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서울에서 해맞이 3대명소로 꼽히는 응봉산으로 가서 혼자서 해맞이를 했다.
이전에는 아내와 함께 워커힐 피자헛에서 했었는데 이참에는 그녀가 집에서 식솔들을 감당해야 해서였다.
어둠이 껌껌한 이른 아침 강변역에서 2호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내려 4번출구로 나가서 그 곳 가까이 갸는 마을버스 08번을 탔다. 젊은이들도 많이 탔는데 보아하니 그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응봉역을 지나면서부터는 골목골목 비좁은 길에 승용차들이 박혀있었는데. 해돋이를 보려고 온 차들로 생각되었다. 버스는 교통들의 안내를 받으며 일방통행으로 간신히 나아가서 고갯마루에서 섰다.
버스에서 내리니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가득 채웠다. 군데군데 구청에서 나온 안전요원들이 신호봉을 가지고 쉰목소리로 '천천히 가시라'라고 소리했다. 좁은 길에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등산로입구 계단에 이르자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갈길이 막혔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동안 몇 차레나 멈추어야했다. 모두가 인해전술로 고지로 향해서 진격하는 형국이었다.
정상에 거의 왔을 무렵 WC에 들려서 부피를 줄이고는 앞사람의 꼬리를 물고 비집고 간신히 정상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어서 '옷을 가볍게 입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각정 전망대를 배경으로 오로라 같은 조명이 빛나고 그 아래에서는 여흥을 돋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가수가 귀에 익은 노래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해돋이 식전행사가 거창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귀는 무대쪽으로 향했지만 눈은 한사코 해돋는 곳을 찾았다. 노래가 몇 곡 끝나자 구청장이 나와서 축하멘트를 했고 이어서 쪽지소개가 이어졌다. 누구네 엄마는 '우리 아들이 건강하고 엄마 말 좀 잘 들었으면 좋겠다'하고 누구네 식구는 '새해에는 돈 좀 덜 벌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어서 사회자가 군중들에게 '옆 사람과 새해덕담을 나누시라'고 해서 혼자 온 나는 바짝 붙어있는 어떤 모녀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했다. 그녀들도 말 배우는 애들처럼 그대로 따라서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혹시나 해가 솟아오르는지 늘 동녂을 향해보았다. 모 방송사는 사다리 위에서 커다란 카메라로 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마다 손을 높이 뻗혀서 동녘하늘을 찍고는 '해가 안 보인다'고 했다.
그 무렵 사회자의 멘트가 아쉽게 나왔다. "방송메서는 '오늘 해맞이가 좋을거라'고 했는데 막상 안개가 심해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없네요"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아니하고 동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갈 길을 생각해서 군중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서울숲으로 가는 퇴로'를 알고 있던터라 올라왔던 길이 아닌 곳으로 향했다. 조금 내려오니 중간에 커피와 라면을 파는 곳도 있었다.
출구로 나와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이 길목에도 사람들은 동녁을 향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렁 난간에 기대어 동쪽을 보니 구름사이로 해가 상당히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로는 한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어떤 여자에게 부탁하여 희미한 해돋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겼다.
첫댓글 워커힐호텔에 있는 피자집은 피자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