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스코틀랜드의 니트 디자이너에게 사과했다고 BBC 등의 외신이 보도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2월 1일 샤넬은 '로마 속의 파리(PARIS IN ROME)'라는 주제로 공방 컬렉션(Métiers d’Art collection)을 공개했다. 이번 쇼는 프랑스 배우와 이탈리아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이탈리아의 영화 세트장 시네시타 스튜디오(Cinecittà Studios)에 런웨이가 펼쳐졌다. 칼 라거펠트가 직접 감독하고 샤넬의 뮤즈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출연한 영화 '원스 앤드 포레버(Once and Forever)'가 상영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무대 장치가 돋보여 이번 쇼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12월 6일 스코틀랜드에서 페어 아일 니트를 디자인하는 마티 벤틸리온이 페이스북, 트위터등을 통해 샤넬의 쇼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공방 컬렉션에 등장한 페어 아일 니트에서 자신의 제품과의 유사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 초여름 샤넬 직원 두 명이페어 아일 (스코틀랜드 북방의 셰틀랜드 군도의 한 섬)에 찾아와 리서치용으로 자신의 제품을 사갔다고 말했다. 당시 자신은 샤넬 하우스의 명성을 믿고 제품을 팔았기에, 자신의 디자인을 카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매체 '더 패션 로우'에 따르면 마티 벤틸리온 뿐만 아니라, 셰틀랜드 의회의 정치인 개리 로빈슨 또한 샤넬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운 카피"라고 일축했다.
이에 샤넬 측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벤틸리온의 디자인을 사용했음을 시인했다. 샤넬은 '마티 벤틸리온 디자인'이라는 문구를 달아 그녀의 니트 제품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일은 디자인 팀의 잘못이며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샤넬은 페어 아일의 노하우와 전통을 인지하고 존경하기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겨울풍 눈꽃 니트'의 대명사가 된 '페어 아일 스웨터'는 샤넬뿐만이 아니라 많은 브랜드들이 사용하고 있다.
개리 로빈슨은 이에 대해 영국의 '해리스 트위드(Harris Tweed)'처럼, 페어 아일 또한 지역 특산품으로서 디자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에 전했다.
해리스 트위드는 스코틀랜드의 해리스 섬에서 200년 전부터 생산해온 원단으로, 1993년에 들어서 모방품 방지를 위해 정통 해리스 트위드에는 영국 왕실 보증 마크인 'ORB'가 달리고 있다. 페어 아일 또한 200년 전 스코틀랜드 북부 셰틀랜드 군도의 한 작은 섬에서 사람들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들기 시작한 제품이다. 그 기원은 어부의 옷에서 출발했으며, 발트해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용도였다. 특색 있는 무늬를 보고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고도 한다.
이번 사건이 페어 아일 니트에 대한 관심, 장인 정신에 대한 진정한 존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샤넬의 성명처럼 더욱 많은 사람이 바짝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