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구리 원정 관람에서의 구리구리한 기분을 점심 농구로 날려버리고 부담없이 재밌게 농구를 보러 학교 뒤 호반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중에 학교 안의 농구장이 하나 있는데, 날씨가 봄날씨여서 '간만에 농구 한 게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겨울엔 농구가 제격이죠~!!ㅋ
오늘은 맘 졸이면서 보지 않고, 즐겁게 경기 관람을 즐기려고 했기에 홈팀이 패하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신한은행의 벤치에는 시종일관 여유가 가득했습니다. 마치 시합이 아니라 잔칫집에 온 거 같았습니다. 임달식 감독님, 위성우 코치님 다 장기간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서 준비를 많이, 완벽히 하셨는지 좋은 인상이 경기 내내 유지가 되더군요.
전 코치님도 작전 타임 중에 이 여유로운 분위기에 가세하여 작전이 아닌 환담에 신경을 더 쓰는 모습도 보였고요. 우리은행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약오르겠지만 그만큼 안 보이는 곳에서 준비를 열심히 해서가 아닐까요? 이런 거 있잖아요. 발표 수업에서 발표 준비를 완벽히 한 학생의 발표 전의 태도.
초반에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경기에서 늘 그랬듯 합쳐서 눈이 10개가 넘는 전 코치님과 정선민 선수를 빼고 경기를 했습니다. 최윤아 선수 - 진미정 선수 중심의 플레이로 나갔죠.
최윤아 선수는 북경 여행을 다녀와서 더욱 발이 빨리지고 몸도 날래진 것 같습니다. 수비를 하는 상대 선수보다 코트를 넘어가는 속도가 1.5배는 더 빠릅니다. 공 몰고 막 넘어갑니다. 공격 진행은 그 다음입니다. 뛰고 봅니다. 막 하는 것 같지만 우리은행 수비들은 이 속도에 당황을 해서 수비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쉽게쉽게 실점을 해야 했습니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1쿼터에 발에 모터라도 달린 듯 사람을 정신없게 만드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들어가고 스크린 서고, 초반부터 점수쟁탈전과 스피드로 우리은행을 제압했습니다.
특히 진미정 선수의 3점 클러치 능력은 초반부터 아주 클라이막스의 장에 이르렀습니다. 말 그대로 던지면 다 들어갔습니다. 물론 김은혜 선수 열심히 수비를 했겠지만 진미정 선수의 공격력은 김은혜 선수의 수비보다 그 급수가 높습니다. 김은혜 선수가 발에 쾌속선 모터라도 달지 않는 한 진미정 선수를 묶기는 당분간 매우 힘듭니다.
신한은행의 강점 중의 하나가 사람 혼을 빼놓는 전격 초고속 컷인 플레이입니다. 도대체 언제 튀어나왔는지는 몰라도 쳐다본 순간 공은 쏙 들어가고 그 선수는 백코트를 합니다. 팬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할 줄 압니다. 지난 금호생명 전에서도 득점의 3분의 1은 정신없는 컷인 플레이였죠.
선수민 선수의 김계령 선수 마크는 작전대로 잘 된 거 같습니다. 위성우 코치님 오늘 수명이라도 늘리시려는 듯(?) 선수민 선수에게 초반 박수를 많이 치더군요. 신장을 달리지만 선수민 선수의 커리어는 신세계의 김계령 선수 마크맨인 양지희 선수와는 그 급수가 또한 틀립니다. 물론 파울은 많이 당해야 하지만 선수민 선수 입장에서는 개의치 않아도 될 문제입니다. 나올 선수야 쌓이고 쌓였으니깐요. 그래서 더욱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죠.
우리은행의 김계령 선수의 목소리는 경기 내내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듣기 정말 좋은 목소리입니다. 그만큼 팀의 리더로써 파이팅 불어넣는 모습은 김계령 선수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줍니다. 우리은행이라는 허름해진 건물을 굳게 지탱하고 있는 선수이기에 춘천에서 김계령 선수의 플레이를 본다는 것은 항상 기대되는 것이고, 즐거운 것입니다. 때론 절로 관중석에서 느닷없이 박수도 나옵니다.
어느 게시판에 보면 김계령 선수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 물론 팀 성적과 관련해서는 에이스가 당연히 욕을 먹겠지만, 그 분들은 무언가 잊은 게 있습니다. 누구 때문에 우리은행이 24패가 아닌 5승을 따냈고, 누구 때문에 우리은행을 사랑하는 팬들이 성적의 급하락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을 지키느냐입니다. 물론, 인지도 면에서는 김은혜 선수도 뒤지지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며 팀의 기둥 역할이라는 멋진 캡틴 역할을 하는 김계령 선수의 인지도는 인지도를 초월한 것입니다.
어느 스포츠 팀이나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구심점이 없으면 그것은 기둥 없는 건물이나 같은 것입니다. 그 기둥은 더욱 단단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 기둥을 오히려 깎아내릴려 합니다. 무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은행의 자유투가 못내 아쉬운 경기였기도 합니다. 김은혜 선수'마저' 하나씩이나 놓쳤으니 말이죠. 홍현희 - 박혜진 - 김은경 선수의 자유투는 약속이나 한 듯이 반씩이나 링을 외면했습니다. 자유투로 날려버린 점수만 8~10점입니다. 물론 컨디션의 차이들이 있겠지만 자유투는 옛적 전설적인 박 한 감독님이 말씀하셨듯 '다 넣어야 한다' 입니다.
김은경 선수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비가 오면 땅이 굳듯이 김은경 선수는 '그 일'을 항상 잊지 않고 자기한테 투자를 많이 하는 선수입니다. 더 좋은 기량을 보여야지만 그 족쇄에서 어느 정도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 마인드가 김은경 선수를 우리은행의 주포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공격을 주로 하다보니 수비에 신경을 전보다는 덜 쓰기 때문입니다. 집중도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제작년까지는 우리은행이 공격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춘천의 스타 캐칭 선수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공격은 만사 오케이였죠.) 수비에만 전념하면 되었지만 이젠 팀의 주전으로써 공격의 임무까지 주어졌습니다. 그에 수비에 대한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예전의 김은경 선수의 찰싹 수비가 그리운데, 힘들더라도 그런 모습 앞으로도 종종 재연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원 - 정선민 선수에 대해 여기서 칭찬을 한다면 그것은 잔소리밖에 안 됩니다. 다만, 그들은 '합쳐서 눈 10개'입니다. '농구 8~9단'입니다. 단수가 높은 국수는 바둑을 둘 때 몇십 수까지 예측을 합니다. 이 두 선수도 플레이를 할 때 요리조리 몇 수까지 훤히 예측을 하는 경지를 보여 줍니다.
특히 상대를 괴롭게 하는 것은 급이 다른 패스력입니다. 어디로 갈 지 모릅니다. 알고도 속고 먹힙니다. 죽을 힘을 다해 막아냈다 싶으면 공은 다른 선수한테 가 있고 이미 슛을 던진 상태입니다. 두 선수는 이런 것들을 예측하며 플레이를 합니다. 비유하자면 태산 봉우리에서 한가로이 바둑을 두는 산신의 수준입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우리은행은 2점차까지 2쿼터에 따라잡습니다. 하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두 선수는 15점차로 벌입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도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좋았지만 이 두 선수가 없으면 하기 힘든 플레이입니다. 코트 전체를 태평양처럼 쓰는 두 선수의 시야에는 정말 농구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고개가 숙여(?)집니다.
오늘 신한은행의 흠이라면 하은주 선수입니다. 하은주 선수에게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골밑에서 자기가 만들어가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하은주 선수는 건네받아서 넣는 플레이 말고는 달리 보여주는 플레이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드웨어는 굉장히 좋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기 힘든 신장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스스로 이용하느냐의 문제까지 갈 때는 하은주 선수에게 여러 비판이 돌아갑니다.
김계령 선수의 수비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특히 자리를 차지하고 하은주 선수가 공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하는 능력은 리그 최고입니다. 이럴 때는 공을 건네받기만 고집하면 안 됩니다. 좁은 공간 내에서 움직여서 순간적으로 우리은행의 두 포스트가 자신한테 겹치게 하여 골 밑에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하은주 선수의 스크린은 별로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건네받는 것, 스크린 말고도 자신의 신장을 이용해서 상대의 포스트를 자신한테 집중시켜 자기 팀의 다른 선수가 골밑으로 파고들 공간을 재빨리 만들어주는 플레이도 필요합니다.
수비에 있어서는 김계령 선수한테 여러 번 당했습니다. 페이크에 잘 속습니다. 순간적인 돌파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김계령 선수의 가지각색의 공격력에 이렇게 대응하다가는 펑펑 실점을 당하게 마련입니다. 좀 더 요령있는 수비도 하은주 선수에게는 필요합니다.
신한은행이 대다수의 팬들의 예상대로 6점차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으로서도 그리 나쁜 게임만은 아니었습니다. 김계령 선수를 중심으로 한 공격 패턴 말고도 예전과는 사못 다른 공격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한은행의 수비가 강하여 잘 통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우리은행에 있어 공격의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신한은행의 2~3쿼터의 그 악명높기로 소문이 자자한 올코트 플레스에 대해 박혜진 선수까지 침착하게 대응한 것은 몇 번 칭찬해도 모자랍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시원시원한, 신한은행의 빠른 공격에 맞불을 놓는 스피디한 속공의 성공도 우리은행에 대해 말할 때 꼭 오늘 칭찬해야 할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호반체육관 스코어 전광판은 '간만에' 잘 돌아가더군요...역시 시설물이 제대로 돌아가니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농구를 즐겁게 봤다는...^^
이제 설 연휴입니다.
다들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고,
저는 29일 구리 경기부터 다시 관전기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봤어요~^^글 읽으실 때마다 농구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이용하님이야 말로 대단한 눈을 가지셨네요. 알차고 글도 읽기 쉽네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
tv로 보는 것과 직접 관람할 때의 차이는 분명히 있네요.김계령선수는 경기력 외에도 실제 코트 위에서 존재감이 큰 선수인 것 같네요.
전 경기를 3쿼터 하은주 나올때부터 봤습니다만, 신한 선수들이 우리은행을 편한 상대로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1주일동안 너무 길게 쉰탓인지, 왠지 오늘은 하은주 한테 들어가는 엔트리패스가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윤아 선수도 별로 컨디션이 안좋았구요. 우리은행의 김계령, 홍현희가 공격에서는 하은주를 정말 잘 공략하더군요. 그리고 의외로 오늘 우리은행 수비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포스트 수비는 쵝오죠 190 두장때가 나올땐 감히 신한도 우리은행의 포스트는 못당할듯 정선민도 요즘 김계령의 포스트업에 힘부치는것같고요
대단하십니다.. 마치 현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