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人生搖落緫悲秋
인생이 시들어 가을도 다 슬픈데
東野南華感㝡尤
맹교는 장자에게 더욱 감동했다네. 1)
萬竅各殊爭發籟
구멍마다 다르니 퉁소소리 다투고 2)
四時常有不平憂
사철에 언제나 불평하고 근심하네.
漁津可笑貪功鷸
어항의 어부지리 찾음이 가소롭고 3)
戰地相逢角力牛
싸움터의 대결도 하찮은 싸움일세. 4)
固守林泉非善職
자연 고수함이 좋은 일만은 아니나
見危崖視反爲羞
위기에 처하면 부끄러워선 안 되네. 5)
_____
1) 동야남화(凍野南畵): 동야는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751-814)이고 남화는 남화경(南華經) 또는 장자(莊子)를 말하는 남화진인(南華眞人)을 뜻한다.
2) 만규(萬竅), 쟁발뢰(爭發籟): 만규는 수많은 관악기의 구멍들이고, 쟁발뢰는 구멍으로 내는 소리를 경쟁한다는 말이다.
3) 어진(漁津), 공휼(功鷸): 어진은 고기잡이 나루터이고, 공휼은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물고서 놓지 않아 어부가 둘 다 잡았다는 방휼지쟁(蚌鷸之爭)의 어부지리(漁父之利)인데, 그저 얻은 것을 공로로 탐한다면 가소롭지 않은가.
4) 각력우(角力牛): 와우각상지쟁(蝸牛角上之爭),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로 달팽이 뿔의 싸움이란 하찮은 싸움이라는 비유.
5) 견위애시반위수(見危崖視反爲羞): 나라에 위험이 옴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을 다른 표현으로 위험이 극도에 달했다면 수치스럽게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