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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렛세이어 (노랑)
인터뷰이 : 렛세이어 (초록)
안녕하세요^^ 렛세이어 노랑입니다. 지난 3화까지는 면대면 인터뷰로 진행이 됐는데요. 이번 초록님과의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개인 사정상 서면으로 이뤄졌습니다. 비록 대면 인터뷰의 생동감은 없겠지만 서면 인터뷰만의 정제된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초록님과의 인터뷰, 시작합니다.
노랑 : 안녕하세요 초록님^^ 먼저 렛세이어 독자 여러분들께 자기 소개 간단히 해주시겠어요?
초록 : 네. 저는 벌써 3년 째 렛세이에 불성실히 참여하고 있는 렛세이어 초록입니다! 새내기 대학생이고 레즈비언으로 살고 있어요.
노랑 : 새내기 생활은 어떠신가요? 레즈로 사는 새내기 생활이 어떨지 궁금하네요ㅎㅎ
초록 : 제가 고등학교 때 의도치 않게 아웃팅을 당한 후에 거의 반쯤 오픈게이로 살았었고, 또 학교 내외로 이반 친구들도 많아서 되게 즐겁게 다녔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오니 그 인맥들이 다 멀어지고, 또 여초과다 보니 미묘한 눈치와 팽팽한 신경전에 피마르게 정체성을 숨기면서 살게 됐죠ㅎㅎ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여자애들이 정말 예뻐요. 분위기도 화사하고. 그건 참 좋더라고요.
노랑 : 그건 정말 '참' 좋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예쁜 여성들이 많다니.^^
애초에 렛세이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초록 : 음… 렛세이를 제가 처음 알 게 된 건 라틴이라는 커뮤니티에서였어요. 지금 저희가 연재하고 있기도 한 라틴! 라틴에서 팀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봤고, 지원해봐야겠다 생각했죠. 그렇게 마음먹은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그 때쯤이 제가 성소수자 사회에 처음 발딛을 쯤이라 겁도 많고 행동력도 없었는데 어떻게 합류했었는지ㅎㅎ 그 전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런 무서움들을 뚫고 지원했던 것 같아요!
노랑 : 오 그러셨군요- 고등학교 때 전사를 얘기해주셨는데.. 그럼 고등학교 때 정체화를 하신 건가요? 정체화 시기와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록 : 제가 정체성을 깨달은 건 중학교 1학년? 2학년 그쯤이었어요. 딱 구체적인 정체화라기보다는 그냥 어렴풋이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구나, 그럼 내가 레즈비언인가? 하는 생각 정도? 그 후에 여자친구를 사귀고 친구를 좋아하기도 해봤지만, 결국 정말 저에게 "레즈비언"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구체적인 정체화를 하게 된 건 고등학교 때, 이전까지의 마음들이 모두 풋사랑일 뿐이었음을 깨달을 만큼 깊은 짝사랑을 겪으며였지요. 이게 레즈비언으로서 산다는 거구나. 나는 정말로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나는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마음을 밝힐 수도 전할 수도 없구나. 그 마음이 저를 많이 흔들었었죠ㅎㅎ 아마도 그래서 그 때 쯤 성소수자 사회에 발을 딛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1기 렛세이엔 그 짝사랑하는 친구 얘기만 수두룩해요.
어쨌든 뭐, 지금은 레즈비언으로 살고는 있지만 그 정체성이 저에게 꼭 맞지는 않더라고요. 아직 어려서인지, 저는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성소수자"라는 깨달음이 중학생일 때,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화가 고등학생일 때, 그리고 그 이후 지속적인 정체성 혼란이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노랑 : 그럼 바이로서의 정체화 가능성도 열려 있는 건가요? 사실 전 자기가 '레즈비언이다' 정의내리는 분들이 신기할 때가 많은데- 전 여태껏 여자들에게 사랑을 느껴왔지만 제가 레즈다, 란 정의를 내리진 않거든요. 남자에게도 사랑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초록님도 이성에게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신 건가요?
초록 : 따지자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아직까지 남성을 사랑해본 적도, 성적 매력을 느낀 적도 없었고 레즈비언 정체화 과정 이전에도 성소수자 라는 개념이 없었을 뿐 어렴풋이 여자를 좋아하는구나를 알고 있었지만 남자는 정말 모르겠거든요. 하지만 헤테로로 살다가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한 수많은 사례들처럼, 레즈비언으로 살다가도 바이섹슈얼임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어요.
하지만 뭐 먼저 답했던 정체성 혼란은 성 지향성보다는 성 정체성과 관련한 혼란이에요. 어릴 때부터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렇다고 남성성 역시 가지고 싶지 않았던 상태에서 점점 "여자"로 자라나며 겪어야 했던 수많은 갈등들이 있었거든요. 저 스스로 느끼기에 저는 여성성도 남성성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 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단 확실한 건 남자는 아니라는 것, 뚜렷한 여자의 틀에 들지는 못한다는 것. 그래서 요새 젠더퀴어 중에서 정체성을 열심히 찾고 있어요. 하지만 찾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을 거예요. 제게 붙여지는 이름이 살짝 달라질 뿐이죠. 어쨌든 그래도 저는 레즈비언으로 살고 있고, 어떤 성별임을 알게 되든 레즈비언으로 살 거에요.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라는 그 뜻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레즈비언"이라는 라벨링이 좋기 때문에요.
노랑 : 아하- 전 정체화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 페미니즘쪽 공부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라.. 초록님의 말씀이 이해갈 듯 안 갈 듯하네요ㅎㅎ 저 같은 무지한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부연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1. 단어 개념들 : 헤테로, 성 정체성vs 성 지향성의 차이, 젠더퀴어
2. 마지막 문장에서 말씀하신 '레즈비언 라벨링'의 이점은 뭔가요?
초록 : 1. 헤테로는 헤테로섹슈얼, 즉 이성애자의 줄임말입니다. 이성애자라면 모두 (성 정체성과 상관 없이) 헤테로라고는 하지만, 보통 "일반"이라고 칭해지는 이들을 이르는 말로도 쓰곤 합니다.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본인의 원래 성별, 그러니까 의사로부터 지정받은 신체적 성(sex)가 아닌 본인이 느끼는 정신적 성(gender) 정체성을 성 정체성이라고 말하죠. 남성, 여성, 젠더퀴어 등이 여기 들어갑니다. Sex와 gender가 불일치 할 경우를 트랜스젠더라고 합니다. 성 지향성은 본인이 어떤 성별에게 사랑을 느끼느냐를 분류합니다. 무성애, 여성애, 남성애, 동성애, 이성애, 다성애, 범성애 등이 여기 들어갑니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성 지향성에 따른 정체성 확립을 성 정체성이라고도 합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구나"는 성지향성의 깨달음이라고 본다면, "레즈비언"이구나 하는 정체화는 넓은 의미의 성 정체성 깨달음으로 볼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젠더퀴어는 말 그대로 성 정체성 퀴어입니다. 남자와 여자를 제외한 성별들을 이르는 말이지요. 남녀가 합쳐진 안드로진, 제 3의 성이라고도 하는 뉴트로이스(중립적 성), 무성이라고도 하는 에이젠더, 사회적 성과 신체적 성이 다른 투스피릿, 두 성별이 번갈아 나타나는 바이젠더, 세 성별이 번갈아 나타나는 트라이젠더, 모든 성별을 다 나타내는 팬젠더 등이 있습니다.
2. 레즈비언 라벨링의 이점은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젠더퀴어에서 저와 가장 비슷하다고 여기는 성별은 뉴트로이스인데, 이 경우 제 성별이 뉴트로이스가 된다면 동성애자라고 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뉴트로이스 여성애자라고 저를 정체화 하고 싶지는 않아요. 레즈비언, 그 동성애자 문화에 적응해있고 맘에 들어하니까요. 원치 않게 여성성을 강요받는 일이 있다더라도, 저는 계속 레즈비언 라벨링을 유지할 생각이에요!
노랑 :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단어들과 관련해서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의구심이 하나 있는데요. 무성, 중성, 뭐 헤테로, 팬젠더 등등.. 성의 범주와 구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듯한데, 성을 세분화하는 접근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가요? 저런 수많은 단어들을 볼 때 제가 먼저 드는 건 당혹감이라서요. 대체 누굴 위한 기준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제 얕은 생각으로 보자면요. 또한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쓰는 분마다 기준들도 다른 것 같고. 또 오히려 저런 분류들이 대상을 더 '퀴어'스럽게, 그러니까 더 타자화시키는 듯한 기분도 들고 해서요.
초록 : 라벨링은 본인을 설명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정체성을 긍정하며 얻는 프라이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든든하기도 하죠. 그 때문에 소외될 수도 있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랑 : 하긴 나 자신을 긍정하려면, 다시 프라이드를 위해서는 스스로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라벨링이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 속에서 갈팡질팡하다 당당히 '니들이 뭐래도 난 이래!' 라는 발언의 행위로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 설명과 관련해 질문을 하나 더 드리고 싶은데요. '동성애자 문화에 적응돼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초록님이 생각하시는 동성애자 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광범위한 질문이니 간단히 예만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초록 : 그다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주제인데요, 일단은 "레즈비언 문화"가 아닌 "동성애자 문화"라는 데 시선을 맞추고 싶었어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레즈비언 사회가 아닌, 보다 광범위한 성소수자 사회에 발을 담고 있었으니 레즈비언 사회는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제가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후 수없이 학습해온 문화나 그로 인한 태도 등은 적어도 "동성애자" 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 말을 하며 생각났는데 어쩌면, 레즈비언이 아닌 동성애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비난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저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소수자 속의 소수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제가 익숙해져 있는 문화는 문화보다는 "동성애자로서의 나"에 가깝겠습니다.
노랑 : 초록님은 동성애자로서 저보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 오셨던 것 같네요. 동성애자 문화의 하위 범주라고 할 수 있는 퀴어문학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세요?
초록 : 퀴어문학 좋아하죠! 어릴 때 부터 책 읽는 걸 상당히 좋아했고, 세상에 성소수자가 정말 극히 드문줄 알았던 때 희망처럼 다가온 글들이니까요. 특히 "성장"을 주제로 한 풋풋한 여고생 레즈비언들이 나오는 문학작품이라면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퀴어문학에 있어서도 많이 한계를 느껴요. "퀴어" 문학이지 "게이" 문학이 아닌데 왜 항상 동성애자 문화만 다룰까. 넓어봐야 트랜스젠더 정도? 그리고 이제는 좀 "불쌍한 퀴어"들도 조금만 나왔으면 하고요. 왜 항상 퀴어들의 삶은 고민투성이에 암울하게만 그려지는지. 지금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방향들로 조금 넓어졌으면 해요.
노랑 : 저도 상당 부분 공감하는 답변입니다. 초록님도 문학도를 꿈꾸고 계시지 않나요? 지난번 정모 때 슬쩍 들었던 듯한데^^
초록 : 네. 문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막연한 꿈일 뿐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문학을 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생각해요ㅎㅎ
노랑 : 그럼요! 글 쓰면서 참 신기한 경험 중 하나가 별 거 아니라 지나갔던 기억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죠. 분명 초록님의 글에도 모든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을 것이고 또 녹아들어갈 거라 생각하는데요. 글을 쓸 때 초록님만의 철학이 있으신가요?
초록 : 저는 글 자체도 시 위주로 써왔고, 산문이라 해도 렛세이나 개인적인 감상에 그치는 토막글 위주로 써왔기 때문에 어떤 정형화된 철학이라던가 기술적인 면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글을 쓰는데 있어서 표현에, 묘사에, 서술에 거짓이 있을지라도 글 자체에서 배어 나오는 감정만큼은 진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감정이 정말 잘 녹아있어 나중에라도 그 글을 읽고난 후엔 글을 쓸 당시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주는 그런 글. 그렇게 글을 쓰려고 하고 있어요.
노랑 : 초록님이 좋아하시는 작품이 궁금한데요. 소설이나 시나.. 좋아하시는 작품 혹은 추천하고픈 작품이 있으시다면?
초록 : 좋아하는, 혹은 추천하고픈 작품 하니 바로 머리 속을 스치는 시 한 편이 있네요! 나름 유명한 시지만 몇 년 전에야 이 시를 접하고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김경미 시인의 <나는야 세컨드> 라는 시입니다.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 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 김경미, <나는야 세컨드>
노랑 : 초록님 덕에 오랜만에 시를 읽어보네요. 평소에도 시를 자주 읽으세요?
초록 : 그럴 수 있겠다면 참 좋겠지만…ㅠㅠ 안타깝게도 자주 읽지 못하며 살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정말 필사적으로 필사한다고 농담할 만큼 시를 많이 읽고 필사하고 쓰고 그랬었는데, 전혀 상관 없는 전공을 하게 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되면서 시 자체가 제게서 많이 멀어졌어요. 슬픈 일이죠.
노랑 : 인생의 큰 궤도로 보자면 멀리 돌아 더 가까이 오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제 공식적 질문 대부분은 끝난 듯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질문들이 남았는데요. 지난번에 뵀을 때 연애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들이 있으셨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저도 요새 인생 처음으로 연애다운 연애를 하다 보니 연애에 대한 생각들이 많거든요. 초록님에게 연애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연애를 하려고 할까요?
초록 : 이 질문 앞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네요ㅎㅎ 예전에 읽었던 책 속 이야기가 생각 납니다. 아마 마광수 교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에세이였다고 기억해요. 거기 이런 말이 나옵니다. 연애는 세가지로 나뉜다. 필요에 의한 연애, 한 사람은 사랑해서, 한 사람은 필요해서 하는 연애, 서로 사랑해서 하는 연애. 연애를 하며 기념일을 챙기고 끊임없이 서로를 확인하는 건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버티기 힘들 때마다 주의를 돌리는 행위일 뿐이라고요. 한때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요. 필요에 의한 연애도 지속될 수 있다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저는 어리지만, 그래도 배워 나가고 있어요. 사랑이라는 것은 다 다른 거고, 그걸 어떻게 드러내냐, 표현하냐,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냐가 다 다르다고. 연애 역시 그렇겠죠. 서로 사랑하지만 연애하지 않는 사람이 있듯, 정말 사랑해서 연애하는 사람이 있듯, 감정적인 부분을 제외한 필요에 의한 연애를 하는 사람이 있듯. 그것도 결국은 다 연애잖아요. 연애라고 칭해진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지요. 연애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노랑 : 사랑이 다 다르다는 초록님 의견에 동감하고요. 다 다르기 때문에 충돌도 있고 고민도 있지만.. 또 그 산을 넘었을 때 희열도 있는 것 같아요. 그치만 이렇게 다른 와중에서도 내가 꿈꾸는 사랑의 모습이란 건 누구나 있는 것 같은데- 일례로 기든스는 열정적 사랑, 낭만적 사랑, 합류적 사랑으로 사랑을 범주화하고 합류적 사랑, 그러니까 각자의 모습으로 흐르지만 때론 합류하기도 하고 분류하기도 하는, 자율적이고도 상호 발전적인 사랑을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로 봤지요. 초록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이라는 건 어떤 모습인가요?
초록 : 노랑님이 말씀하신 예와 비슷한데요, 조금 더 추가할 게 있다면 보브아르와 사르트르의 사랑과 같은 자유로움과 상호 존중? 사실 제가 경험도 적고 어리기 때문에 아직 내가 꿈꾸는 사랑은 이렇다, 하고는 말하지 못하겠고요, 그냥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말일 뿐이에요ㅎㅎ
노랑 : 그래도 그런 지향이나 이상들이 알게 모르게 초록님의 연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텐데요. 현재도 연애 중이신가요? 곤란한 질문이라면 묵비권 행사 가능하십니다.^^
초록 : 얼마 전 연애를 끝내고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기에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하며 잘 끝냈어요.
노랑 : 그러시군요... 어디선가 봤는데.. 그 사람과 내가 어떤 관계였는지 알려면 이별을 해보라고 했던가..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요. 이별 후에서야 이 사람이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별이 매우 중요하다고요.
세상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참 많은 것 같네요.^^
초록 : 그러게요. 항상 아직 나는 사랑을 잘 모른다고 말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이야기해보니 사랑을 잘 아는 사람이 있긴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노랑 : 그러니 모든 사랑은 첫 사랑이란 말이 있는 거겠지요? 매번 넘어지는 건 똑같고.. 다만 하면 할수록 조금 더 잘 일어나게 되고 조금 더 아픔을 참을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초록님도 곧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실 텐데.. 또 그땐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랑하시길 바랄게요^^
끝으로 렛세이 독자분들께 한마디해주시겠어요?
초록 :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우리는 모두 그걸 배워나가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면 제가 우리 노랑님이나 독자분들에게 갖는 감정 역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해주신 노랑님과 우리 독자분들 사랑합니다. ♥♥♥
노랑 : 하하- 귀엽게 마무리해주시네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초록님!
지금까지 초록님과의 상큼한, 그러나 다소 진중한 인터뷰였습니다. 사실 더 묻고 싶은 것도 들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분량과 시간상 아쉽게 마무리가 됐는데요. 언젠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그날이 오길 바라면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다음 회에는 초록님이 파랑님을 낱낱이 해부해주실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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