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닌 섬 오이도에서의 하루
(작가회 야외 행사)
11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2018.11.30)은 초우 작가회에서 문복희 교수님을 모시고 마무리 모임을 야외에서 하는 날이다.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서 걱정스러웠지만 흐린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고 미세먼지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오전 10시에 지하철 4호선 종점인 오이도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허복례샘을 판교역에서 만나서 승용차로 같이 갔다. 10시 5분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어서 2층 역사(驛舍)로 올라가니 문교수님과 부지런한 샘들(허원·이재홍·류숙자·김미라샘)이 먼저 와서 카페에 앉아 계셨다. 이어 김청·박송희샘이 오시고, 조형자·서희정샘도 오셔서 모두 11명이 모였다. 차를 마시며 하루의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 탐방 장소는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이다. 2대의 승용차와 1대의 택시로 오이도역을 출발하여 선사유적공원에 도착했다. 그곳에 가니 운명적인 해설사를 만났다. 가천대학교의 전신인 경원대학교를 졸업한 여성분이 해설을 하러 나왔다. 문교수님과 우리는 마치 한 식구를 만나듯 기뻤는데, 해설사도 우리들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고 들뜬 표정으로 해설을 했다.
해설사가 선사 유적 공원에 대한 개요를 말했다. 오이도는 현재 시흥시에 속한 곳으로 지금은 간척을 하여 육지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야산을 끼고 남북으로 긴 모양의 섬이었다. 오이도 유적은 우리나라 중부 서해안의 대표적인 패총으로서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200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후 오이도 선사유적 공원을 조성하고 2018년 4월 10일에 개장했다. 그 당시 섬 안에 설던 사람들을 모두 이주시켰다. 이곳에는 선사체험 마을과 선사마당, 야영마을, 발굴터 등이 조성되었고, 패총 전시관과 전망대를 갖추고 있고 공원의 정면 앞쪽으로는 빙 둘러서 과거에 섬이었던 것을 나타내려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방문자 안내소 앞에서 선사 유적 공원의 개요를 들은 후 해설사를 따라서 움집 체험이 가능한 야영 마을로 향했다. 이곳은 1박2일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 야영 마을은 한 가운데 모닥불이 있고, 그 주위로 원뿔과 사각뿔 모양의 움집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제 겨울철로 접어들어서 움집의 문은 잠겨 있었지만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는 야영을 하며 신석기인들의 삶을 체험한다고 했다.
이어 선사유적공원을 대표하는 패총(조개 무덤)을 보러 패총전시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잘 자란 억새를 보고 다들 기분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다. 교수님께서 해설사에게 교수님께서 직접 쓰신 시집을 선물로 주었다. 시집이 많으면 이럴 때 선물로 줄 수 있으니 참 좋은 것 같다. 나도 빨리 시집을 만들어야 할 텐데. 아직 잘 쓰지를 못해서 걱정이다.
패총 전시관에 이르는 낮은 언덕은 억새들이 잘 조성된 억새 길이었다. 겨울의 문턱이지만 아직도 억새꽃이 바람에 날리며 우리를 환영하고 있고, 자기들을 봐 달라고 하얀 손을 내밀고 있다. 패총 전시관 앞에서 내려다보니 맞은편 언덕은 전체가 억새밭이었다. 한낮의 태양빛을 받아 억새들이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있는데, 약간 몽환적이면서 아스라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달 전쯤에 왔으면 훨씬 더 장관일 것 같다.
패총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관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한쪽 벽엔 ‘선사시대의 타임캡슐 시흥 오이도 유적’이란 제목으로 오이도에서 발굴한 패총 유적지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있고, 다른 쪽 벽에는 우리나라 전국의 신석기 시대 패총 유적지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있는데 지도에 위치를 표시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가운데 바닥에는 2개의 움집을 원형대로 복원한 모조물을 만들어 놨는데, 가운데 화덕이 있고, 주변에 기둥을 세운 구멍이 있다.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서 그 위를 밝고 지나다니면서 구경하게 해 놓았는데, 우리 교수님은 그 위를 지나가시는 것만으로도 무서우신가 보다.
그리고 전시관의 하이라이트인 패총은 전시실 앞면에 단면을 그대로 복원하였다. 연대별로 지층의 단면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신석기 시대부터 통일 신라 시대까지 거주민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질이 퇴적층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패총을 발굴하면서 빗살무늬 토기, 화살촉, 간돌 도끼와 같은 생활 용품들도 같이 출토 되었다.
마지막 코스는 전망대이다. 오이도 앞바다와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전면에 송도 신도시가 조성되어 있어서 바다로 넘어가는 해넘이를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여튼 높은 곳에 올라가니 그 일대가 잘 보여서 가슴이 탁 트였다.
선사 유적지를 구경하고 나서 식사를 하러 해설사와 작별을 하고 떠났다. 오늘 식사는 오이도 정동진 식당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데 식당 2층으로 올라가니 전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고, 바다가 잘 내려다 보였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가 차려졌고, 푸짐한 만찬이 중국집 코스요리처럼 나왔다. 기본 쓰키다시에 주꾸미 볶음, 파전, 조개찜, 회, 우럭 구이, 매운탕까지 우리는 행복감에 다들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대형 냄비에 나온 조개찜은 오늘 요리의 압권이었다. 키조개, 굴, 모시조개, 소라, 이름을 잘 모르는 조개 등 굉장히 푸짐했다. 연회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먹으니 오늘 저녁은 그냥 통과해야겠다.
다음은 작가회 회의를 하러 카페 251로 갔다. 가는 도중에 오이도에 오면 꼭 들른다는 빨간 등대를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사진은 남기자고 하여 중간에 차를 세우고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카페 역시 바다를 면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도 2층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 앉았다. 취향에 맞는 음료와 조각 케이크를 먹으면서 김미라 총무님의 사회로 회의를 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문교수님께서 짧은 강의를 하셨다. 우리 교수님은 우리를 아끼셔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터닝 포인트--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정확히 그날을 기억할 수 있다.
처음 사막을 향해 떠났던 그날,
벌써 35년이 흘러버린 바로 그날,
내 인생은 180도 바뀌어 버렸다.
내 나이 열일곱 살이었다.
6주 동안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함부르크를 떠나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거쳐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사막 여행이었다.
-아킬 모저의 <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 중에서-
*십대의 사막 여행 한 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경험, 운명을 바꾸는 점 하나,
그것을 가리켜 ‘터닝 포인트’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출발의 점!
위대한 시작입니다.
교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나서, 김미라 총무님이 허원 회장님부터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라고 했다. 허원회장님은 문복희 문학상에 관해 카페에 올린 글을 복사해 오셔서 나눠주시면서 자세히 말씀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 작가는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 작가가 되면 끝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많이 써야 한다. 시는 위대하다. 당신의 경험을 토대로 시는 생명을 구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손에 꼭 쥐는 보석이어라”라는 문교수님의 시 한 구절이 당신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독자들마다 감동을 받는 시는 다 다르기 때문에 시집을 여기저기 많이 돌릴 필요가 있다. 난 잘 쓴 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떤 분이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 분이 계셨다. 이런 주옥같은 말씀을 하셨다.
류숙자샘은 초우가 커야 내가 큰다. 따라서 초우문학상 같은 것을 통해 우리 교수님이 커야 한다. 초우문학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우리 회원들이 교수님을 잘 따라서 초우문학이 상아탑처럼 우뚝 솟게 하자고 하셨다. 박송희샘은 초우문학상을 만들면 운영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셨고, 김청샘은 운영 규정 등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시며 박송희샘과 비슷한 제안을 하셨다. 교수님께서 박종화 문학상을 타신 것을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초우의 발전을 위해 터닝 포인트를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허복례샘은 작가회 회원들이 많이 참석해서 토론해야 더 발전적인 의견이 나올 것 같다. 초우문학상에 심혈을 기울여야 문학상도 빛나고 작가회도 발전할 것이다라고 하셨고, 이재홍샘은 박종화상 수상과 초우문학상 제정을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작가회가 발전해야 초우가 발전한다고 하셨다. 이어 당신의 터닝 포인트는 문복희 교수님을 만나 시를 공부하고 등단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서희정샘은 아직 작가회원은 아니지만 오늘 참석해서 여러모로 고마웠고, 당신의 터닝 포인트 역시 교수님을 만난 것이고, 초우 문학의 발전을 기원하다고 하셨다. 조형자샘은 3년 전 가천 시창작반에 들어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힘이 닿는 데까지 초우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는 책을 많이 읽고 있으며, 내년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하셨다.
나는 작가회의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렸다. 우선 작가회는 자주 모여야 하고, 글을 많이 써야하며, 최소한 동인지는 발간해야 할 것 같다. 책도 같이 공부하고, 좋은 시나 자작 시를 같이 나누고 발전적인 모임으로 만들어 시를 공부하고 등단한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 사회를 보는 김미라샘도 제 의견에 동의하며, 공부하고 시를 쓰며, 동인지를 발간하는 작가회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교수님께서 마무리 말씀을 하셨다. 초우 문학에서 박종화 문학상 수상은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초우 10주년을 맞아 초우문학상을 제정하기로 임원회의에서 이미 결정했고, 여러 가지를 잘 준비해서 내년 3월에 자세히 발표하겠다고 하셨다.
선사유적공원도 가고, 맛있는 점심 식사도 하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차을 마시면서 진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예정 시간인 오후 3시가 넘었다. 우리 일행은 카페에서 나와 마지막으로 바다를 한 번 더 보고 가기로 했다. 마침 가까이에 함상 전망대가 있어서 배에 올라가서 바다도 내려다보고, 배의 키도 잡아보면서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었다.
물이 빠진 젖은 갯벌 위로 햇빛이 보석처럼 반짝였고, 맑은 하늘의 흰 구름 몇 점이 하얀 웃음을 보냈다. 갯벌은 파도의 물결무늬를 그린 채 밀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댓글 채기병 회장님, 역시 기록의 달인이십니다.
오이도에서의 하루를 훌륭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모임에 함께할수 있음에 감사했고
뜻밖에 오이도 선사 유적지
동행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저도 꼭 작가모임에 입문 할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 했습니다~~~
회장님 한순간도 빠짐없이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쟁이 우리 회장님 감사요~~~^^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않가도 못 가도
함께간 느낌 입니다
소상히 그려주신 채 선생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초우 문학의 보배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순서대로 썼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채기병선생님,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는 감동적인 오이도 탐방. 나날이 발전하는 작가회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김미라샘이 작가회의 주축이십니다.
사진만 보고 너무 부러웠는데 글로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작가님이 같이 갔으면 했는데, 아쉽습니다.
강복례샘이 오셨으면 더 빛났을 자리였습니다.
빨리 한번 오이도에 가 보고 싶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은 이처럼 감동적인 여행이 되지는 않겠지만...
학교 수업이 있어서 못 가셨지요. 교수님과 같이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에야 작가회 행사일정 탐독했습니다
불참한 주제에 할말도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함께였습니다
상세히 여과없이 기록해주신 도여 선생님 잘읽고 꼭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초우작가회의발전이예고됩니다.
다들 훌륭하십니다.
회장님이 안 계셔서 허전했습니다. 좋은 계절에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