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로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실질임금은 22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15일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43일 정도 더 일한 셈이다. -8월16일 한국경제신문
☞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OECD 34개 회원국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조사됐다. 잔업이나 휴일 근무가 적지 않은데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반면 물가수준을 감안해 구매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실질임금은 3만3110달러로 2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런 통계 수치만 보고 “일은 죽어라 하는데 월급은 쥐꼬리”라고 판단하는 건 오류다. 노동시간 뒤에 숨어있는 생산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근로자의 생산성도 따져봐야 노동시간의 길이, 그리고 노동시간과 임금간 관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과 임금, 생산성 현황을 국제 비교해보고 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공부해보자.
OECD 평균보다 연 두달 더 일하는 한국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는 평균 연간 2113시간을 일했다.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OECD 평균보다 43일 정도 더 일했다.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OECD 평균보다 두 달 더 일한 꼴이다.
OECD 회원국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는 멕시코(2246시간)였다. 2위는 한국, 3~5위는 그리스(2042시간) 칠레(1988시간) 폴란드(1963시간) 순이다. 미국(11위)은 1790시간, 일본(17위) 1719시간, 영국(21위) 1674시간 이었다. 한국은 2007년까지 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길었지만 2008년 이후 멕시코가 1위로 올라섰다.
실질임금 연 3만3110달러…OECD 22위
한국 취업자의 지난해 평균 연간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3110달러(22위)로, OECD 평균 4만1253달러의 80% 수준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실질임금이 가장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6만389달러), 미국(5만8714달러), 스위스(5만8389달러), 노르웨이(5만908달러), 네덜란드(5만670달러), 호주(5만167달러), 덴마크(5만24달러) 순이었다. 반면 멕시코는 연간 실질임금이 1만4867달러로 가장 낮은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헝가리(1만9999달러), 에스토니아(2만1564달러), 체코(2만1689달러), 슬로바키아(2만231달러) 순으로 연간 실질임금이 낮았다.
노동시간이 긴 탓에 연간 실질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작년 시간당 실질임금은 15.67달러(24위)로, OECD 평균 23.36달러의 67%에 그쳤다. 시간당 실질임금은 룩셈부르크(40.06달러)가 가장 높았고 스위스(36.73달러), 노르웨이(35.75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멕시코는 6.62달러로 가장 낮았고 헝가리(11.44달러), 에스토니아(11.64달러), 칠레(11.70달러) 순으로 시간당 임금이 적었다.
미국 취업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790시간,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5만8714달러, 시간당 실질임금은 32.80달러였다. 한국 취업자는 미국에 비해서는 1.8달 더 일하고,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56.4%, 시간 실질임금은 47.7% 수준으로 받은 셈이다.
임금은 노동시간외에 생산성도 영향 미쳐
OECD 통계만 보고는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긴데 월급은 22번째로 거의 꼴찌”라고 결론을 내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론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임금은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그 근로자가 얼마만큼의 상품을 생산하는지 생산성도 감안해 결정된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뜻이다.
경제학에서 노동의 가격(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은 한 사람의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했을 때 줘야 하는 임금이 그 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수량에 가격을 곱한 금액(한계생산가치, value of marginal product)과 일치하는 수준에서 고용량을 결정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임금은 생산성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이 높고, 생산성이 낮으면 임금이 낮아야 한다. 노동생산성은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 1단위당 생산량이다. GDP(국내총생산)를 노동투입량으로 나눠 구할 수 있다.
거의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어느 정도일까? 가장 최근 자료인 한국생산성본부의 ‘2015 OECD 회원국 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를 살펴보자. 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29.9달러로 25위에 그쳤다. OECD 노동생산성은 각 나라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노동투입량(총 노동시간×취업자 수)으로 나눠 1시간당 창출한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1~5위 최상위권인 룩셈부르크(69달러) 노르웨이(63.8달러) 미국(56.9달러) 벨기에(52.5달러) 네덜란드(52.3달러)의 절반 수준이며, OECD 평균(40.5달러)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생산성본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1년부터 13년째 2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자영업이 포함된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