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날 일산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다녀왔어요. <우리 아이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면> 책을 읽은 연구부장 선생님께서 2주 전쯤 비판적 사고 관련 특강을 요청하셨거든요. 요즘 '비판적 사고'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관심사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무척 기분이 좋네요.
늘 그렇듯 강연장에 일찍 도착해서 들어가니 보호자 몇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학부모 모임 대표이신 분이 저를 친근하게 맞이해주셨어요.
"어머~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시네요. ㅎㅎ 프로필 사진보다도 더 젊으시구요."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유난히 오늘 나이들어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제 마음을 읽으신 것처럼 덕담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 '예상과 다른 모습이네요.'인데요, 도대체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고정관념이 있길래 저를 보면 매번 놀라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강연 시작 전에 교장 선생님도 오셔서 인사를 나누었고 좀 있다 교감 선생님도 오셔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학교에서 대면 강연을 한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신기하더라구요.
약 20명의 보호자들이 강연에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강연보다 집중력이 높았고 호응이 좋아서 2시간이 금방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에 공감한 것도 좋았지만 공교육이 시민 교육이어야 한다는 제 의견에 깊이 공감을 표한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강연이 끝난 후 제 책을 갖고 왔다며 저자 사인을 두 분이 부탁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책 내용에 공감이 많이 되어 밑줄이 수두룩하다며 보여주셔서 감동이었어요. 편도 두 시간 운전과 두 시간 강의가 전혀 피곤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분은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중학교 학부모 모임 대표이신데 강연 요청을 부탁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받아가셨어요. 강연 내내 고개를 끄덕이셔서 인상적이었는데 그 분도 저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주위에서 저보고 애를 그렇게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자꾸 얘기하니까 불안하고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잘못하고 있나 싶기도 하구요. 오늘 강연이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몰라요."
그 분에게 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은근 제법 있는데 서로 모르기 때문에 외롭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 함께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말도 했구요. 환하게 웃는 그 분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이번 강연 같은 분위기라면 전국 어디라도 강연을 하러 가고 싶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에 대한 강연 요청이 오면 언제든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