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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캐스트’가 국내에도 정식 출시됐다. 크롬캐스트는 TV의 HDMI 단자에 연결하는 자그마한 동글이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의 콘텐츠를 TV에서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다. TV 종류나 제조사, 화면 크기에 관계 없이 어떤 디스플레이든 쓸 수 있다. 대신 크롬캐스트가 직접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공유기가 필요하다. 크롬캐스트의 구성은 HDMI 단자에 꽂는 동글 하나가 전부다. 저장공간은커녕 흔한 리모컨 하나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PC가 리모컨이 된다.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화면 위쪽의 크롬캐스트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보던 영상은 TV 화면으로 옮겨서 나온다. 스마트폰은 콘트롤러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는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처럼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할 수도 없고, 앱을 띄우지도 못한다. 인터넷에 클라우드로 저장된 콘텐츠들을 불러오는 역할을 할 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다. 유튜브의 모든 콘텐츠는 온라인에 등록돼 있어, 고유의 인터넷 주소만 있으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유튜브를 크롬캐스트에서 보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콘텐츠를 내려받아서 TV로 보내는 게 아니라, 유튜브 영상과 보던 장면이 담긴 인터넷 주소를 크롬캐스트로 전송하는 것이다. 크롬캐스트는 그 주소로 유튜브에 접속해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직접 스트리밍해서 TV로 보여준다. 크롬캐스트처럼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은 정확한 용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개 ‘캐스팅’으로 통한다. 캐스팅은 스마트폰에서 콘텐츠 파일을 읽고 화면 혹은 소리로 만들어 TV로 전달하는 방식인 ‘미러링’과는 차이가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스마트폰과 PC의 화면을 전송하는 것이 미러링, 온라인과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는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와 재생 정보를 크롬캐스트로 전송해주는 것이 캐스팅이다. 그래서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을 항상 TV 옆에 둘 필요가 없다. 유튜브나 구글 플레이 등의 재생 목록만 쏴주고 나면 그 스마트폰은 외출을 해도 되고, 심지어 전원을 꺼도 전혀 문제가 없다. 주소를 넘겨주고 나면 스마트폰은 할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다시 제어를 해야 할 때도 원래 주소를 넘겨준 기기가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도 된다.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여러 대의 크롬캐스트를 작동할 수도 있고, 하나의 크롬캐스트를 두고 여러 대의 스마트폰이 붙어 콘텐츠 재생 목록을 만드는 것도 된다. 구글은 이미 ‘구글TV’를 내놓았던 바 있다. 구글TV는 안드로이드를 셋톱박스나 TV에 올린 기기다. 리모컨이나 키보드, 마우스를 이용해 안드로이드와 그 앱을 이용해 TV 화면에 OTT(Over the Top)를 비롯한 서비스를 띄우는 방식이다. 구글TV는 TV 자체를 컴퓨터나 스마트TV에 가까운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지만, 크롬캐스트는 다른 기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안드로이드는 자체 앱이, 크롬캐스트는 클라우드 기반의 OTT 서비스가 필요하다. 크롬캐스트와 함께 OTT라는 말이 종종 눈에 띈다. OTT는 ‘Over the Top’을 줄인 말로, 딱히 우리말로 대체할 말이 애매하다. 대개 이전에 이용하던 방송과 통신 가운데 인터넷으로 대체된 서비스를 일컫는다. 인터넷으로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는 카카오톡도 OTT, 인터넷 라디오 앱도 OTT, 모바일 TV 서비스도 OTT다. 크롬캐스트의 경우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리밍 주소를 넘겨주는 OTT 서비스가 필요하다. 유튜브 뿐 아니라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영화 콘텐츠도 크롬캐스트로 작동한다. 그렇다고 구글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는 티빙과 호핀이 크롬캐스트를 이용해 서비스를 시작했고, 튠인라디오나 레드불TV 등 적지 않은 방송 OTT 서비스들이 크롬캐스트와 접속된다. 미국에서 처음 크롬캐스트가 나오자 매진 사례를 겪었던 것도 바로 이 OTT 서비스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값비싼 케이블방송 대신 월 9.99달러만 내면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을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 훌루의 인기가 매우 높은데, 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기기는 대개 100달러 선이었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는 단돈 35달러에 TV로 넷플릭스를 보게 해 주었고, 더구나 넷플릭스의 3개월 무료 이용권까지 얹어주는 바람에 실제 크롬캐스트는 거의 공짜로 나눠주는 꼴이 됐다. 이용자 입장에서 크롬캐스트라는 기기보다도 넷플릭스라는 OTT에 대한 목적이 확실했다는 점이 크롬캐스트가 짧은 시간만에 자리를 잡은 가장 큰 이유다. 스마트TV의 여러 기능 중 결과적으로 가장 구체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OTT 시장이기도 하다. 그럼 OTT 서비스를 볼 수 있는 기기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애플의 오랜 ‘취미활동’인 ‘애플TV’다. 애플은 TV 비즈니스를 가볍게 시작하는 듯했지만, 지난 1분기에만 2천만대의 애플TV를 팔아치웠다. 애플TV는 스마트TV처럼 그 자체로 OTT에 접속할 수도 있고, 크롬캐스트처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보던 콘텐츠를 캐스팅할 수도 있다. 애플 기기의 화면에 뜬 내용을 그대로 TV로 미러링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로쿠도 유명하다. 로쿠는 애플TV 같은 셋톱박스로 시작했지만 최근 크롬캐스트처럼 생긴 스틱 모양의 기기도 내놓았다. 역시 간단한 운영체제가 들어가 있어서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HBO 등의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다. 기기 가격은 50달러 선으로 크롬캐스트보다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가장 저렴한 OTT 시청용 도구 가운데 하나임엔 틀림없다. 아마존도 자체 셋톱박스가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저가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심은 이른바 ‘안드로이드스틱’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다음TV’를 들 수 있다. 다음TV는 네모 형태의 자그마한 셋톱박스로, TV튜너와 더불어 인터넷을 이용한 케이블 채널 수신과 다음팟의 영상 콘텐츠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예 이 다음TV 플랫폼을 디스플레이에 합친 스마트TV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무료 방송 채널들을 모아 놓은 에브리온TV도 ‘에브리온TV캐스트’라는 동글을 내놓았다. 이 기기는 자체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내장했고, 에브리온TV와 더불어 미라캐스트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의 화면을 TV로 미러링해 준다. 발행2014.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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