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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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하면 떠오르는 색깔이 있나요?'
아마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주황색이라고 말한다.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엔 귤과 한라봉 때문이라 말한다.
나 또한 제주하면, 주황색이 떠오르고, 그 이유는 귤과 한라봉 때문이다.
이런 제주에, 귤이 아닌 다른 것이 제주를 주황빛으로 칠하고 있다.
오늘은 제주를 주황빛으로 채운 '능소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능소화
쌍떡잎식물의 능소화는 '금등화'라고도 불리며, 이 능소화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능소화의 특징으론 8월에서 9월 피는 꽃으로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고, 길이는 10m가 넘게 주렁주렁 자란다. 능소화의 전설을 들어보면, 왜 능소화가 이런 모습인지 알 수 있다.
초록 잎에 주황빛 아기자기한 꽃잎들이 아름답게 피는 이 능소화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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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궁궐, 아리따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 이 궁녀는 임금의 사랑을 받아 빈의 자리에 올랐고, 임금은 그녀를 궁궐 하느 한 곳에 처소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녀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았고, 그녀는 마냥 임금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다른 비빈의 시샘과 음모 때문에 궁궐 가장 깊은 곳으로 밀려난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임금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랐고, 혹 임금의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을 서성이며, 담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임금은 찾아오지 않았고, 세월은 부질없이 흘러갔다. 그녀는 기다림에 지쳐 상사병에 걸렸고, '담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유언을 남긴 채 쓸쓸히 죽어갔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 모든 꽃과 풀들이 더위에 놀려 고개를 떨굴 때 빈의 처소엔 주황빛 잎새가 담을 타고 올라 곱게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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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바로 '능소화'라 전해졌고, 중국이 원산지답게 동양스러운 전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전설은 담을 넝쿨째 타고 올라 주황빛 아름다운 꽃이 피는 모습을 더욱 극대화해주었고, 마치 이 꽃이 살아있는 '소화'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어쩌면 여행에 전설과 이야기가 가미되었을 때, 여행이 더욱 흥미롭고 재밌어지듯, 꽃도 마찬로 꽃말을 알고, 꽃의 이야기를 알면, 훨씬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비체올린'을 거닐며 아름답게 빛나는 주황빛 능소화를 더욱 애틋하게, 더욱 사랑스럽게 받아들였다.
비체올린
천혜의 자연숲에 조성된 수로를 따라 유유자적 카약을 타고 즐기는 수중 레저시설, 2천여 미터 제주 돌담길과 곶자왈을 따라 거니는 숲 둘레길, 바비큐장과 캠프파이어, 힐링 테마의 중심에 자리잡은 오토캠핑, 자가 캠핑으로 이뤄진 캠프촌, 잔디광장 위 제주석과 동물석이 공존하는 석사 포토존 등 여러 테마가 복합적으로 모여있는 힐링 테마파크가 이곳 '비체올린'이다.
햇빛과 가까운 애월 판포리 중산간에 위치한 비체올린은 곶자왈 숲속에 위치한 힐링 테마파크였다. 이곳은 천혜 자연의 보고인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곶자왈 속 녹음이 우거진 5.1도로도의 숲 터널을 모티브로 이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이곳 비체올린은 겨울엔 동백 꽃이 피고, 봄에는 유채가 만개하지만, 다른 꽃들보다 여름에 피는 능소화가 빛을 발하는 곳이었다.
+ 비체올린
위치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725-1
관람시간
매일 08:45 - 18:30 하절기 (5~8월)
매일 08:45 - 17:30 동절기 (11~2월)
매일 08:45 - 18:00 간절기 (3,4,9,10월)
이용요금 (카약 및 공원관람 포함요금)
일반 14,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2,000원
능소화 축제 공원 입장료 및 축제 기간
입장료
카드 5,000원 / 현금 3,000원
축제기간
6월 19일 - 9월 11일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제주는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다. 겨울은 귤과 한라봉이 제주를 주황빛으로 채워 제주스러움을 뽐낸다면, 여름은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주황빛 꽃들이 아련하게 피어 제주에 주황빛 드레스를 입힌다. 그중 비체올린은 그 어떤 장소보다 아름답게, 더 사랑스럽게 피었고, 뜨거운 여름 주황빛 중심에 서서 제주의 컬러를 빛내고 있었다.
이곳 비체올린을 거닐면 마치 아름다운 동화 속에 들어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능소화를 주제로 아름다운 전화기, 자전거, 예쁜 테이블은 이 동화 속 등장하는 어느 장소였고, 능소화를 향해 날아드는 꿀벌과 여러 곤충들은 이 동화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동화임을 증명했다. 가장 뜨거운 여름, 동화 속 '비체올린'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다른 꽃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이곳 '비체올린'에서 사라져, 주황빛 드레스에 반한 채 제주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제주는 노란 해바라기와 알록달록 수국이 내년을 기약하며, 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쉬움을 위로하듯 능소화는 그들을 대신해 새로운 안녕을 보낸다. 꽃은 유한하기에 소중하고, 유한하기에 더 애틋하다. 해바라기와 수국을 기다리며 새로이 핀 주황빛 능소화에게 그들의 몫까지 사랑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내년에 새로이 필 해바라기와 수국을 기다리는 것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그중 주황빛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비체올린으로 뜨거운 여름, 제주 여행을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