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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사랑방이야기75 귀동이 아비 주색잡기에 빠진 남편 때문에 ‘과부 아닌 과부’가 된 풍천댁 풍천댁은 수심이 깊다. 꿈 많은 처녀적엔 양반 대갓집 일등 규수로 별당에서 사군자를 치고 대감댁 둘째 아들에게 시집갈 땐 뭇사람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지만 호강은 거기까지였다. 하지 않는다고 시집 식구들이 의아해하는 눈초리를 보내더니만 2년이 지나자 모두가 싸늘해졌다. 주색잡기에 빠져 신부 방에 발길을 끊으니 풍천댁은 과부 아닌 과부가 되었다. 모란 향기가 코끝을 감돌고 나비도 산새도 짝짝이 노니는 걸 보고나면 그날 밤은 바늘로 허벅지를 찔렀다. 신랑이 첩살림을 차리고 아예 집에 들어오지도 않자 풍천댁은 석녀 딱지를 붙이고 시집을 나와버렸다. 시집에서는 은근히 나가기를 기다렸고 친정에서는 시집 귀신이 되라 다그치니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영월로 갔다. 동강물을 보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러곤 솟을대문에 처마가 날아오르는 큰 기와집을 한채 사서 고급 요릿집을 차렸다. 친정어머니한테 배운 음식솜씨는 시골 사람들 입맛을 홀려놓았다. 마당쇠에 찬모를 셋이나 둬도 일손이 모자랐다. 양반이다, 가문이다 체면 따위는 청령포 동강물에 띄워 보내버렸다. 그러나 몸에 밴 품위는 잃지 않아 영월 토호들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영월에서 글깨나 하는 선비들도 풍천댁 글에 밀렸다. 손님을 다 보내고 대문을 잠그는데 어디서 마셨는지 술이 거나하게 오른 박 초시가 대문을 밀고 들어왔다. 신언서판이 빼어난 데다 풍류마저 넘치는 박 초시를 맘속에 담아두었던 터라 풍천댁은 웃는 얼굴로 그를 맞아 안방에 손수 술상을 차렸다. 시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나누다가 풍천댁이 금침을 깔고 촛불을 껐다. 가슴에 털이 숭숭한 박 초시는 현란한 솜씨로 풍천댁을 엎고 뒤집고 비틀고 메쳤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남자 품에 안겨 요분질을 해대던 풍천댁은 세번이나 혼절했다. 박 초시를 보내놓고 삭신이 녹아드는 데도 흐뭇한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소문이 나도 그만. 한강에 배 떠난 자리 표가 나는가. 나는 석녀다. 잃어버린 세월 벌충하리라. 목신을 아궁이에 던져버렸다. 봇물이 터졌다. 영월 한량치고 그녀와 합환을 하지 않은 이 없고, 영월을 들락거리는 거상치고 그녀와 잠자리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풍천댁이 헛구역질을 하더니 배가 불러오는 게 아닌가. 한의원을 찾았더니 그녀는 석녀가 아니고 남편이 씨가 없다는 것이다. 풍천댁은 망연자실했다. 깨어나서 그 이후엔 일체 치마를 벗지 않았다. 귀동이라 이름지었다. 귀동이 돌이 되었건만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 심란한 나날을 보내는데, 하루는 사또가 육방관속을 데리고 풍천댁 요릿집을 찾았다. 요리를 맛있게 먹고 흡족한 사또가 “자네 소원이 무엇인고?” 묻자 풍천댁은 기구한 팔자를 늘어놓고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아비를 찾아달라 하소연을 했다. 사또는 어렵지 않다며 큰소리를 쳤다. 한자락하는 다섯한량이 풍천댁 요릿집에 모였다. 귀동이 태어나기 열달 전, 풍천댁이 남자를 안방에 끌어들인 초창기 한달 동안 풍천댁과 잠자리를 한 이들은 박 초시, 이 생원, 백 대인, 김 진사 그리고 허 참봉이다. 하더니 다섯한량이 빙 둘러앉은 방 가운데 귀동이를 놓으며 말했다. “혈육은 지남철과 같아 본능적으로 제 아비한테 붙는 법이여.” 아무리 둘러봐도 어미가 보이지 않자 울면서 다섯한량을 본체 만체 아장아장 문 밖으로 나가 처마 밑에서 신발을 정리하던 마당쇠에게 안겨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이튿날부터 모두가 마당쇠를 주인나리라 부르고 풍천댁은 그를 서방님이라 부르며 하늘처럼 받들었다. 남자는말합니다ㅡ cafeapp 술이문제야 ㅡ cafeapp 그런사람 만나고싶다ㅡ =cafeapp 1972 년 풍경ㅡ cafeapp 정말좋았네ㅡ =cafeap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