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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대 화>
수학으로 풀어 쓴 자연, 근대 과학의 문을 열다
"갈릴레오의 저술에서 발견된 심각한 오류 때문에 우리 특별위원회는 이 문제는 성성(이단자 심문소)으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1632년 9월, 교황 우르바누스 8세의 조카 바르베리니 추기경은 피렌체의 눈치오 주교에게 이렇게 썼다. 그의 편지의 목적은 피렌체에 거주하는 갈릴레오가 <대화>를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려고 시도할 때 이를 각 지역의 당국자에게 미리 알려 책의 유포를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갈릴레오의 <대화>는 출판된 지 몇 달이 되지 않아 이렇게 '불온서적'의 혐의를 받고 '금서' 목록에 포함되었다. 다음 해인 1633년,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에 회부되었고, '심각한 이단의 혐의'라는 유죄를 선고받은 뒤에 종신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갈릴레오는 오래전인 1597년에 천문학자 케플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구를 움직이지 않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본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바다의 조수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은 오랫동안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신봉해왔다고 썼다. 1610년에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서 태양의 흑점, 달의 울퉁불퉁한 표면, 금성의 차고 기욺, 목성의 4개의 위성을 관찰했고, 이러한 천체 현상이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을 뒷받침한다는 책을 출판했다. 계속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옹호하고 설파하던 갈릴레오는 이 이론이 이단이라는 벨라르미노 추기경의 경고를 받고, 1616년에 더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논의하거나 옹호하지 않겠다고 서약을 했다. 그렇지만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바르베리니 추기경이 1623년에 교황 우르바누스 8세로 즉위한 뒤에 갈릴레오는 즉시 교황을 설득해서 코페르니쿠스 체계와 아리스토텔레스 체계의 장단점을 모두 비교하는 책을 쓸 수 있도록 허락을 얻어냈다.
갈릴레오는 이 책을 <조수에 대한 대화>라고 불렀고, 5년 동안의 집필 과정을 거쳐서 1630년에 원고를 완성했다. 갈릴레오가 검열을 위해 교황청에 제출한 원고의 제목도 <밀물과 썰물에 관한 대화>였다. 하지만 제목에 '조수'를 허용하면 이것이 마치 갈릴레오의 조수 이론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생각한 검열관은 제목에서 조수라는 단어를 삭제하라고 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프톨레마이오스-코페르니쿠스 두 개의 주요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Dialogo di Galiloe sopra i due Massimi Sistemi del Mondo Tolemacio e Copernicano)>라는 긴 제목으로 1632년 2월에 피렌체에서 출판되었다.
근대 역학의 가장 중요한 기초
<대화>는 두 명의 철학자와 한 명의 지적인 시민이 코페르니쿠스의 체계와 프톨레마이오스(아리스토텔레스) 체계에 대해서 4일 동안 토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를 옹호하는 철학자는 살비아티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자는 심플리치오, 사회를 보는 중립적인 입장의 시민은 사그레도였다. 살비아티와 사그레도라는 이름은 갈릴레오의 친구들의 이름을 따서 붙였으며, 심플리치오는 6세기에 살았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철학자의 이름에서 연유했다.
그런데 심플리치오라는 이름은 '바보'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고, 실제로 이 책이 나온 뒤에 이런 오해가 태반이었다. 여기에 심플리치오가 교황 우르바누스 8세를 모델로 해서 창작된 인물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상황은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개신교의 공격으로 가뜩이나 심기가 사나웠던 교황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화>는 네 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장인 '첫날'에서는 지구와 천체들, 망원경으로 관측한 달의 생김새와 같이 천문학적 현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으며, '둘째 날'에서는 지구의 자전을, '셋째 날'에서는 지구의 공전을 논의하며, 마지막인 '넷째 날'은 갈릴레오가 가장 핵심적이라고 보았던 조수 현상을 다루었다. 이 책은 대놓고 코페르니쿠스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를 수학적인 가설로서 취급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서문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주인공 세 사람은 각각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중립의 입장을 취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책 내용의 전개는 이런 겉모습과 판이하게 달랐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대화>가 코페르니쿠스주의를 옹호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갈릴레오는 확실히 한쪽 편을 들고 있어다. 살비아티는 매우 설득력 있게 심플리치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그레도도 시간이 갈수록 살비아티에 가세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당시의 보통 학술서가 라틴어로 집필된 데에 반해 <대화>는 이탈리아어로 집필되었으며, 쉽고 재미있게 서술되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대화>는 널리 읽혔고 이 글을 읽은 많은 이들을 코페르니쿠스주의로 전향시키는 데 성공적이었지만, 모든 과학자를 설득한 것은 아니었다. 갈릴레오가 가장 정교한 물리적 논변을 통해서 설명한 현상은 "왜 지구가 자전을 하는데 쏘아올린 화살은 제자리에 떨어지는가?" "왜 지구가 운동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가?" 라는 것이었다. 갈릴레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해서 운동하려 한다는 관성의 법칙과 운동은 운동의 상대적 차이에 의해서만 알 수 있다는 상대성 이론을 도입했다. 근대 역학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이렇게 해서 놓였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를 설명했다고 지동설을 입증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런 문제들은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때 훨씬 더 쉽게 설명이 되는, 아니 설명조차 필요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금성의 위상 변화와 같은 천문학적 증거들도 설득력이 충분치 않았다. 예를 들어, 수학과 천문학을 깊게 공부했던 예수회 소속 천문학자들은 갈릴레오의 <대화>를 맹공했는데, 이들은 <대화>가 단순히 교리에 어긋나는 사상을 전파해서가 아니라, 갈릴레오가 의도적으로 티코 브라헤의 천문학 이론을 무시하고 코페르니쿠스를 이미 용도 폐기된 프톨레마이오스와 싸우게 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자연을 수학화하는 전통을 수립하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 운동의 중합으로 밀물과 썰물을 설명하려 했던 갈릴레오의 조수 이론은 그가 <대화>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이다. 갈릴레오에게 이것은 지구의 운동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렇지만 갈릴레오의 조수 이론은 12시간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된다고 에측했지만 실제로는 이 주기가 6시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교회 측의 벨라르미노 추기경도 이 문제를 이미 지적한 적이 있었다. 갈릴레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조수 이론은 이후에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대치되었다.
<대화>의 '혁명성'은 조수 이론이 아니라 자연을 수확화하는 전통을 수립했다는 데에 있었다. 갈릴레오는 기하학을 사용해서 경사면 운동을 기술했고, 저항이 없는 표면에서의 운동과 같은 이상적. 수학적 공간을 상정해서 관성의 운동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이 던졌던 역학적 문제들을 하나씩 설명했는데, 자연을 추상화하고 수학화하는 근대 물리학의 전통은 이 <대화>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릴레오는 종교 재판에서 종신 가택연금을 선고받는다. 그가 1616년의 서약을 어겼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유죄의 근거였다. 갈릴레오의 재판은 과학과 종교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간주되었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은 갈릴레오와 교황의 성격, 예수회 천문학자들의 분노, 당시 가톨릭 교회가 처한 악조건 등의 요소가 결합해서 빚어낸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를 두고 과학과 종교는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고 결론지어서도 안 된다. 갈릴레오의 <대화>가 보여주는 것은, 과학적 발견을 종교적 믿음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소박한 신념과 과학과 쉽게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문
▶ 이 목적을 위해서 나는 순수한 수학적 가설로서 코페르니쿠스의 편에 섰고 모든 수단을 다해서 이것을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보다 우수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를 썼다. […] (이 책에서는) 세 가지 주제가 다루어진다. 첫째로 나는 지구에서 행하는 모든 실험이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지구가 운동을 하건, 혹은 정지해 있건 이에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과거인들은 몰랐던 새로운 관찰을 많이 드러내기를 희망한다. 둘째로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처럼 보일 때까지 코페르니쿠스 가설을 지지하면서 나는 천상계의 현상을 검토할 것이다. 여기서 비록 자연의 의해서 부과된 필연성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천문학을 간단히 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새로운 고찰들이 접목될 것이다. 셋째로 나는 독창적인 추론을 하나 제안하려고 한다. 오래전에 나는 대양의 조수가 지구의 운동을 가정함으로써 새롭게 고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날
▶ 살비아티 :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어떤 물체를 던져 올리면 그 물체가 같은 수직선을 따라 내려와 던졌던 바로 그 위치에 떨어진다는 것이지. 아무리 높게 던지더라도 말이야. 이런 일은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면 일어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어. 물체가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에 물체는 지구와 떨어져 있고, 지구가 도니까 그 동안 물체를 던진 지점은 동쪽으로 멀찍이 갔을 것이고, 물체는 그 거리만큼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 낙하하게 된다는 것이지. 그런데 심플리치오, 자유롭게 떨어지는 물체가 곧은 수직선을 따라 중심으로 떨어짐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 심플리치오 : 눈으로 보면 알게 되지. 탑은 똑바로 수직으로 서 있고, 거기에서 돌을 떨어트리면 스칠 듯 탑을 따라 떨어지지. 머리카락 한올만큼도 옆으로 벗어나지 않고 원래 떨어트렸던 곳의 바로 아래 지점에 떨어지게 돼.
▶ 살비아티 : 만약에 지구가 돌고 있어서 탑도 따라 움직였다면, 그럼에도 돌이 탑의 옆면을 따라 스치듯이 떨어졌다면, 그 돌의 움직임은 어떻게 되는가?
▶ 심플리치오 : 그렇다면 돌은 두 가지로 움직인 것이지. 한 가지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탑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간 것이야.
▶ 살비아티 : 그렇다면 이건 두 움직임을 더한 것이겠군. 하나는 탑의 높이만큼 떨어진 것, 다른 하나는 탑을 따라 움직인 것. 이 둘을 더하면 돌은 더 이상 단순한 수직선을 그리며 떨어지지 않겠군. 비스듬한 선이 되겠지. 어쩌면 직선이 아닐지도 몰라. 그렇다면 돌이 탑을 따라 스치듯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똑바로 수직선을 따라 떨어졌다고 확언할 수는 없군.
▶ 심플리치오 : 하지만 또 이런 경우도 있어. 배가 가만히 있을 때 돛대 꼭대기에서 돌을 떨어트리면 돌은 돛대 밑부분에 떨어져. 하지만, 배가 항해하고 있을 때 돌을 떨어트리면 그 시간 동안에 배가 움직인 거리만큼 멀찍한 지점에 떨어지게 되지. 배가 빨리 움직이면 거리는 더 상당하게 될 거야.
▶ 살비아티 : 그렇다면 말이야. 만약에 배가 빨리 움직이고 있을 때 돛대 꼭대기에서 떨어트린 돌이 정지해 있는 배에서 떨어트렸을 때와 같은 지점에 떨어진다면, 돌이 떨어지는 것을 가지고 배가 움직이는지 아니면 가만히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겠나?
▶ 심플리치오 : 절대로 판단할 수 없지. 그건 마치 어떤 사람이 잠을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맥을 짚어 보아 판단하려는 것과 비슷한 것이야. 맥은 늘 뛰니까 그것을 갖고 판단할 수는 없지.
▶ 살비아티 : 잘 알겠네. 그런데 자네는 실제로 배에 올라가 이 실험을 해봤나?
▶ 심플리치오 : 해본 적은 없지만 이 실험을 인용한 권위자들이 이걸 엄밀하게 관찰했을 거라고 믿어.
▶ 살비아티 : 아니. 실제로 실험을 해 보면 책에 써 놓은 것과 반대가 됨을 알게 될 거야. 돌은 늘 갑판의 같은 지점에 떨어져. 배가 가만히 있든, 또는 어떠한 속력으로 움직이든 늘 마찬가지야. 어떤 배가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으면, 그건 위나 아래로 조금도 기울지 않은 표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일 거야. 그리고 만약 모든 바깥의 우연한 장애물들을 없애면, 이 배는 맨 처음에 얻은 추진력에 따라 영원히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겠지?
▶ 심플리치오 : 그럼, 그래야 하지.
▶ 살비아티 : 이제 돛대 꼭대기에 있는 돌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 이 돌은 배와 더불어 움직이니까 지구를 중심으로 그린 원 둘레를 따라 움직이는 거지? 그러니 바깥의 모든 힘과 방해를 없애면, 이 돌은 영원히 움직이려는 근원적인 경향을 가지겠지? 그리고 이 돌은 이 배와 같은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 심플리치오 : 다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 다음은 뭐지?
▶ 살비아티 : 자네 스스로 결론을 내려보게. 자네는 이미 필요한 모든 전제들을 스스로 알아냈어.
▶ 심플리치오 : 자네가 말하는 최종 결론이란, 완전히 각인된 운동으로 움직이는 돌이 배에서 멀어지지 않고 배를 따라 움직이며, 그리고 배가 가만히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돌이 같은 지점에 떨어진다는 거지. 하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방해 요인이 있어. 하나는, 물체는 자신만의 힘만 갖고 공기를 가를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물체가 아래로 움직이는 새로운 운동을 한다는 것이야.
▶ 살비아티 : 공기의 방해는 나도 부인하지 않겠네. 만약 떨어지는 물체가 깃털이나 양털 타래처럼 가벼운 것이라면, 속력이 늦어지는 정도가 상당할거야. 하지만 무거운 돌의 경우에는 별 차이가 없네. 또한 아래로 움직이는 운동에 관해서는 이 두 운동은(하나는 중심을 따라 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심을 향해 직선으로 떨어지는 것이니까)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상쇄되는 것도 아니며, 양립하지 못하는 것도 아님은 분명해. 그리고 움직이는 물체도 그런 운동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아.
▶ 심플리치오 : 자네가 말한 것들에 대해 다른 할 말은 없어. 하지만 지구가 움직인다는 증거도 본 적이 없어.
▶ 살비아티 : 나는 지구가 움직임을 증명했다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이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 증거라고 내세운 것에서 어떤 결론도 이끌어 낼 수 없음을 보인 거야.
넷째 날
▶ 살비아티 : 나는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네. 첫 번째로, 몇 가지 필요한 가정들을 하는 경우에, 지구가 움직이지 않으면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은 자연히 일어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가 지구에게 운동을 부여한다면, 바닷물은 실제로 우리가 관찰하는 것과 모든 면에서 똑같이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것.
▶ 심플리치오 :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를 고안해 내곤 했어. 위대한 소요학파 철학자 한 명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물은 양이 많고 무겁기 때문에 더 얕은 물을 밀어고 이렇게 올라간 물들은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이런 계속되는 싸움에서 바닷물의 조수가 생긴다고 말했지. 또 밀물과 썰물이 달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네. 최근에 어떤 성직자가 쓴 조그마한 책에 보면, 달이 하늘에 돌아다니면서 물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서 자기를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다고 쓰여 있어. 어떤 사람들은 달이 물에 열을 가하기 때문에 물의 온도가 올라가 부피가 커져서 밀물이 된다고 설명해 놓았어. 또 어떤 사람들은…….
▶ 사그레도 : 심플리치오, 그만해 두게. 그들을 일일이 손꼽는다고 해서 득이 될 게 뭐가 있겠나? 그들을 반박할 필요도 없어. 그런데 만약 지구가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이 놀라운 현상들이 어떻게 해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지 정말 궁금하네. 살비아티, 어서 설명해 주게.
▶ 살비아티 :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스러운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서 저절로 생기게 돼. 물그릇을 생각해 보게. 그릇에 담긴 물이 이쪽 끝으로 움직였다 저쪽 끝으로 움직였다 하고, 거기서 오르내리게 할 수 있도록 그릇을 움직이는 방법은 두 종류가 있네. 첫 번째는 그릇의 한쪽을 낮추고 그 다음에는 다른 쪽을 낮추고 하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그릇이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은 지구 중심에 가까이 가거나 멀어지는 것이니, 이 지구를 커다란 물그릇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런 움직임을 지구 자체에 부여할 수는 없겠지. 다른 종류의 운동은 그릇을 기울이지 않고, 때로는 가속되고 때로는 감속되면서, 즉 일정치 않고 변화하는 속력으로 움직이면서 가속되거나 감속되는 경우에 발생하지. 그런 속도의 변화에서부터, 물이 유동성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그릇이 변하는 대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따라나오게 되지. 그래서 그릇의 속력이 늦춰지는 경우, 물은 이미 전해 받은 힘[impetus]을 간직하고 있으니, 앞쪽으로 계속 움직여서 물이 반드시 올라가게 되지. 반대로 그릇의 속력이 빨라지면, 물은 느린 상태를 계속 지니고 있으니, 이 새로운 힘[impetus]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뒤로 처지게 되지. 뒤쪽 끝으로 몰리게 되니까, 그 부분에서 약간 물이 올라가지.
▶ 심플리치오 : 내가 수학자나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이것은 일견 커다란 모순 같네. 전체는 일정하게 움직이는데 거기에 늘 붙어 있는 각 부분들은 불규칙하게 움직인다니……. 전체에 대해 성립하는 원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격언에 어긋나는군.
▶ 살비아티 : 심플리치오, 내가 이 모순이 옳음을 증명하겠네. 우리가 이미 말했듯이, 지구는 두 종류의 움직임을 갖고 있어. 하나는 연주(공전)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가 자신의 중심 주위를 움직이는 자전운동이지. 이 운동들은 둘 다 균일하지만, 이 둘을 더하면 지구의 각 부분들은 고르지 않은 운동을 하게 되지. 즉, 지구가 자신의 중점에 대해 자전을 할 때 각 부분들이 서로 반대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일주운동과 연주운동을 더한 절대운동은 표면의 각 부분이 시간에 따라서 가속이 되었다가 또 그만큼 감속이 되었다가 하게 되네. 만일 물그릇의 경우에 속력이 빨라졌다 늦어졌다 하면 거기에 담긴 물이 전체 길이를 따라 뒤로 쏠렸다 앞으로 쏠렸다 하면서 양 끝에서 물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것이 참이라고 한다면, 바닷물의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이게 바로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원인이야. 이것 없이 밀물과 썰물은 생기지 않아.
▶ 심플리치오 : 뭐라 할 말이 없네. 나는 창의력이 부족하니 뭐라 말할 것이 없고. 이것이 워낙 새로운 이론이니 남들이 뭐라 말할지 짐작하지도 못하겠네. 그렇지만 만약 이런 주장을 학회에 나가서 제시하면, 이것의 의문점을 들춰낼 철학자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을 거야.
첫댓글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