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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첫날.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하늘이 참 맑고 곱다.
하늘을 꼭 빼닮은 바다는 더욱 푸르고 파도 한 점 없이 잠잠 하다.
작은 통통배 한 척만이 조그만 물살을 이루며 지나갈 뿐.
더없이 평화로운 명절의 시작.
며칠 전 후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명절 기간에는 비상 근무가 많아
설 당일에는 찾아 오지 못할 것 같으니
미리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그리 하자고 했다.
보통 때는 부산대학 부근이나 서면에서 만났지만
최근에는 자주 광복동이나 남포동에서 만나는 편이다.
오늘도 남포동 지하철역에서 만나
의논을 할 것도 없이 모리쵸로 향했다.
이미 전부터 송이가 내게 모리쵸에서 맛난 식사를
얻어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신 식사가 나오기 전 미리 명절 용돈을 챙겨 준다.
장어구이와 소소한 해물이 밑반찬으로 먼저 나오고
이어서 감자를 으깬 가스가 나왔다.
그리고 곧 이어 나온 주 메뉴.
해물과 소고기다.
먹다 남긴 해물과 소고기를 우동에 넣어 먹으니
그 맛 또한 새롭다
약간 느끼한 맛이 없지는 않지만.
제법 양이 많다 싶었지만
셋이 먹기에는 딱 알맞다.
둘이 함께 오면 참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우렁각시와 단 둘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둘이 와서 먹다가 남은 건 부탁하면 포장을 해 주려나.
묻고 싶었지만 아이들 앞이라 눈치가 보여 차마 묻지 못하겠다..ㅎ
하긴 지난 번 오마카세에서도 먹다가 남은 걸 부탁하니
곱게 포장을 해 주기는 하다마는.
식사를 마친 후 택시를 타고 영도로 넘어 갔다.
이 번에도 송이가 가 보고 싶다고 한 곳이다.
태종대 가는 길목에 있는 동삼동에 위치한
카페 브래드 밋 드 파리다.
바로 주위에 위치한 카페 피아크에 비한다면
소규모에 불과 하지만
그래도 3층 건물 전체가 카페다.
더구나 천장과 벽면 전체가 화이트 톤으로 지중해 풍이라
내부가 밝고 깨끗하고 넓어 보여 좋다.
더구나 툭 트여 있지는 않지만
그나마 북항을 바라다 볼 수 있어 좋다.
약간 내 집에서 보는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행히 커피 맛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역시 젊은 아이들은 아이스 음료를 주문한다.
함께 주문한 딸기 디저트도 맛있다.
택시비를 포함해 여기까지 모두 내가 부담을 했다.
가능하면 아이들에게서 받은 용돈으로 거의 대부분
소비를 한다.
용돈도 받고 식사나 음료까지 대접 받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반 시간 가량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시내로 들어 와 찾아 간 곳은
얼마 전에 개관한 근현대 박물관 별관이다.
한국은행 부산 지점을 변형 개조한.
나로서는 이미 서너 번 와 본 곳이기도 하다.
다만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다시 찾아 온 것 뿐.
더구나 일층은 카페를 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방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온 탓인 지
더 이상 음료는 마시고 싶지 않다고 하여
박물관 내부만 궁금 했다.
다행히 둘 다 흥미를 깊이 가지고 유심히 이 곳 저 곳을
둘러 본다.
이렇게 내 명절 첫날도 아이들과 함께 무심히 저물고 있다.
보통 때의 하루와 전혀 다름이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