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BS 노동조합 청주지부장 <1989. 5. 22 ~ 1990. 3>
이 기간은 처음으로 내가 지부장의 직무를 맡아 업무를 익혀가며, 노동조합
내의 주목받는 지도자로 변모해 가는 기간이었다. 지역방송국의 9개 지부와
16개의 지역 분회로 구성된, KBS 지역방송국 노동조합 지도자 중의 한 사람
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러한 역할은 스스로 원했다기보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지역방송국 9명의 지부장이 모이는 여러 차례의 회합을 통해, 각종 회의의
의제를 다루고 이를 결집해 가는 과정, 이러한 결과물들 정리와 함께 지역국
지부들의 공통된 입장을 천명하는 각종 성명서와 유인물 작성, 본조 노사협
의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교섭 활동에 참석하여, 지역방송과 지역 지부들의
상황을 대변(代辯)하는 일련의 과정 등을 통해서, 점점 그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1) 제2대 청주지부장 취임
1989년 5월 22일, KBS 노동조합 제2대 청주지부장에 취임했다.
KBS는 1988년 봄에 노동조합이 탄생하였고, 초대 집행부의 임기는 1년으로
하였다. 그간, 초대 집행부가 이끄는 노동조합 활동을 지켜보며, 나의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다.
KBS에서 근무를 시작해 온 세월이 어언 20주년을 맞게 되는 해였고,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였다. 그래서, 제2대 노동
조합 집행부의 지역책임자인 청주지부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였다. 이와 같은
결심을 하고, 내가 소속한 기술국의 부서장이신 P 국장께 의논을 드렸다.
직무상으로 마땅히 의논을 드려야 할 분이지만, 평소에도 나를 격려하며 좋게
보아주셨기에 더욱 조언을 듣고 싶었다.
청주방송국 근처의 조용한 찻집에서 P 국장님을 뵙고 나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 : 국장님, 제가 이번 노동조합 지부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합니다.
P 국장 : 아, 그래요? 구 부장 (당시 '부장대우')께서 지부장을 맡으신다면 아주
모범적으로 잘하실 겁니다.
나 :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동안의 근무 경험을 살려 봉사해 보고 싶습니다.
P 국장 : 네, 좋습니다. 사실은 제가 청주에 부임해 구 부장을 알면서, 앞으로 보은
중계소장으로 본사에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어느 쪽도 다 좋습니다. 구 부장의 선택에 맡깁니다.
나 :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왕에 노동조합에서 일을 한번 해 보고 싶었
습니다. 그러시면 제가 출마하는 것으로 양해 바라겠습니다.
P 국장 : 잘 알겠습니다. 모쪼록 잘되기를 바랍니다.
나 : 감사합니다.
그 후 나는 출마 입장을 주변에 알리고 나니, 단독 출마자가 되어 전체 조합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서 지부장에 당선되었고, 그해 5월 22일에 제2대 지부장으로 취임
하였다.
나의 조합 지부장 재임 4년간의 활동사항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의 특색있는 기간
으로 각각 구분해 볼 수 있다.
* 제1기 : 1989년 5월 22일 취임과 함께, 1990년 3월까지
* 제2기 : 1990년 4월부터, 그해 9월까지의 6개월간
* 제3기 : 1990년 10월부터, 1991년 12월 말까지
* 제4기 : 1992년부터 1993년 5월 21일 지부장 이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