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의 자랑이자 우리나라의 큰 어르신이었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선종 10주년을 기념해 추모 전시회와 음악회가 열리는 날 (15일) 이다. 총동창회가 주최해 모교의 아트센터와 대강당에서 펼쳐지는 행사가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거센 비가 내리는 등 나쁜 날씨 탓에 참여 인원이 예상했던 것 보다 적으라는 우려가 대두 된다.
이만득 총동창회장 진두지휘 하에 집행부가 참여인원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톡방을 통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다행히 먼저 열리는 전시회 근저에 비가 거의 멈춘 상태라 집행부를 다소 안심시켰으리라 여겨진다.
5시30분 이 총동창회장의 축사로 전시회가 열린다. 7월25일 (목) 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20여명의 모교 아티스트들이 내놓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추기경님의 여러 모습이 애잔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온 국민이 겪은 큰 어르신을 잃은 슬픔이 바로 어제 같은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니 세월의 덧없음을 통감한다.
안 사람과 다시 전시회에 오려고 마음을 잡았기에 대충대충 보고 6시에 저녁을 같이하기로 한 이재묵과 정훈진을 만나러 근처에 있는 유명한 손칼국수 집으로 간다. 이 총동창회장과 집행부원들도 떼거리로 몰려든다. 음악회가 7시에 시작하니 그 사이에 간단하게 배를 채우려는 탓이다.
식사를 끝내고 음향시설이 좋은 모교 대강당에 들어선다. 박재진이가 이미 와 있다. 곧 이어 김순화와 서규석이 나타난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바로 전 정한성, 최종락과 홍선우가 들어선다. 염수경 추기경님의 김 추기경을 기리는 축사로 음악회가 문을 연다.
트리니타스 챔버 오케스트라가 정주현 지휘로 800여명의 동문과 식구들을 위해 김 추기경님에 대한 회상의 날개를 펼쳐준다. 정 지휘자는 훈진의 아들로서 제2의 정명훈의 후계자로 키워지는 몇 명의 촉망을 받고 있는 음악도 중에 하나이다. 연세대와 베를린 대학에서 연수한 40대 초반의 지휘자이다.
무대 뒤편에 걸어놓은 세 장의 김수기 추기경님의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객석에서 오른 편에 있는 추기경님은 그 분 특유의 바보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서로 사랑 하십시요” 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려고 나오려는듯한 모습이 온몸을 전율로 감싼다.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40대의 모교 교장신부님이 김 추기경님의 애창곡 “애모”를 부르자 많은 동문과 식구들이 따라 부르는 감동적 장면이다.
음악회가 마치고 9시 쯤 친구들과 모교에서 대로 건너편에 있는 호프집에서 식사로 대신 할 수 있는 찹쌀이 들어간 통닭구이와 생맥주를 들며 김 추기경님을 그리워한다. 특히 모두가 우리나라가 나락에 빠져들고 있는 작금에 큰 어르신이었던 추기경님의 역할을 애타게 갈망한다.
호프집을 나와 근처의 카페에서 훈진이가 친구들을 위해 한턱을 쏜다. 11시 경 모두가 추기경님을 다시 한 번 기리며 무척 그리워 할 거라고 생각하며 숙연해진 발걸음을 집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