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친교(koinonia)
교구 설정 120주년을 바라보면서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로 실천의 해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두 번째로 친교의 해이다. 친교는 두 가지 의미를 띤다. 하나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수직적 관계이며 또 하나는 사람과 사람과의 친밀한 수평적 관계이다. 후자는 이웃 간에 정을 나누고 함께하는 공동체의 화합이며 하모니이다. 특히 신앙 공동체에서 나눔과 베풂, 배려에서 더욱 돈독한 관계가 형성된다.
내가 속한 본당에는 친교의 행사로 구역별 합창 경연이 있으며 치맥 페스티벌이 계획되어 있다. 우리 구역은 매주 일요일 중심 미사 뒤에 모여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하모니를 이루어 간다. 여러 사람이 부르는데 한 사람이 부르는 목소리처럼 들린다. 지금까지 서로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먹한 관계였다. 그러나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노래도 같이하니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과 시선이 마주하여 표정이 환한 웃음이 만면하다. 그것은 내적 사랑의 물결이 서로에게 흐르기 때문이다.
본당은 ‘휴식’의 공간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일상에서 지친 사람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영혼을 쉬게 하며, 다음을 위한 재충전의 공간이다. 미사와 성사를 통해 힘을 얻는다. 그 한 방편이 친교이다. 노래도 기도의 한 방편으로 노래를 통한 통교로 하나가 된다. 음악이 마음을 움직이며 주고받기 때문이다. 요즘 대중가요에도 가사 내용이 시처럼 마음에 와닿으며 함께 웃고 즐기며 마음의 찌꺼기를 비워낸다. 음악이 우울한 마음을 웃고 기쁘게 하니 얹힌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처럼 신선한 묘약이다.
우리 구역에서 함께하는 노래는 성가집에도 나오지 않는 곡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답고 신선한 곡이다. 어떤 수도원의 수녀께서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곡은 ‘축복의 노래’로 가사의 한 부분은 이렇다. “그대는 주님의 사람/ 처음부터 축복된 사람/ 이 세상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복을 나누는 그대여/ 그대 만나는 모든 사람들/ 그대 존재로 행복해지고/ 그대 또한 평화 자유 누리게/ 두 손 모아 축복합니다.”
구역공동체는 매주 함께 모여 연습을 통해서 친교가 돈독해졌다. 각자의 목소리가 하나로 화음이 되어 가는 모습처럼 구역의 신앙 공동체가 하나로 일치하는 모습으로 되어감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았다’ 하실 것 같다. 모든 행위는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이며, 또한 구원의 손길이 우리에게 내려지기를 간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