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크르렁 쿵..쾅...요란한 소리에 잠이 깹니다.
이른 아침 첫 출발준비를 하는 화물열차를 연결하는 소리입니다.
영주에서 석포까지 출퇴근한다는 친구에게..오늘 아침은 제가 맛난 밥을 지어서 초대를 합니다.
아침을 항상 거르는 친구는 오랜 추억에 묻힌 캠핑의 맛을 다시 느껴보고자 반갑게 초대에 응합니다.
서둘러 쌀을 씻어 알콜버너에 밥을 짖고..
어제 저녁 식당에서 먹고 남은 오징어불고기를 싸달라고하고, 마트에서 사온 인스턴트 미역국이 반찬의 전부입니다..
에궁..이런...
그만 실수를...ㅠㅠ
알콜이 부족해서 보충하는데 버너주위에 넘쳐서 불이 붙은것을 잘모르고
(낮에는 알콜 불꽃은 잘 안보입니다.)
미역국 코펫을 다시 올려놓을려다가 불꽃이 뜨거워서 그냥 쏟아버렸네요...ㅠㅠ
어쩔수 없이 오징어불고기만 밥을 먹습니다. 맛나게...ㅎㅎ
친구..너무 맛있어 합니다..덩달아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맛난 커피까지 한잔 대접받고....이제..아쉬움을 뒤로 하고 출발해야지요....
태백으로 가는 길은 포장상태가 좋고..약한 오르막이라고 하나..거의 평지성이라.
제법 속도를 올려봅니다....하긴 어제 겨우 80키로 밖에 못왔으니..넘은 120여키로.
아니지..."여기가 아닌가벼"를 몇번한걸 포함해서 80키로니...앞으로 남은거리는 대략 140여키로.되겠군..ㅠㅠ
사진에도 보시다시피.오늘도 영동선철도가 벗이 되어 줍니다.
중간에 만난 동점역..
이곳도...역사에 자물쇠로 굳게 닫힌...
시간이 갇혀있는 곳이군요..
저기앞 구문소에서 저는 우측길로 갑니다.
갑자기 제 뒤에서 자전거라이더 한분이 휑하니 추월해서 갑니다..
이런..오랜만에 만난 취미가 같은 사람들인디...인사라도 하고 가시지라고 하는 아쉬움과..
에이씽...30킬로 짐차로 확 따버려..인사성없는 분께 분풀이 하고 싶은 오기가 발동하려구 합니다..
하지만..!!
객기를 부리기에는 구문소가 저의 다리를 붙잡습니다.
"그냥 갈수 없잖아....마음도 가져가야지.."~~ 이런 노래가사가 떠올라지네요..
구문소의 유래가 적힌 사진을 찍었는데.....음.....어디로 갔는지 읍네요...ㅠㅠ
아까비..
나의 친구인 영동선 열차는 여전히 저랑 동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헤어져야 할 운명이라...다시 사진을 한컷 찍어 둡니다.
누군가가 시간이 멈춘땅이라고 표현한..태백시 영역에 접어들었습니다.
철암역입니다.
시간이 멈춘동네...그 중에서 언벌런스하게 색동옷으로 억지로 꾸며진 철암역...
어색합니다..
철암탄광 역사촌..
남겨야 하나..부수어야 하나...
철암동..장성동...탄광촌은 저에게는 구지 역사관의 건물속을 들어가 보지 않아도
저의 머리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엇그제. 문경진폐증요양병원에 계신 이모부님....저의 아버님..그리고 큰아버님.
고난의 시대에 장성탄광촌에서 광부생활을 하시었고..
파독광부로 대한민국 건국의 씨앗이 되셨던분들...지금은 그때의 휴유증으로 ㅠㅠㅠ~
그리고..저또한 장성, 문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곳..~~
시커먼 강물에서 놀던 추억들이..
아스레한 추억이...가슴속 한켠에서 마구 쏟아져 나롤려는 것을
억지로 눌러서 묻어두고자 도망치듯 빠져나옵니다.
아직도 탄광의 흔적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군요..
시간이 멈춘곳...아니..시계추가 돌지않는곳.....태백시도..언젠가는
엇박자로 울긋불긋한 부조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날이 있겠지요.?
어슴프레한 추억속에...제가 유년시절 저런곳에서 생활한것 같기도 한 기억도..가슴속 한켠에서...
중도에 들린 백산역...
마찬가지로 시간이 멈추어선 곳....
아직도 연탄공장이 남아 있네요..ㅎㅎ
사진 좌측 아래쪽 구석을 보면..작업하시는분 두분이 그늘에서 쉬고 계신데..
얼굴이 온통 숯검댕이로.....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마우신 분들이죠..
이제 철암에서 연화산을 넘어 태백시로 가야 합니다.
나의 벗 철로는 연화산을 터널로 넘고, 저는 잠시 헤어져서 고갯길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 넌..시원한 터널로 가거라..
난..뜨거운 아스팔트로 연화산을 넘으리..~~
연화산을 넘어서 다운힐하는 도중에 큰 운동장이 있더군요..
그런데 한켠에 있는 kbs방송국 차량들..
호기심이 발동하여 살펴보고자 들렀으나... 뭘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하고..
저..여자선수의 종아리와 다리 근육이 눈에 들어옵니다.
와우..만약 자전거를 탄다면..난...근처에도 못가겠네...왕..부럽네...
아하..이곳이..해발 634...그래서 이곳에서 훈련하는구나..
연화산을 넘어온 철로와 다시 만났습니다. 방가워서 인사라도 하고 싶더군요..
태백시..
이제..헤어져야 할시간이 다가옵니다.
철로도 ..낙동강도..
지금 이곳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못입니다..
저..돌다리로 아래로 황지못의 물이 흘려 흘려..낙동강이 되는군요...
이제..낙동강과는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여기는 태백역...
오랜시간 나의 벗이 되어준..철로와도 헤어질 시간입니다.
태백역에서 철로와의 헤어짐이..마지막인줄 알았더니..
어평재로 가는 길에 문곡역이 있더구요...
다행입니다...헤어짐의 시간을 잠시라도 더 가져봅니다..
이곳은 태백산과 함백산의 가운데를 지나는 어평재입니다.
사실 도로표지판에는 화방재로 되어있죠..
우측길로 가면 만항재를 거쳐 우리나라에서 자전거가 올라갈수 있는 제일 높은 곳 함백산(1,570미터)으로 갈수 있고요..
직진하면 제가 가야할 길..영월땅입니다.
아..이곳을 제가 왜..어평재라고 부르냐고요.
이곳은 쫗겨난 단종이 이곳에서 단 한평이라도 내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한탄하여 어평재라고 불리었는데
일제시대때..일본관리의 성을 본따 화방재라고 지리책에 기록한것을 해방후에도 그대로 사용하여 화방재라고
내려온다는 설이 있습니다... 진실유무를 떠나서 논란이 있고...어평재라는 돌비석도 있었던 만큼..
하루 빨리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함백산북쪽에는 두문동재와 건의령이 있는데...건의령은 고려말 충신들이 의관을 벗어두고 두문동에 들어가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았다고 하여 건의령과 두문동이라고 불리어 졌다고 합니다.
제가 왜 새삼스럽게 이런이야기를 꺼내놓냐구요...
어평재를 다운힐 하면서 갑자기...그럼 두문동에 사신분들은 지체높으신 분들일텐디...그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설마 직접 농사를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어서요..ㅎ
근데..다운힐 도중에 왜..그런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는지...저도 잘..모르겠네요..ㅎ
어평재부터는 김삿면까지..주구장창 다운힐 또는 평지 입니다....어제의 고단함이 오늘은 쉬이...가는 여정으로
보상받습니다.
드뎌. 이번 여정의 최고의 미션.임파셔블..에 도전합니다.
고치령...소백산 고치령입니다.
고치령은 김삿갓면을 지나 마락리 방면으로 진출하여 소백산을 넘는 고개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블루베리 농장부터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됩니다...
오늘의 미션이 뭐냐구요..
전..미션달성을 위해 일부로 점심도 굶었습니다.....(너무 허기져서 옥수수하나는 먹었지만요..ㅎ)
그건..바로..30키로 자전거로 고치령을 올라서 고치령샘물로 라면을 끓여먹는 것입니다.
쉬워보이죠..ㅎㅎㅎ 한번 도전해 보시죠...~~
고치령..이번이 세번째인데...무거운 짐차로는 처음입니다..
경사도..음..셉니다..백두대간상의 모든 고갯길을 종주했던 경험상..백두대간 고갯길중 상급에 속하는곳입니다.
센곳이 대략 20%이상...약한곳이 12~15%선...
힘들게 힘들게..호흡을 조절하면서..(이긍 최저속도 3.6키로도 잠시 기록해 보았네요...쩝)
우찧든 간신히 무끌바로 고치령 샘물에 도착했습니다...
앗싸...라면 끓여먹어야죠 ~~..
주위에 계신분들...라면냄새가 어찌 이리 구수하냐구..하시지만..
그렇다고 나눠드리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배도 고프고해서 염치불구하고 혼자 다 먹어치웁니다.
고치령 산신각을 뒤로 하고..봉화로 ....
고치령이후 봉화까지 25키로...젖먹던 힘까지 꺼내서 페달을 무지 즈려밟았지만..
가족들이 기다리는 영주역에는 30분여 지각을 했네요...ㅎ
이틀간 저의 벗이 되어진 철로와 낙동강과 달님..
그리고 소백산 삼가리의 김은보화백, 석포역의 박재영친구....너무 고맙습니다..
첫댓글 여덟번째 사진의 교량이 마치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인 설경구가 양팔번쩍 치켜들고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절박비통하게 외치던 그교량을 떠오르게하는 아주아주 오랜시간의 흐름속의 교량같네요
ㅎㅎ 아정이님도..감성이 풍부하신..멋진분일듯요..
한가한 토요일 마지막자락 시간에 ...무더운날 속 에서도 시원한 바람 한조각 맞으며..단 숨에 다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아쉬움이 남네요? 자루님의 행복한 라이딩 기원합니다.
네..일부로 시간내어 읽어주시어..제가 감사를 드려야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