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利亞特〉第十一篇 命之再編
제11편 아킬레우스와 운명의 재정렬
【題詩】
悲後再起戰未休 슬픔 이후 다시 일어나 전쟁은 멈추지 않고
一身之力貫千流 한 몸의 힘이 천 갈래 흐름을 관통하네
非怒非勇非復仇 분노도 용기도 복수도 아닌데
命運之線自回收 운명의 실이 스스로 되감기네
誰知終局非終局 종국이 종국이 아님을 누가 알리오
不見生死亦無由 생사도 이유도 보이지 않고
人間戰場成回路 인간의 전장이 회로가 되어
一步之內再開頭 한 걸음 안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네
【本文】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었다.
한때 그는 명예를 위해 싸웠고, 영광을 위해 창을 들었으며, 모욕에 분노하여 세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이유들은 먼 곳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변형된 내면의 구조가 다시 현실 속으로 흘러나오는 과정이었다.
마치 깊은 땅속에서 오랜 시간 압축되던 불길이 마침내 지표를 뚫고 솟아오르듯,
그의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변화의 가시적 형태였다.
그는 이전의 아킬레우스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새로운 존재가 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흔히 변화를 시작과 끝으로 이해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구분하고,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가 태어난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변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변화는 과거를 지우지 않고, 미래를 완성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둘 사이에 남겨진 채 끝없이 흔들린다. 지금의 아킬레우스가 바로 그러했다.
그는 여전히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같은 창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름 안의 의미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그는 이전과 이후 사이에 남겨진 존재였다.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아직 완전히 다른 무엇이 되지도 못한 존재.
동일성을 잃어버린 채 연속성만 남은 존재. 그래서 그의 걸음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고독이 깃들어 있었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트로이의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고, 병사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창은 날아가고 방패는 부딪혔다. 죽음은 여전히 전장을 가로질렀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왜냐하면 전쟁의 의미가 이미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의 전쟁은 목적을 향해 움직였다.
명예를 얻기 위해. 도시를 함락하기 위해. 이름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그러나 이제 그런 목적들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전쟁은 더 이상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결정된 운명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형식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모두 알고 있었다.
결말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남아 있는 것은 그것이 현실이 되는 과정뿐이라는 것을.
그리스 군은 다시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병사들의 시선은 그에게 향하고, 지휘관들의 기대 또한 그에게 모인다.
그러나 이제 그 중심은 한 개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축이다.
전장의 모든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수렴하는 필연적 중심축이다.
태양이 하늘의 중심에 있을 때 모든 그림자가 그에 따라 방향을 정하듯,
아킬레우스의 존재는 전장의 흐름 자체를 결정하고 있었다. 그는 명령하지 않아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외치지 않아도 움직임을 만들었다.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질서는 재배열되었다.
트로이 군 역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다.
두려움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발생한다.
도망칠 수도 있고, 저항할 수도 있으며, 다른 선택을 상상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그러나 지금 트로이의 전사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인식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거대한 흐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 흐름은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개인의 용기로도, 군대의 힘으로도, 도시의 성벽으로도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이미 전개된 구조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아는 상태였다. 그래서 전장은 점점 운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싸운다. 그러나 그 싸움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의지의 결과도 아니다. 선택의 산물도 아니다. 그것은 자연 운동과 같았다.
거센 강물이 아래로 흐르듯, 폭풍이 바다를 가로지르듯, 불길이 마른 숲을 집어삼키듯,
그의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창을 들면 전장은 이미 그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달리면 병사들은 이미 길을 열고 있었다.
마치 세계 전체가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스스로를 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헥토르의 죽음 이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전의 전쟁이 아니었다.
이제 전쟁은 반복이었다. 이미 한 번 붕괴된 질서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재현하는 과정이었다.
무너진 성벽 위에 다시 돌을 쌓듯,
사라진 의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씌우듯,
전쟁은 끝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반복은 언제나 피로를 남긴다.
질서는 다시 세워질 수 있지만, 한 번 균열이 생긴 세계는 결코 처음과 같을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균열 속에서 아킬레우스는 점점 더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타락이 아니었다. 상실도 아니었다. 그는 인간성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조건 자체를 넘어서는 방향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인간은 보통 두려움을 느낀다. 망설이고 후회한다.
상실 앞에서 흔들리고 미래 앞에서 불안해한다.
그러나 아킬레우스 안에서는 그런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리를 다른 것이 채우고 있었다.
필연. 운명. 완결. 그는 더 이상 삶을 살아가는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자신의 결말을 알고도 계속 걸어가는 존재처럼 보였다.
마치 신들이 인간 세상에 잠시 빌려 보낸 힘처럼.
마치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멈추지 않는 별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경외를 느꼈다.
그는 인간이었지만 인간 이상이었고, 살아 있었지만 이미 신화 속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일리아스》는 또 하나의 깊은 진실에 다가간다.
가장 위대한 영웅은 가장 강한 인간이 아니다.
가장 위대한 영웅은 자신의 끝을 알고도 그 길을 계속 걸어가는 인간이다.
아킬레우스는 지금 바로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영광을 향하여. 죽음을 향하여. 그리고 신화가 되는 마지막 순간을 향하여.
【篇末評】
이 편에서 전쟁은 사건이 아니다.
전쟁은 “운명이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구조적 회로”이다.
아킬레우스는 영웅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통해 자신을 실행하는 마지막 매개”이다.
호메로스의 비극은 여기서 더욱 명확해진다.
인간은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선택된 구조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존재”이다.
첫댓글 인간은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선택된 구조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존재”이다.
깊이 곱씹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잠시 머물면서
오늘도 공부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