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25 사람의 딸들과 결혼한 하나님의 아들들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는지라(창 6:2)
이 구절은 오래전부터 늘 논란의 중심이 된 구절이다. 그만큼 해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의 핵심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하나님의 아들들'의 정체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딸들'은 문자 그대로 인간 여자들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건 문자적으로나 문맥상으로나달리 해석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 구태여 히브리어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하나님의 아들들이 누구인가? 그동안 제기된 주장들을 정리하면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신들이다.
둘째, 왕족이나 귀족 등 지체 높은 집안의 청년이다. 이 경우 '사람의 딸들은 천민 출신의 후궁들을 가리킨다. 셋째, 타락한 천사들이다. 이 경우 사람의 딸들은 인간 여인들이다. 넷째, 당시의 경건한 하나님의 백성들인 셋의 후손들이다. 이 경우 '사람의 딸들은 가인의 후손들이다.
첫 번째 견해는 성경을 로마나 그리스 신화와 같은 내용으로 보지 않는 한 해당되지 않는 견해이다. 성경은 다신론 신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신들의 계급 개념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두 번째 견해는 유대인 랍비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석으로 천사들은 성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확신에서 출발하였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는 시편 82편 1절에서 재판장들이 신들이나 지존자의 아들들과 동일시되고 있다는 사실, 또 다윗 혈통의 왕은 하나님께서 '아들'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삼하 7:14 시 2:7) 그리고 우가리트(Ugarit)의 왕 케렛(Keret)을 엘(El)의 아들이라고 불린다는 사실 등이 제시된다. 이 해석은 왕들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음으로써, 즉 백성의 아내와 딸들을 강제로 후궁을 삼음으로써 죄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역사 이래 부도덕한 정치가들의 폭력에 분노하는 대중의 구미에는 맞지만 통치자들의 그런 죄가 왜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의 원인이 되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왕들의 죄와 인류에 대한 심판인 대홍수와는 인과관계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세 번째 견해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필로(Philo)나 요세푸스(Josephus)와 같은 유대인 학자들, 클레멘트(Clement)나 오리게네스(Origenes)같은 유수한 초기 기독교 학자들, 심지어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까지 이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는 구약에서 하늘의 영적 존재들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욥1:6; 2:1; 38:7; 시 29:1), 베드로후서 2장 4~5절에서 범죄한 천사들을 심판하신 것'과 '홍수로 세상을 심판한 것'을 나란히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 유다서 6절에서 천사의 타락과 소돔과 고모라의 타락을 나란히 언급한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여호와의증인이나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등에서는 현재에도 그들의 중요한 교리 중의 하나로 가르치고 있다. 특히 여호와의 증인들은 이 창세기 6장 2절을 인용한 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사들은 육체를 입었으며 아름다운 여자들과 성적 관계를 갖기 위하여 땅으로 내려왔던 것입니다. 이들 천사들과 그들의 아내에게서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이 아기들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거인이 될 때까지 그것도 악한 거인이 될 때까지 성장하였습니다. 천사들은 익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육체를 버리고 영물로서 하늘로 돌아갔습니다"(우리는 지상 낙원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 93~94). 그들은 네피림도 곧 천사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 반신반인(半神半人)적인 거인으로 본다. 그러나 이 견해는 다음 반론들을 직면하고 있다.
(1) 창세기 6장의 본문은 문제 당사자들이 '인간임을 분명히 한다. 2절에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문제가 언급된 다음, 3절에서 여호와는 그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 당사자인 '하나님의 아들들이 천사라면 왜 하나님은 그 책임을 '사람'에게서만 찾으시는가? 이어지는 홍수 기사는 인간에게 내린 심판의 내용이다.
(2) 비록 구약에서 천사들이 하나님의 아들들로 불린 희미한 증거들이 있지만 히브리서 1장 5절은 선명하게 "하나님께서 어느 때에 천사 중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이라 하셨느냐"고 묻는다. 이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천사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조하여 강조하는 것이다.
(3) 예수는 천사들은 본질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존재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는 결혼에 관한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부활 때에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마 22:30)고 대답하였다. 같은 내용을 누가복음 20장 35~36절은 "장가가고 시집가는 일이 없으며 그들은 다시 죽을 수도 없나니 이는 천사와 동등"이라고 대답하였다. 어떤 이들은 여기 천사와 같다는 말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받는다고 하지만 본문은 분명히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도 없고' '죽지도 않는 것'이 '천사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4) 예수께서는 마지막 때에 사람들이 무절제한 식욕과 성욕에 탐닉할 것을 예언하시면서 그것이 '노아의 때와 같이"(마 24:38) 되는 일이라고 하셨다. 만일 노아의 때의 범죄를 천사들과 사람 사이의 범죄로 이해한다면 결국 예수께서는 재림 전에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된다. 예수는 마지막 때에 있을 사람들의 식욕과 성욕의 타락을 홍수 때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네 번째 견해는 어거스틴, 제롬, 칼뱅 등이 지지하는 전통적인 기독교 견해이다. 성경은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맺은 그의 백성들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표현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내 아들 내 장자" (출 4:22)라고 불렀으며, 또 “하나님의 자녀"라고 부른다(신 14:1; 32:5; 시 73:15; 호 1:10). 이들의 죄가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는" 일부다처주의인데 가인의 후손인 라멕에게서 바로 그 죄가 시작되었다(창 4:19~23).
이러한 이해는 지금이 본문이 전하고자 하는 신학적 메시지, 즉 하나님께서 홍수를 통해 세상을 멸할 수밖에 없다는 그 이유를 밝히고 있는 것과 일치된다. 본문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하나님이 '인간 세상'에 대홍수의 심판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사람들의 도덕적인 타락'에 관한 것이다. 창세기 4장26절에 기록된 대로 마치 그리스도를 섬기기에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린 것처럼 여호와를 섬기기에 여호와의 이름으로 불리던 셋의 자녀들이 어떻게 타락해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에 사람들을 존재케 하는 것은 거룩한 그의 백성을 통해 그분의 뜻을 실현하기 위함인데 그 일을 감당할 그의 백성이 타락했기 때문에 세상을 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하여 에덴에서 추방한 것처럼 셋의 후손이 타락하여 세상을 멸하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할 경우 '사람의 딸들은'가인의 후손을 의미한다. 엘렌 G. 화잇도 이 이해를 지지하였다.
셋 자손이 가인의 후손의 딸들의 아름다움에 미혹하여 그들과 통혼함으로 여호와를 불쾌하게 하였다(부조, 81).
이들의 죄는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 것이었다. 여기에 사용된 '보았다(saw) ・・・아름다움(good)…삼는지라(took)'는 창세기 3장 6절에 묘사된 하와의 범죄, 즉 금단의 나무를 보았다(saw)…직 하고(good)…따 먹고(took)'와밀접한 평행을 이루고 있다.
4절 하단에 이 결혼으로 탄생한 후손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 '그 후에도'라는 부사는 이러한 결혼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용사'란 단지 용기 있는 자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폭력을 행하는 힘있는 자'라고 보는 것이 문맥과 어울린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문장에서홍수를 내릴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으로 제시된 것이 “부패하여 포악함이 땅에 가득한"(6:11, 13)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왜 셋의 후손의 경우는 늘 아들들이고 가인의 후손의 경우는 늘 딸들인가?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즉 셋의 후손의 딸들이 가인의 후손의 아들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 그들과 통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아들들'을 주어로 삼은 것은 셋의 후손들이 수동적으로 유혹당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였음을 강조하는 표현 기법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는 행위였다.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가는 성적 문란의 범죄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