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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8일 수요일
성동구청 신우회 예배 설교
시리즈 주제: 하나님의 경륜 3
제목: 하나님의 경륜과 ESG경영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6
설교를 위한 묵상
하나님의 경륜은 하나님의 경영이다. 나는 하나님의 경륜에 대한 지금까지의 설교를 정리하고 그것이 지속가능사회를 추구하는 이 시대의 정신과 어떤 점에서 겹치는지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세속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설교는 성경을 배우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우리가 이 세상과 인간, 그리고 가치와 목표에 대하여 바른 안목을 가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드러낼 것이다.
설교 개요
1. 성경이 들려주는 서사시, 하나님의 경륜
2. 하나님의 경륜과 ESG경영
3. 지속가능성과 번성, 그리고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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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경이 들려주는 서사시, 하나님의 경륜
성경은 이야기입니다. 성경의 이야기는 하늘과 땅을 다룹니다. 하늘은 하나님의 보좌요 땅은 그의 발판(발등상)이라고 예언자 이사야는 선포했습니다(이사야 66:1, 행 7:49). 성경이 들려주는 하늘과 땅의 이야기는 그림으로 제시됩니다. 그래서 그런 그림 이야기를 바이블 판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블 판타지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선명하게 새겨진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모든 기도와 찬양, 그리고 생각과 삶의 판단을 이끌어 가는 지도와 같고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난 주에 저는 예수님의 기도문을 소개하면서 하늘을 향한 간구와 땅을 위한 간구에 대하여 설명했습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하나님의 영광과 명예,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인간의 필요를 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문에서 인간의 필요는 일용할 양식과 사람 사이에 있는 잘못된 행동과 과실, 그리고 이 세상의 악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먹거리인 경제의 문제, 그리고 인간관계의 문제나 포용의 문제, 그리고 지속가능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시험과 악의 문제라고 새롭게 표현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하늘의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기도문은 결국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기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하나님의 경륜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경영이라는 말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경륜을 표현하는 성경의 용어는 오이코노미아 (oikonomia)입니다.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οἰκονομία oikonomia)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에베소서 3:9
경륜은 영어로 음역하면 economy입니다. 이 말은 경제나 경영을 의미합니다. 그 말을 더 나누면 집안 살림(oikos, house + nomos, law, rule)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경륜은 하나님의 집인 세상을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을 의미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어떻게 이 세상을 만드시고 경영해 가시는지를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늘의 뜻을 이 땅에 펼치는 과정이며, 동시에 이 세상을 생명으로 충만하게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의도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경륜을 배울 때 그 경영의 대상인 세상과 그 경영에 동참하도록 초청받은 인간, 그리고 그 경영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적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성경을 배우는 목적이 바로 이것을 알고 그 뜻에 동참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요새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ESG경영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2. 하나님의 경륜과 ESG경영
성경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경륜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경영하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경영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경륜인 오이코노미아와 우리 인간의 경영인 이코노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저는 한때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 나라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 둘은 서로 적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찬송가 351장 3절에도 ‘세상 나라들은 멸망당하나 예수교회 영영 왕성하리라’는 가사가 있습니다(제목: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사니). 그런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의 경륜은 이 세상의 경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 내세와 현세, 그리고 거룩한 것과 속된 것으로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하나님의 말씀을 새롭게 깨닫고 보니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새롭게 깨닫고 보니 찬송가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478장)을 부르면서도 이 세상은 마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임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이원론(dualism)적이고 이분법(dichotomy)적인 생각은 초대교회의 이단사상인 영지주의(Gnosticism)에 가깝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처음부터 맡기신 것은 이 세상을 맡아서 관리하고 다스리라는 것입니다. 성경의 마지막에도 하나님은 인간에게 새롭게 된 세상을 다스리는 임무를 주신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그들에게 비치심이라
그들이 세세토록 왕 노릇 하리로다
요한계시록 22:5
성경에서 여러 번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하나님이 그 백성을 심판하시는 이유는 그들이 땅을 더럽혔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민 35:33, 렘 2:7, 겔 36:17, 계 19:2). 하나님은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라는 복을 주셨고 그 복은 곧 땅이 복을 받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하나님께 범죄할 때 가장 먼저 땅이 저주를 받았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겠습니다(참 3:17).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땅을 관리하고 보존하고 회복하려고 할 때 그것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ESG경영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기업이나 관공서 등 어떤 단체를 운영할 때 환경(Environment)을 생각하고 지역 공동체(Social)를 생각하며, 내부인들의 권리(Governance)를 배려하는 것 아닙니까?
환경과 사회와 지배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이란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을 생각하며 경영하는 것입니다. 그 세상은 지구이며, 땅이며 하늘이고, 하천이며 바다입니다. 우주공간도 사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세상입니다. ESG경영에서 S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류와 국가와 이웃과 국민과 시민과 구민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버넌스인 G는 지배구조로서 내부인들이 서로의 뜻을 모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현대사회에서 기업이나 관공서 등 기관들이 ESG경영을 도입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선진국들이 그런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적 위기 앞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즉, 인류가 생존의 위기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ESG경영은 하나님의 경륜과도 그 정신에 있어서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약성경에서 율법을 종합한 예언자 미가가 말한 것처럼,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은 정의와 자비와 신앙입니다(미가 6:8). 이것은 투명하고 진실한 운영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3. 지속가능성과 번성, 그리고 은총
여기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당면하는 위기가 너무나 심각한 것이어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왕십리광장에는 기후위기시계가 있어서 지구의 온도가 1.5도 오르는데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이 시계가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더 천천히 갈 수도 있으며 아예 멈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성동구청이 이 시계 앞에서 벌이는 다양한 노력이 시계의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속가능성으로 사용되는 단어, sustainability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유지가능성이라고 나옵니다. 이 단어는 서스테인 (sustain)에서 온 말인데 그 어원은 라틴어로 ‘짐을 들고 견딘다’(sus- up + tenēre, to hold)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지구나 환경이 인간을 받들어 주기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속가능성은 절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다른 표현이 나옵니다. 그것은 생육, 번성, 충만입니다. 이것은 이 세상과 만물, 그리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 선언이자 계획입니다.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하는 그의 책 제목을 ‘인간의 번영’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영어로는 flourishing입니다. 그것은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황이 절박하여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로 계속 견딜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성경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들은 더 아름답고 충만하게 꽃피우는 방법을 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서로 힘을 모아야 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구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 그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그들과 우리의 터전이기에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말도 맞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는 하나님의 집이며 하나님의 성전이기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도 맞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간은 이 세상을 복되게 할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멸망을 걱정하면서 대책을 세우려고 노력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이 완성하실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맡을 수 있도록 지금 충실한 관리인과 대리인으로 살 것을 다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이 세상과 인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과 이야기를 발견하고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모여 예배하고 성경을 배우는 이유 중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끝으로, 저는 하나님의 은총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모든 인류는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총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그것을 일반은총(common grace)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특별은총(special grace)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특별은총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게 된 것을 가리킨다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특별은총이란 하나님이 이 세상을 회복하시기 위한 자신의 프로젝트를 위하여 어떤 사람들을 부르시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아브라함이며 이스라엘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부르심을 받은 교회와 우리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일반은총 가운데서 사는 사람들이 ESG경영을 도입하여 세계와 지역공동체, 그리고 내부인들의 권리를 생각하는 시대에 살면서,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아 하나님의 경륜에 동참하라는 소명을 받았음을 기억합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편으로 ESG경영이 하나님의 경륜에 부합하는 것임을 깨닫고 또한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경륜이 제시하는 더 풍성하고 충만한 비전을 마음에 품고 일상에서 살아갑시다.
우리의 길은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며, 때로는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며, 때로는 그들을 선도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하셨으므로 우리가 이 믿음을 간직하고 주님 앞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쩌면 애굽의 요셉처럼, 바벨론의 다니엘과 그 친구들처럼 세상을 비출 수 있을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