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도 트렌드가 있을까? 요즘 인기 있는 꽃은 무엇일까? 맨날 죽이기만 하는 화분을 잘 가꾸는 요령은 없을까?' 산으로 들로 나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집안에 봄을 들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부산의 작은 화훼 농가가 모인 화훼 직판장 한 곳을 찾았다. 이제 봄이니까, 식물에게 말을 걸었다.
인테리어용 구매 점차 늘어나는 추세
초봄 구근류·초화류·야생화 많이 찾아
공기정화용, 특이하고 예쁜 식물 인기
식물 키우기 '반려식물' 생각 가져야
가장 중요한 화분 관리는 적절한 물
필요한 햇빛 없으면 음지식물 골라야
■소비자 정찰제 본격 도입한 '미래화훼공원''부산미래화훼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김정훈·마루농원 대표)은 지난 2012년부터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임기리 952번지에 화훼 직판장 '미래화훼공원'(8900㎡ 규모)을 운영 중이다. 참여 조합원은 91명. 점점 판로가 줄어드는 데다 중간상에게 끌려다니는 것도 싫어서 직판장을 만들었다고 김 대표이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특히 지난해 9월 새로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10월부터 화훼 매출이 급감하자 미래화훼는 저가 상품 개발에 이어 소비자 위주의 정찰제를 올해부터 본격 도입해 시행 중이다.
도매업을 주로 하는 일부 상인이 가격 정찰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방문객 15만 명 중 10만 명에 이르는 일반 시민 고객을 적극 개발해 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도·소매 상인 비중은 5만 명에 불과하지만 판매 금액은 90%가량 차지하는 데도 말이다.
■식물에도 트렌드가 있다?2월 중순부터 5월까지가 화훼 농가는 성수기. 요즘은 인테리어 차원에서 식물을 찾는 소비자도 점점 늘고 있다. 일명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와 '인테리어'를 합성한 플랜테리어(Planterior) 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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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정화 식물 '스타키' 중에서도 화려한 색상이 돋보이는 '스타키칼라'. 김은영 선임기자 |
이경미 구매팀장이 최근 경향을 설명한다. "초봄에 많이 나오는 건 구근류와 1년생 초화류, 야생화 등입니다. 봄에는 수국, 천리향, 장미, 철쭉 등 꽃이 피는 종류가 많이 나가고요, 베고니아처럼 밝고 화사한 꽃이나 복주머니꽃 등 특이한 모양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시클라멘, 달리아, 제라늄, 페라고늄 등 알록달록 총천연색 꽃이 특히 인기고요, 스파트필름, 콩고, 아레카야자, 알로카시아 등 관엽류도 많이 찾습니다. 외래종이지만 공기정화용 식물을 찾는 분이 눈에 띄게 는 것도 특징입니다."
공기정화용 식물만 해도 기능성 외에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는 벽걸이 식물 등 모양이 특이하거나 예쁜 걸 선호하는 편이란다. 일명 먼지를 빨아들인다는 공기정화용 식물 '디시디아'와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처음엔 왜 사왔을까 싶었는데 모양이 특이해서 잘 나간다는 '박쥐난', 벽면 장식에 주로 쓰이는 넝쿨 식물 '호야', 아예 하트 모양으로 키운 '밀리언 하트', 긴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코코넛수염', 색색깔의 색연필을 꽂은 듯한 '스타키칼라' 등 신기한 것투성이다.
선인장 인기도 여전했다. 다만, 독특한 형태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다육계 식물 중엔 마치 버섯처럼 생긴 '사막의 식물 리톱스'가 눈길을 끌었다. 인테리어 효과가 큰 식물액자, 숯부작 등 완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화훼공원 직판장엔 조화, 수족관, 소품을 취급하는 준조합원(위탁 회원) 코너도 들어와 있다.
■식물을 키우려는 이들에게 주는 조언
처음에는 키우기 쉬운 식물을 추천 받아 작은 화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김 대표이사는 조언했다. 큰맘 먹고 예쁜 식물을 데려다 놨는데 죽게 되면 그 다음부터 식물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죽였다고 의기소침해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노하우도 생기고, 자신이 구입한 식물을 계속 돌보고 공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려식물'이란 말이 그저 생긴 게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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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는 '달리아' 같은 총천연색의 알록달록한 꽃이 인기가 있다. |
식물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식물로 치면 물이 밥이다 보니 배불러 죽을 수도, 배고파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란다. 물 주기는 식물을 구입할 때 꼭 물어보고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물 관리가 어려울 것 같으면 선인장류를 고르라고 했다. 분갈이를 한 뒤에는 특히 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살짝 마른 듯해야 뿌리 활착이 잘된단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과습으로 잔뿌리부터 죽으며, 관엽의 경우 뿌리가 녹아 버리기도 한다.
햇빛도 중요하다. 햇빛을 봐야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데, 그게 안 될 경우 식물이 높은 곳으로 뻗기만 한다. 가느다란 가지가 천장으로 뻗기만 하는 식물처럼 불쌍한 것도 없을 거라고 김 대표이사는 말했다. 사무실에서 화분을 가꿀 땐 가급적 창가에 두는 게 좋으며, 햇빛 관리가 어려울 땐 음지식물을 고르는 것도 요령이란다.
김 대표이사는 식물 영양 공급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물에 타서 주는 액비도 있지만 요즘은 고형비료도 잘 나오기 때문에 화분에 적당량을 뿌려 두면 수개월 동안 잘 견딘다고. 식물에 딸려 올 해충이나 균은 무난한 살충제를 주기적으로 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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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 효과가 큰 완제품을 찾는 이들도 많다. 강원태 기자 |
화분을 고를 때 고려할 점은 없을까? 김 대표이사는 "화분은 식물을 심었을 때 균형과 비율이 잘 맞아야 한다"면서 "분갈이를 할 때도 가급적 늦추는 게 좋고, 너무 큰 걸로 바꾸기보다는 화분 지름 10㎝에서 13㎝, 그 다음은 15㎝ 등으로 조금씩 늘려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화훼공원 직판장은 명절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오전 8시~오후 6시 개장한다. 051-508-2331.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