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신현준/시인
하늘에 띄우는 편지
궤도를 벗어난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대 어깨에 기대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_ 신현준
<해설>
번 아웃이 왔다고 고백한 친구가 있다.
그는 삼십 년 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살림을 일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허무해지며 무기력해지더란다.
삶을 돌아보니 잘한 거는 하나도 없고 실수와 후회투성이더란다.
가족들에게도 서운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으로 모든 일상이 의욕을 잃고 정지되어버렸다.
“나는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어.
앞도 뒤도 보이지 않아
곧 덮칠 것 같은 풍랑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고
이빨을 드러낸 식인 상어들이 내 주위로 몰려오고 있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다만
그를 안고 오래오래 같이 울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의 빈 정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가늘고 힘없는 머리카락들이 엉켜있는 정수리에 마음이 미어졌다.
이 상황이 그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아픈 감정은 더 몰입되어 무너질 것 같았다.
오늘 포착 시는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올라가는 넝쿨이다.
넝쿨 식물은 그 특성이 자기 혼자 줄기를 세우며 자라기는 어렵다.
다른 사물을 지지대 삼아 감거나 그곳에 붙어살아야 한다.
그런데 지지대도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삶을 지탱해 주던 지지대 끝에서
공중으로 치솟아 보지만 아무도 없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위기 앞에서 몸을 오그려 버티고 있는 넝쿨을 보며 시인은 말한다.
지금 나는 기대고 싶은 어깨를 찾고 있다고.
궤도를 조금 벗어났지만 다시 길을 찾으면 돼 라고
손잡아 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지금 바로 당신이 그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또 다른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신현준 시인 이력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경남 창원거주
* 동인지 ‘절반의 외침’ 외 다수 공저
구수영 시인 이력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 ‘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출처 : 경남도민신문(http://www.gn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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