)'로, 달팽이, 전복, 소라, 우렁이와 같이 배를 발로 사용하여 움직이는 동물의 종류(種類)입니다.
[사진] 배를 발로 사용하여 움직이는 복족류(腹足類)의 일종인 달팽이
옆구리 협(脅)자는 '협박할 때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고 해서 '협박(脅迫)한다'는 의미도 생겼습니다.
허리 요(腰)자에 들어가는 중요할 요(要)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허리에 두 손(臼)을 올리고 있는 여자(女)의 모습으로, 원래 의미는 허리였습니다. 나중에 '허리는 사람 몸의 중앙에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자,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고기 육(肉/月)자가 추가되어 허리 요(腰)자가 되었습니다. 요통(腰痛)은 '허리(腰)가 아픈(痛) 것'이고, 요절복통(腰絶腹痛)은 '허리(腰)가 끊어지고(絶) 배(腹)가 아플(痛) 정도로 우습다'는 뜻입니다.
다리 각(脚)자는 '물러가거나 피할(却) 때 필요한 몸(肉/月) 부위가 다리이다'는 뜻입니다. 각선미(脚線美)는 '다리(脚) 곡선(曲線)의 아름다움(美)'이고, 각기병(脚氣病)은 '다리(脚)에 공기(氣)가 들어간 것처럼 퉁퉁 붓는 병(病)'으로, 비타민 B의 결핍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운동회에서 이인삼각(二人三脚)은 '두(二) 사람(人)과 세(三) 다리(脚)'라는 뜻으로, 두 사람의 한쪽 발목을 묶어 세 발처럼 하여 함께 뛰는 경기입니다.
- 몸의 내장
▶ 장(臟:脏:) : 오장 장, 고기 육(肉/月) + [감출 장(藏)]
▶ 부(腑:腑:) : 장부 부, 고기 육(肉/月) + [관청 부(府)]
▶ 위(胃:胃:) : 밥통 위, 고기 육(肉/月) + 밭 전(田)
▶ 장(腸:肠:) : 창자 장, 고기 육(肉/月) + [빛날 양(昜)→장]
▶ 간(肝:肝:) : 간 간, 고기 육(肉/月) + [방패/마를 간(干)]
▶ 담(膽:胆:胆) : 쓸개 담, 고기 육(肉/月) + [이를 첨(詹)→담]
▶ 폐(肺:肺:) : 허파 폐, 고기 육(肉/月) + [나눌 폐(巿)]
《흥부전》을 읽어보면 "사람마다 오장육부를 갖고 있지만 놀부만은 오장칠부였다. 그 이유는 갈비뼈 아래에 심술부가 하나 더 붙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때 오장(五臟)은 간(肝), 심(心: 심장), 비(脾: 지라), 폐(肺), 신(腎: 신장) 등이고, 육부(六腑)는 위(胃), 장(腸: 소장), 동(胴: 대장), 담(膽: 쓸개), 방(膀: 방광), 췌(膵: 췌장) 등을 말합니다. 장(臟)자와 부(腑)자에 들어가는 감출 장(藏)자와 관청 부(府)자는 모두 '창고, 곳간'이란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臟)과 부(腑)는 몸에서 저장하는 창고라는 뜻입니다. 이중에서 음식물의 소화와 관련 있는 곳을 부(腑)라고 하고, 나머지는 장(臟)이라고 합니다.
[사진]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
밥통 위(胃)자에 들어 있는 밭 전(田)자는 소의 위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로, 밭(田)과는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밥통은 밥을 담는 통이 아니라 소화기관인 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위도 신체 내부의 장기이니까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갑니다. 위통(胃痛)은 '위(胃가 아픈(痛) 병'입니다.
창자 장(腸)자는 대장(大腸), 소장(小腸), 맹장(盲腸), 십이지장(十二指腸) 등과 같이 창자에 관련되는 글자에 사용됩니다. 십이지장(十二指腸)은 '열두(十二) 개의 손가락(指) 마디 길이의 창자(腸)'로, 위와 작은창자 사이에 있으며, 길이는 약 25~30cm입니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은 '아홉(九) 번 꺾어진(折) 양(羊)의 창자(腸)'라는 뜻으로, 꼬불꼬불하며 험한 산길을 이르는 말입니다.
간에서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독을 분해합니다. 따라서 간 간(肝)자는 '사람 몸(肉/月)의 방패(干) 역할을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간 간(肝)자와 쓸개 담(膽)자는 서로 붙어서 잘 사용됩니다. “간담(肝膽)이 서늘하다”는 말이 그런 예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많은 내장 중에서도 간과 쓸개를 연결시켜 놓은 이유는 쓸개가 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방의 소화를 돕는 쓸개즙은 쓸개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지만 실은 간에서 만들어서 쓸개가 보관하고 있다가, 십이지장으로 보내줍니다. 간담상조(肝膽相照)는 '간(肝)과 쓸개(膽)가 서로(相) 비추어준다(照)'는 뜻으로, '서로가 마음을 툭 털어놓고 숨김없이 친하게 사귀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입니다.
허파 폐(肺)자는 '우리 몸에서 둘로 나누어져(市) 있는 장기(肉/月)가 폐이다'는 뜻입니다. 나눌 폐(市)자는 4획인 반면, 비슷하게 생긴 저자 시(市)자는 5획입니다. 폐병(肺病)은 '폐(肺)에 생긴 병(病)'으로, 결핵을 말합니다.
- 몸 내부의 기타 부분
▶ 뇌(腦:脑:脳) : 뇌 뇌, 고기 육(肉/月) + 내 천(巛) + 정수리 신(囟)
▶ 륵(肋:肋:) : 갈빗대 륵, 고기 육(肉/月) + [힘 력(力)→륵]
▶ 포(胞:胞:) : 태보 포, 고기 육(肉/月) + [쌀 포(包)]
뇌 뇌(腦)자는 고기 육(肉/月), 정수리 신(囟), 머리털 모양(巛)을 합쳐 머릿속의 뇌를 표현하였습니다. 뇌하수체(腦下垂體)는 '뇌(腦) 아래(下)에 수직(垂)으로 드리워져 있는 물체(體)'로, 다른 내분비선(內分泌腺)의 활동을 지배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며, 생식과 발육에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또 컴퓨터(computer)를 중국에서는 전뇌(電腦: 간체자로 电脑)라고 합니다. 고기 육(肉/月)자 대신 마음 심(忄)자가 들어가면 괴로워할 뇌(惱)자가 됩니다. 백팔번뇌(百八煩惱)는 불교에서 이르는 '108(百八)가지의 번뇌(煩惱)'입니다.
갈빗대 륵(肋)자는 '가슴에 힘(力)을 지탱해 주는 뼈가 갈빗대이다'는 뜻입니다. 힘 력(力)자가 소리로 사용된 희귀한 경우입니다. 계륵(鷄肋)은 '먹을 것이 거의 없는 닭(鷄)의 갈빗대(肋)'라는 뜻으로, 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이르는 말로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태보 포(胞)자의 태보는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기를 덮어 싸고 있는 막입니다. 쌀 포(包)자는 불룩한 배(勹) 속에 아기(巳)가 있는 모습인데, 여기에 고기 육(肉/月)자가 추가되어 태보 포(胞)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세포(細胞)는 '미세한(細) 태보(胞)'라는 뜻으로, 세포막에 둘러싸여 있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 기타(1)
▶ 돈(豚:豚:) : 돼지 돈, 고기 육(肉/月) + 돼지 시(豕)
▶ 비(肥:肥:) : (고기가) 살찔 비, 고기 육(肉/月) + [땅이름 파(巴)→비]
▶ 부(腐:腐:) : (고기가) 썩을 부, 고기 육(肉/月) + [관청 부(府)]
▶ 긍(肯:肯:) : (고기를) 즐길 긍, 고기 육(肉/月) + 살을 바를 과(冎→止)
▶ 염(厭:厌:) : (고기가) 싫을 염, [기슭 엄(厂)→염] + 달 감(甘→曰) + 고기 육(肉/月) + 개 견(犬)
▶ 유(有:有:) : (고기가) 있을 유, 고기 육(肉/月) + 왼손 좌(屮)
이외에도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가는 글자는 다음과 같은 글자들이 있습니다.
돼지 돈(豚)자는 돼지 시(豕)자에 고기 육(肉/月)자를 추가하여,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돼지'라는 뜻을 강조하였습니다. 양돈(養豚)은 '돼지(豚)를 기르다(養)'는 뜻입니다.
살찔 비(肥)자는 비만(肥滿), 비대(肥大) 등에 사용됩니다.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비료(肥料)는 '살을 찌게(肥) 하는 재료(料)'입니다. 퇴비(堆肥)는 '쌓아(堆) 놓은 비료(肥料)'로, 풀, 짚, 사람과 가축의 배설물 따위를 섞어서 쌓아 두고 썩힌 거름으로, 비료가 없던 예전에는 비료 대신 농작물에 뿌렸습니다.
썩을 부(腐)자는 '관청(府)이나 고기(肉)가 잘 부패(腐敗)한다'는 뜻입니다. 두부(豆腐)는 '콩(豆)을 썩힌(腐) 음식'이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물에 불린 콩을 갈아 가열하여 응고제를 첨가하여 굳힌 것입니다.
즐길 긍(肯)자는 뼈 골(骨)자의 간략형으로, 글자 위에 들어 있는 그칠 지(止)자는 원래 뼈에 붙은 살의 모습인 살을바를 과(冎)자였습니다. 나중에 가차되어 '즐기다, 옳게 여기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수긍(首肯)은 '머리(首)를 끄덕이며 옳다(肯)고 인정하다'는 뜻으로, 긍정(肯定)과 같은 뜻입니다.
싫을 염(厭)자는 '개(犬)가 맛있는(甘→日) 고기(肉/月)를 실컷 먹어 싫증이 나다'는 뜻입니다. 싫증을 염증(厭症)이라고도 합니다.
있을 유(有)자는 '손(屮)에 고기(肉/月)를 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유구무언(有口無言)은 '입(口)이 있어도(有) 할 말(言)이 없다(有無)'는 뜻입니다. 유부녀(有夫女)는 ‘남편(夫)이 있는(有) 여자(女)이고, 유부남(有婦男)은 ‘부인(婦)이 있는(有) 남자(男)’입니다.
- 기타(2)
▶ 초(肖:肖:) : 닮을 초, 쇠약할 소, [작을 소(小)] + 고기 육(肉/月)
▶ 육(育:育:) : 기를 육, 아이돌아나올 돌(𠫓) + [고기 육(肉/月)]
▶ 탈(脫:脱:) : 벗을 탈, 고기 육(肉/月) + [바꿀 태(兌)→탈]
▶ 호(胡:胡:) : 오랑캐 호, 고기 육(肉/月) + [예 고(古)→호]
▶ 능(能:能:) : 능할 능, 곰 모습
▶ 붕(朋:朋:) : 벗 붕, 달 월(月) + 달 월(月)
쇠약할 소(肖)자는 '살(肉/月)이 빠져(小) 기운이 쇠약하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쇠약해서 살이 빠졌지만 얼굴은 닮았다'는 뜻의 닮을 초(肖)자가 되었습니다. 초상화(肖像畵)는 '얼굴 형상(像)을 닮게(肖) 그린 그림(畵)'이고, 초상권(肖像權)은 '자신의 얼굴 형상(像)과 닮은(肖)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독점권(權)'입니다.
☞ 기를 육(毓)
기를 육(育)자는 기를 육(毓)자의 간략형입니다. 기를 육(毓)자는 여자를 나타내는 매양 매(每)자와 양수(川)와 함께 아기가 거꾸로 나오는 모습(𠫓)의 흐를 류(㐬)자가 합쳐진 글자로, 여자가 아기를 낳는 모습에서 '아기를 기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글자는 현재 사용되지 않고, 대신 뜻과 소리를 동시에 나타내는 고기 육(肉/月)자가 추가되어 기를 육(育)자로 변형되었습니다. 수월성교육(秀越性敎育)은 '개개인의 우수(秀)하고 우월(越)한 성품(性)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敎育)'으로, 개개인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더욱 개발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탈출(脫出), 탈옥(脫獄), 탈북자(脫北者) 등에 들어가는 벗을 탈(脫)자는 원래 '몸(肉/月)의 모습을 바꾸기(兌) 위해 허물을 벗다'는 뜻입니다. 이후 '허물을 벗다→벗어나다→나오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관탈(冠脫)섬은 '관(冠)을 벗는(脫) 섬'이란 뜻으로, 제주도 북쪽에 위치한 무인도입니다. 제주도로 귀양 가는 사람이 이곳에서 임금님을 향해 절을 하고 관복(冠服)을 벗었다고 해서 관탈섬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능력(能力), 재능(才能), 본능(本能) 등에 들어가는 능할 능(能)자는 곰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곰이 재주가 많아 '능하다'라는 뜻이 생기면서, 곰이란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불 화(灬)자를 추가하여 곰 웅(熊)자를 만들었습니다. 곰의 털에서 고운 빛의 광택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웅(熊)자는 '빛나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웅담(熊膽)은 '말린 곰(熊)의 쓸개(膽)'로 한약재로 사용됩니다.
오랑캐 호(胡)자는 원래 턱밑 살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턱밑 살→(턱밑에 난) 수염, 구레나룻→(구레나룻이 난) 오랑캐'라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변두리 지역에 사는 민족들을 오랑캐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만주 지방에 사는 중국인들을 오랑캐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이름 앞에 '호(胡)'자가 붙은 것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온 것입니다. 호빵, 호떡, 호박(胡朴), 호두(胡豆), 호초(胡椒: 후추) 등이 그런 예입니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은 '병자(丙子)년에 오랑캐(胡)의 침입으로 일어난 난(亂)'으로, 1636년(인조 14년)에 중국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한 전쟁입니다.
벗 붕(朋)자는 달 월(月)자가 두 개 모여 이루어진 글자처럼 보이나, 상형문자를 보면 조개(貝)들이 두 줄에 꿰어 있는 모습입니다. 여러 개의 조개들의 모습에서 무리나 벗이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붕우유신(朋友有信)은 '벗(朋)과 벗(友) 사이에는 믿음(信)이 있어야한다(有)는 뜻으로, 삼강오륜(三綱五倫)의 하나입니다.
- 옆으로 누운 고기 육(月)
▶ 자(炙:炙:) : 고기구울 자/적, 불 화(火) + 고기 육(肉/月)
▶ 연(然:然:) : 그럴 연, 불 화(灬) + 고기 육(肉/月) + 개 견(犬)
▶ 제(祭:祭:) : 제사 제, 보일 시(示) + 고기 육(肉/月) + 또 우(又)
▶ 장(將:将:将) : 장수 장, 고기 육(肉/月) + 마디 촌(寸) + [나무조각 장(爿)]
▶ 다(多:多:) : 많을 다, 고기 육(月→夕) X 2
고기 육(月)자가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다른 글자의 위에 올라 갈 때도 있습니다. 다음은 그러한 글자들입니다.
고기구울 자(炙)자는 '불(火) 위에 고기(肉/月)를 올려놓고 굽다'는 뜻입니다. 회자(膾炙)란 '맛있는 회(膾)와 구운 고기(炙)'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당나라 말기 때의 사람인 한악의 작품이 '맛있는 육회와 구운 고기처럼 당시 사람들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자(炙)자는 적(炙)으로도 읽히는데, 제사상에 올리는 대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운 고기를 적(炙) 혹은 산적(散炙)이라고 합니다.
자연(自然), 당연(當然) 등에 들어가는 그럴 연(然)자는 개(犬) 고기(月)를 불(灬)에 굽는 모습으로, 원래 '불에 타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당연하다, 그러하다'는 의미가 추가되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더 불 화(火)자가 하나 더 추가되어 불탈 연(燃)자가 되었습니다.
제사 제(祭)자는 제사상(示)에 손(又)으로 고기(肉/月)를 올리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보일 시(示)자는 제사상이 상형입니다. 기우제(祈雨祭)는 '비(雨)가 오기를 비는(祈) 제사(祭)'입니다. 제천행사(祭天行事)는 '하늘(天)에 제사(祭)를 지내는 행사(行事)'로, 부여와 고구려에서 지냈습니다.
장수 장(將)자는 원래 '손(寸)으로 고기(肉)를 올리며 왕의 제사를 도와주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왕의 싸움을 도와주는 장수(將帥)라는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일본의 역대 무신정권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칭호인 쇼군(しょう-ぐん)은 한자로 장군(將軍)입니다.
많을 다(多)자는 고기 육(月)자를 두 개 겹쳐놓은 모습입니다. 고기를 많이 쌓아 놓은 모습에서 '많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다우지(多雨地)는 '비(雨)가 많이(多) 오는 지역(地)'이고, 다도해(多島海)는 '섬(島)이 많은(多) 바다(海)'입니다.
뼈 골(骨)
뼈의 모습
뼈 골(骨)자는 살을바를 과(冎)자와 고기 육(肉/月)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살을바를 과(冎)자는 살이 조금 붙어 있는 뼈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살점 하나 없는 앙상한 뼈의 상형인 부서진뼈 알(歺/歹)자는 죽음과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가는 반면, 뼈 골(骨)자는 뼈와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계란유골(鷄卵有骨)은 '계란(鷄卵)에 뼈(骨)가 있다(有)'는 뜻으로, 마음먹고 도와줘도 일이 안 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세종대왕 때, 가난한 황희 정승을 도와주기 위해 임금의 명령으로 하루 동안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상품은 모두 황희 정승의 집으로 보내라 했으나, 이 날은 종일 비가 와서 아무 것도 들어오는 물건이 없다가 저녁 때 달걀 한 꾸러미가 들어왔는데, 달걀을 삶아 놓고 보니 모두 곯아서 먹을 수가 없었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곯았다’는 ‘곯’과 뼈 골(骨)자의 음이 비슷하므로 와전되어 계란유골이란 말로 바뀌었습니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은 '말(言) 가운데(中) 뼈(骨)가 있다(有)'는 뜻으로, 예사로운 말 속에 속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 뼈와 관련된 글자
▶ 체(體:体:体) : 몸 체, 뼈 골(骨) + 풍년 풍(豊)
▶ 해(骸:骸:) : 뼈 해, 뼈 골(骨) + [돼지 해(亥)]
▶ 수(髓:髓:) : 골수 수, 뼈 골(骨) + [따를 수(遀)]
▶ 활(滑:滑:) : 미끄러울 활, 물 수(氵) + [뼈 골(骨)→활]
몸 체(體)자는 '뼈(骨)와 풍족한(豊) 살이 몸(體)을 이루다'는 뜻입니다. 풍족할 풍(豊)자는 제사 그릇(豆) 위에 음식(曲)을 풍족하게 올려놓은 모습입니다. 체육(體育)은 '몸(體)을 튼튼하게 기르는(育) 과목'입니다.
뼈 해(骸)자는 해골(骸骨), 유해(遺骸), 잔해(殘骸) 등에 사용됩니다. 해골(骸骨)은 ‘뼈(骸)와 뼈(骨)’라는 뜻으로, 죽은 사람의 살이 썩고 남은 앙상한 뼈나 살이 전부 썩은 죽은 사람의 머리뼈를 일컫는 말입니다. 유해(遺骸)는 '남겨진(遺) 뼈(骸)'라는 뜻으로,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입니다.
골수 수(髓)자의 골수(骨髓)는 뼈 안에 있는 조직으로, 피를 만들고 양분을 저장합니다. 백혈병(白血病)을 치료할 때 골수(骨髓)를 이식하는 이유는, 골수에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백혈병 환자에게 정상적인 피를 만들어 내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미끄러울 활(滑)자는 '물(氵)도 미끄럽고, 뼈(骨)도 미끄럽다'는 뜻입니다. 윤활유(潤滑油)는 '윤(潤)이 나고 미끄럽게(滑) 해주는 기름(油)'이며, 비행기 활주로(滑走路)는 '비행기가 미끄럽게(滑) 달리는(走) 길(路)'입니다.
털 모(毛)
털이 무성한 모습
털 모(毛)자는 털이 무성한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동물의 털과 관련된 글자에 들어갑니다. 모세혈관(毛細血管)은 '털(毛)처럼 가는(細) 혈관(血管)'이고, 모양체(毛樣體)는 '털(毛) 모양(樣)으로 생긴 근육체(體)'로, 눈의 수정체(水晶體) 주위에 붙어 있는 근육이 흡사 털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모양체(毛樣體)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축과 이완을 통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여 멀리보거나 가까이 볼 수 있게 합니다.
털 모(毛)자는 땅에 무성하게 나 있는 풀과 비슷하다 하여 '풀'이란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모작(二毛作)은 '일 년에 두(二) 번 풀(毛)을 키우는 농사를 짓는다(作)'는 뜻으로, 같은 자리에 두 종류의 농작물을 l년 중 서로 다른 시기에 재배하는 농사법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과 가을에 벼를 재배하고, 겨울과 봄에 보리를 재배하는 것이 이모작입니다.
- 털 모(毛)자가 들어가는 글자
▶ 미(尾:尾:) : 꼬리 미, 주검 시(尸) + 털 모(毛)
▶ 표(表:表:) : 겉 표, 옷 의(衣) + 털 모(毛)
▶ 호(毫:毫:) : 가는털 호, 털 모(毛) + [높을 고(高)→호]
꼬리 미(尾)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엉거주춤 서 있는 사람의 엉덩이(尸) 부분에 털(毛)이 나 있는 모습입니다. 토템(totem, 동식물 숭배사상)은 원시 사회의 공통적인 풍습인데 고대 중국에도 있었습니다. 이런 풍습으로 동물에게만 있고 인간에게는 없는 꼬리를 털로 만들어 달고 다녔습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龍)의 머리(頭)와 뱀(蛇)의 꼬리(尾)'라는 뜻으로, 처음 출발은 용의 머리처럼 크게 시작했으나 끝은 뱀의 꼬리처럼 보잘것없이 되는 것을 이릅니다. 거두절미(去頭截尾)는 ‘머리(頭)를 제거(去)하고 꼬리(尾)를 자르다(截)’는 뜻으로, 앞뒤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겉 표(表)자는 옷(衣)에 털(毛)이 나 있는 형상으로, 원래 털옷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런 털옷은 겉에 입는다고 해서 '털옷→겉옷→겉→(겉으로) 나타내다→(나타내는) 표'라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표피세포(表皮細胞)는 식물의 '겉(表) 가죽(皮), 즉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細胞)'로, 사람의 피부세포에 해당합니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은 ‘겉(表)과 속(裏)이 다르다(不同)’는 뜻입니다.
가는털 호(毫)자는 뜻을 나타내는 털 모(毛)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높을 고(高)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에서 추호(秋毫)는 '짐승이 가을철(秋)에 털을 갈아서 가늘어진 털(毫)'이란 뜻으로, '몹시 작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터럭 삼(彡)
털이 나 있는 모습
터럭 삼(彡)자는 털 모(毛)자와 마찬가지로 털이 난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터럭→(붓털로) 색칠하다→꾸미다→무늬→빛깔→빛나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또한 빛이나 그림자, 소리 등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빛날 빈(彬)자에서는 빛, 그림자 영(影)자에서는 그림자, 팽팽할 팽(彭)자에서는 소리가 퍼져 나가는 모습입니다.
- 털이나 수염과 관련된 글자
▶ 발(髮:发:) : 터럭 발, 터럭 표(髟) + [달릴 발(犮)]
▶ 수(須:须:) : 모름지기/수염 수, 머리 혈(頁) + 터럭 삼(彡)
터럭 발(髮)자에 들어가는 터럭 표(髟)자는 머리가 긴 노인의 모습인 긴 장(長)자와 터럭 삼(彡)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백발(白髮)은 '하얗게(白) 센 머리털(髮)'이고, 단발머리 소녀의 단발(斷髮)은 '짧게 자른(斷) 머리털(髮)'입니다. 단발령(斷髮令)은 머리털(髮)을 자르라(斷)는 명령(令)으로, 을미사변 이후 실시한 여러 가지 개혁 운동 중 하나입니다. 고종이 먼저 머리를 깎았으며, 관리들로 하여금 가위를 들고 거리나 성문 등에서 강제로 백성들의 머리를 깎게 하였습니다.
☞ 모름지기 수(須)
모름지기/수염 수(須)자는 '머리(頁)에 난 털(彡)이 수염(鬚髥)이다'는 뜻입니다. 또 '남자는 모름지기 수염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모름지기'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 꾸미는 의미의 글자
▶ 채(彩:彩:) : 채색/무늬 채, 터럭 삼(彡) + [캘 채(采)]
▶ 조(彫:雕:) : 새길 조, 터럭 삼(彡) + [두루 주(周)→조]
▶ 형(形:形:) : 모양 형, 터럭 삼(彡) + [우물 정(井)→형]
터럭 삼(彡)자는 붓털로 색을 칠하거나 꾸민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채색 채(彩)자는 '붓털(彡)로 색을 칠하다'는 뜻입니다. 수채화(水彩畵)는 '물(水)로 채색(彩)하는 그림(畵)'입니다. 채도(彩度)는 '채색(彩)이 많거나 적은 정도(度)'로, 원색에 가까울수록 채도가 높고 무채색(無彩色: 채색이 없는 색)에 가까울 수록 채도가 낮습니다. 당삼채(唐三彩)는 '당(唐)나라에서 만든 세(三) 가지 채색(彩)의 도자기'로, 무덤에 넣는 그릇으로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새길 조(彫)자는 원래 '붓털(彡)로 색을 칠해 꾸미다'는 뜻에서, '새기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조각(彫刻)은 '새기고(彫) 새기다(刻)'는 뜻으로, '나무나 흙 등에 글이나 그림, 모양 등을 새기거나 빚는 일을 말합니다.
형상(形象), 형태(形態), 형식(形式)에 들어가는 모양 형(形)자는 '붓털(彡)로 모양을 그리다'는 뜻입니다. 형용사(形容詞)는 '모양(形)을 꾸미는(容) 말(詞)'로, 주로 명사 앞에 와서 명사를 수식합니다. 형용사를 영어로 애직티브(adjective, 줄여서 a)라고 하는데 '덧붙이다'는 뜻입니다.
- 빛나는 의미의 글자
▶ 빈(彬:彬:) : 빛날 빈, 터럭 삼(彡) + [수풀 림(林)→빈]
▶ 창(彰:彰:) : 빛날 창, 터럭 삼(彡) + [글 장(章)→창]
▶ 수(修:修:) : 닦을 수, 터럭 삼(彡) + [바 유(攸)→수]
▶ 언(彦:彦:) : 선비 언, 터럭 삼(彡) + 글월 문(文) + [기슭 엄(厂)→언]
빛날 빈(彬)자는 일반적인 단어에는 사용되지 않고 사람의 이름에 많이 사용됩니다.
빛날 빈(彬)자와 마찬가지로 이름에 많이 사용되는 빛날 창(彰)자는 '빛이 나서 드러내다'는 뜻도 있습니다. 표창장의 표창(表彰)은 '다른 사람의 공적을 겉(表)으로 드러내다(彰)'는 뜻입니다.
☞ 바 유(攸)
닦을 수(修)자에 들어 있는 바 유(攸)자는 매를 맞으며(攵) 땀을 흘려 가면서(ㅣ)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亻)의 모습입니다. 나중에 열심히 수련함으로써 '빛나게 하다'는 의미로 삼(彡)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수양(修養)은 '몸과 마음을 닦고(修) 기르다(養)'는 뜻입니다. 수능시험(修能試驗)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의 줄임말로, '대학(大學)의 학문(學)을 닦을(修) 능력(能)이 있는지를 보는 시험(試驗)'입니다.
선비 언(彦)자는 '학문이나 인문학(文)에서 크게 빛난(彡) 사람이 선비이다'는 뜻입니다. 다른 글자와 만나 소리로도 사용됩니다. 상말 언(諺)자와 얼굴 안(顔)자 등이 그런 예입니다.
- 기타
▶ 영(影:影:) : 그림자 영, 터럭 삼(彡) + [볕 경(景)→영]
▶ 팽(彭:彭:) : 성/팽팽할 팽, 북 주(壴) + 터럭 삼(彡)
▶ 참(參:参:参) : 석 삼, 참여할 참, 맑을 정(晶→厽) + 사람 인(人) + [터럭 삼(彡)]
음영(陰影), 반영(反影), 영상(影像), 영향(影響) 등에 들어가는 그림자 영(影)자는 볕(景)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가 퍼져나가는 모습(彡)을 나타냅니다. 무영탑(無影塔)은 '그림자(影)가 없는(無) 탑(塔)'으로,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을 말합니다. 석가탑을 만든 백제의 석공(石工) 아사달을 그리며 찾아온 부인 아사녀가 영지(影池: 그림자가 비치는 연못)에 빠져 죽는 전설에서 생긴 이름입니다. 무영탑은 1937년, 현진건이 신문에 연재한 장편 소설 이름이기도 합니다.
팽팽할 팽(彭)자는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북(壴)에서 힘차게 소리(彡)가 나오는 모습입니다. 터럭 삼(彡)은 털과는 상관없이 소리가 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글자는 성씨로 사용됩니다. 팽조(彭祖)는 하(夏) 왕조부터 상(商) 왕조에 걸쳐 약 800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의 인물입니다.
석 삼(參)자는 사람(人)의 머리 위에 3개의 별(晶→厽)이 있는 모습으로, 28개의 별자리인 28수(宿) 중 서쪽 하늘에 있는 오리온(Orion) 별자리를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3이란 뜻으로 사용되면서 삼(彡)자가 추가되어 소리로 사용됩니다. 잘 숙(宿)자는 별자리 수(宿)자로도 사용합니다. 석 삼(參)자는 참여할 참(參)자로도 사용되는데, 참가(參加), 참관(參觀), 참석(參席) 등에 들어갑니다.
[사진] 오리온 별자리. 중앙에 빛나는 3개의 별이 나란히 있습니다.
가죽 혁(革)
짐승의 가죽을 펼쳐놓은 모습
가죽 혁(革)자는 짐승의 껍질을 벗겨 응달에서 말리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글자의 위로부터 머리, 몸통, 뒷발, 꼬리가 있습니다. 피혁(皮革)은 '가죽(皮)과 가죽(革)'이란 뜻이고, 혁대(革帶)는 '가죽(革)으로 만든 띠(帶)'입니다. 이후 짐승의 몸통에서 분리한 가죽으로 옷, 갑옷, 안장, 북, 채찍 등을 만든다고 해서, 가죽 혁(革)자는 '바꾸다, 고치다'는 뜻도 생겼습니다. 혁신(革新)은 '새롭게(新) 고치다(革)'는 뜻이고, 개혁(改革)은 '고치고(改) 고치다(革)'는 뜻입니다. 혁명(革命)은 '하늘의 명령(命), 즉 천명(天命)이 바뀌다(革)'라는 뜻으로, 이전의 왕통을 뒤집고 다른 왕통이 대신하여 통치하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제도, 경제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을 말합니다.
가죽 혁(革)자는 가죽과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 가죽과 관련되는 글자
▶ 화(靴:靴:) : 가죽신 화, 가죽 혁(革) + [될 화(化)]
▶ 안(鞍:鞍:) : 안장 안, 가죽 혁(革) + [편안할 안(安)]
▶ 편(鞭:鞭:) : 채찍 편, 가죽 혁(革) + [편할 편(便)]
▶ 말(靺:靺:) : 종족이름 말, 가죽 혁(革) + [끝 말(末)]
▶ 갈(鞨:鞨:) : 오랑캐 갈, 가죽 혁(革) + [어찌 갈(曷)]
가죽신 화(靴)자는 말 그대로 '가죽(革)으로 만든 신'입니다. 하지만, 그냥 신이란 뜻으로 사용됩니다. 운동화(運動靴), 실내화(室內靴) 등이 그런 예입니다. 장화(長靴)는 '목이 길게(長) 올라오는 신(靴)'입니다.
[사진] 영화 〈슈렉2〉의 장화(長靴) 신은 고양이
안장 안(鞍)자는 '말을 편안(安)하게 타기 위해 가죽(革)으로 만든 것이 안장(鞍裝)이다'는 뜻입니다. 기계 체조 종목의 하나인 안마(鞍馬)는 ‘말(馬)의 안장(鞍)처럼 생긴 틀 위에서 하는 체조’입니다.
채찍 편(鞭)자는 '말을 때리기 편하게(便) 가죽(革)으로 만든 것이 채찍이다'는 뜻입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은 '달리는(走) 말(馬)에 채찍(鞭)을 더하다(加)'는 뜻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 부추기거나 몰아치는 것을 일컫습니다. 편모운동(鞭毛運動)은 '채찍(鞭)처럼 생긴 긴 털(毛)을 흔들어 움직이는 운동(運動)'입니다. 일조편법(一條鞭法)은 '한(一) 가지 조목(條)으로 통일한 채찍(鞭) 같은 세법(法)'입니다. 중국 명나라 후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 시행된 세법으로, 현물세와 부역 따위의 여러 세금을 하나로 통일하여 은(銀)으로 징수하였습니다. 원래는 일조편법(一條編法: 한 가지 조목으로 엮은 법)이라고 썼으나, 은(銀)의 독점과 고갈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 제도가 백성들에게는 채찍과 같다고 해서 채찍 편(鞭)자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림] 편모운동(鞭毛運動) - 화살표는 운동 방향입니다.
종족이름 말(靺)자와 오랑캐 갈(鞨)자는,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 때 한반도 북쪽에 살았던 말갈족(靺鞨族)이란 낱말 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말갈족은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말을 타고 다니는 기마민족으로, 가죽을 잘 만들었다고 가죽 혁(革)자가 들어갑니다. 또 668년 고구려가 망한 후, 고구려 유민이 말갈족과 함께 발해를 건국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