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시인/ 문학평론가 심은섭>
제3차 <길위의 인문학>
* 신 사임당의 그림과 관련된 일화
어느 날 잔칫집에 초대받은 신사임당이 여러 귀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국물을 나르단 하녀가 어느 부인의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그 부인의 치마가 다 젖었다.(20) '이를 어쩌나, 빌려 입고온 옷을 버렸으니......'그 부인은 가난하여 잔치에 입고 올 옷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 새 옷을 빌려 입고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옷을 버렸으니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런데 신사임당이 그 부인에게 말했다.(20) "부인, 저에게 그 치마를 잠시 벗어 주십시오. 제가 어떻게 수습을 해 보겠습니다.(20)"
부인은 이상하게 생각하였으나 신사임당에게 옷을 벗어 주었다. 그러자 신사임당은 붓을 들고 치마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치마에 얼룩져 묻어 있었던 국물 자국이 신사임당의 붓이 지나갈 때마다 탐스러운 포도소이가 되기도 하고, 싱싱한 잎사귀가 되기도 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그림이 완성되자 신사임당은 치마를 내놓으며 그것을 팔아서 비용을 마련하게 하였다. "이 치마를 시장에 갖고 나가서 파세요. 그러면 새 치마를 살 돈이 마련될 것입니다. (20) "
실수로 비려온 옷을 버렸던 그 귀부인은 치마를 팔았는데, 실물과도 같아서 비싼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이러한 그림과 시 재주는 나녀들에게로 이어졌다. 어머니를 닮아 서화에 뛰어난 솜씨들을 보이며 이름을 날린 이우(넷째 아들)와 큰딸 이매창이 그들이다. 특히 이우는 "그림의 품격이 빼어나 조화를 일찍 묵화로 풀벌레를 그려내어 길에다 던지자 뭇 닭들이 실제 벌에인줄 알고 한꺼번에 쫓았다"는 이화가 있을 정도로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났으며, 형 이이가 "내 아우로 하여금 학문에 종사하게 했다면 내가 따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21) "라고 말할정도로 그림과 시 재주가 있었다. 큰딸 매창 역시 시화에 능해서 '작은 신사임당'이라 불렸다. (21)
*출처(20): 박창수, <꿈이 있는 10대 내가 만난 천재들>, 올댓북, 2008, p253 * 출처(21): 김재영,<조선의 인물 뒤집어 읽기>, 도서출판 상언,1999, p70.
신 사임당의 그림과 관련된 일화를 호두알 처럼 딱닥하지 않고, 매번 말랑 젤리처럼 강의하시는 심은섭 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