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투쟁’은 노동자의 투쟁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의 투쟁을 방해 할 뿐이다.
김태균(수원과학대 유통경영과 겸임교수)
들어가면서
지난 10월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밝혀지면서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거리로 나왔다. 한손에는 ‘박근혜 퇴진“ 다른 한손에는 ‘재벌 개혁’을 외치면서 촛불을 들었다. 촛불이 외쳤던 ‘국정 농단’과 ‘재벌도 공범이다’는 바로 박근혜와 최순실이 미르재단의 설립과정에서 전경련을 통해 주요 재벌들로부터 수백 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 차 정몽구, 롯데 신동빈, SK 최태원을 비롯한 삼성의 이재용 등 한국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고 구속이 되는 사태까지 이어졌으며, 급기야 최순실의 구속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탄핵 및 구속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 이후 촛불투쟁은 급속하게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대통령 선거로 모아졌고, 그간 촛불투쟁을 이끌어 왔던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은 향후 촛불 투쟁의 중심 과제로 재벌체제 개혁을 제기하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뿐 아니라 민주노총에서도 그리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재벌 관련한 요구를 외쳤다.
5월9일 선거 결과 촛불집회의 상속자(?)임을 선언한 더불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이 당선이 되었다. 당선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을 강조하였다. 재벌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세 번째로 배치 될 정도로 의미가 있어 보이는 개혁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역시나 문재인 대통령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그리고 재벌개혁의 전도사라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장하성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 위원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재벌로 인한 중소자본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지적해 왔으며, 김상조 교수 또한 참여연대 재벌개혁 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거치면서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했던 인물이다.
촛불집회 이후 박근혜의 퇴진과 더불어 적폐청산의 과정에서 제출되고 있는 재벌개혁은 한국 사회에서 갑자기 등장한 요구가 아니다. 20년 전인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총수일가의 특권・전횡이 문제가 되어 재벌 관련한 요구가 등장했고, 심지어 IMF 조차 재벌 해체를 제기 한 바가 있다. 당시 김대중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재벌개혁 관련해서 1) 기업투명성 제고, 2) 상호채무보증의 해소, 3)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4) 핵심부문 설정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 강화, 5)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이후 3대 보완과제로 1)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 2) 순환출자 억제, 3) 부당내부거래근절 및 변칙 상속·증여 방지를 제시하였다. 이후 재벌개혁・해체 관련해서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가 있었고, 이러한 연구에 힘입어 실질적으로 민주노총, 참여연대 그리고 최근의 ‘박근혜 정권 비상 국민 행동’ 등 노동자 민중・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도 운동적 요구로 재벌 관련한 요구들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위에서도 잠깐 확인이 되었듯이 요구하는 주체에 따라 그리고 연구하는 연구자에 따라 ‘재벌’ 관련한 요구는 ‘개선’에서부터 ‘해체’에 이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소액주주운동에서부터 기업투명성 제고와 총수 지배 체제 해체, 재벌 활용 론, 재벌 국유화 또는 사회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재벌소유의 생산수단의 사회와, 즉각적 사회주의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도 정치권에서부터 노동자 민중진영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까지 ‘재벌’ 관련한 다양한 요구들이 제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각각의 요구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벌’관련한 투쟁이 과연 노동자 민중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본 글은 최근까지 제출되고 있는 재벌 투쟁 관련한 현황에 대해 비교 분석 하면서 과연 노동자 민중에게 있어 ‘재벌’ 투쟁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형 독점자본이라 불리기도 하는 ‘재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재벌투쟁이 한국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에 대한 현황 분석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또한 ‘재벌’은 ‘자본’과 무슨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듯하다. 만약 ‘재벌’이 ‘자본’ 운동과 마찬 가지로 자본 운동의 일반성을 따른다면 ‘자본’분석을 통해 ‘재벌’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이와는 달리 즉, ‘자본’과 ‘재벌’은 각자 자신의 고유한 운동 법칙을 가지고 작동한다면 ‘재벌’ 관련한 별도의 작동원리를 분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졸고의 구성은 우선 ‘재벌’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1997년 전후로 해서 최근까지 제도정치권을 비롯하여 노동자 민중 진영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 전개되었던 ‘재벌’ 관련한 투쟁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재벌’ 투쟁에 대한 현황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재벌에 대한 개념 규정 및 관련한 투쟁에 대한 추적과 더불어 ‘재벌’과 ‘자본’의 작동 관련한 일반적 법칙을 규명할 생각이다. 이러한 작업의 결론은 결국 제도적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 진영이 아닌 노동자 민중 진영 입장에서 ‘재벌’ 관련한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본 글은 투쟁의 주체적 입장에서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요구적 입장에서 재벌 투쟁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및 노동자 민중의 재벌투쟁은 어떠한 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자 한다.
원고]‘재벌투쟁’은 노동자의 투쟁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의 투쟁을 방해 할 뿐이다.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