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우스 도미티우스 아헤노바르부스(Lucius Domitius Ahenobarbus), 로마제국 5대 황제 네로의 본명이다. 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네로 클라우디우스 카이사르 드루수스 게르마니쿠스(Nero Claudius Caesar Drusus Germanicus)는 개명한 이름이다. 그는 권좌에 올라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법적 상속자인 이복동생을 죽이고 마침내 자기의 어머니도 살해했다. 그러나 그의 무자비한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후 그의 아내까지 죽임으로 친족 살해의 끝판을 보여 주었다. 그의 품행은 천박했고 사생활은 문란했으며 삶은 방탕했다. 유부녀를 농락하는 것은 예사였고, 미소년들을 동성애인으로 두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도덕적인 타락성은 다른 실책에 비하면 오히려 약과였다.
AD 64년 7월 19일 밤, 로마 대화재 사건으로 불리는 화재가 발생했다. 대형 경기장 아래 상점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도시를 삼켰다. 한여름 밤 가뜩이나 달궈진 공기를 탄 불길은 빈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맹렬하게 번졌다. 14개 로마 행정구역 가운데 3개 지역은 전소, 7개 지역은 반이 탔고 온전한 곳은 고작 4개 지역뿐이었다.
“이즈음 로마에는 무서운 화재가 일어나서 도시의 거의 절반을 태웠다. 네로 자신이 방화했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집을 잃은 사람들과 곤궁한 사람들을 도와줌으로 크게 관대한 체하였다. 그러나 네로는 방화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백성들은 흥분하고 격노하였으므로 네로는 자신의 혐의를 벗고 그가 두려워하고 증오한 한 계층의 사람들을 그 도시에서 제거하기 위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웠다. 그의 계책이 성공하여, 무수한 그리스도의 추종자들-남녀와 아이들-이 무참히 살해되었다.”(행적, 487)
로마에 거주하던 기독교인 10% 이상이 무참히 살해되었다. 폴란드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에게 1905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쿠오바디스’의 주제가 바로 로마 대화재와 기독교 박해에 관한 내용이다. 네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포악하고 비열한 왕으로 불린다. 그렇게 포악한 왕이 이상하게도 사도 바울에 관해서는 무죄 석방 시켰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울은 화재 사건 전에 자유인이 되었고 그는 로마를 떠나있었으므로 화재 사건의 박해에서는 피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노 사도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요 삶의 여유였다. 그는 교회를 연합시키고 교회 안으로 기어들어 오는 거짓 교리를 방어하는 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의 시간을 그는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일에 바쳤다. 이미 그의 몸은 노쇠해갔고 오랜 세월 육체적인 핍박과 시련으로 축적된 피로는 노환이 되어 찾아왔다. 사도는 자신에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는 더욱더 열심히 활동하고 움직였다. 그는 녹슬어 못쓰게 되기보다는 차라리 닳아서 없어지길 원했다.
머잖아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진실하며 정직하고 투철했던 신앙의 거인과 가장 포학하고 추악하며 음탕한 세상의 권력자와 조우가 있을 것이었다. 한 사람은 거룩한 죄수로 다른 한 사람은 추악한 판관으로 대면할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입장이 뒤바뀌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타락한 천사들과 세상을 심판할 때는 네로의 모든 죄상이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고전 6:2) 성도가 세상을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세상도 너희에게 판단을 받겠거든 지극히 작은 일 판단하기를 감당하지 못하겠느냐 (고전 6:3) 우리가 천사를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그러하거든 하물며 세상 일이랴
하나님 아버지!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포악해진다고 해도 우리가 가야 할 그 진실한 길을 끝까지 가게 하소서. 의인이 죄수가 되고 죄인이 재판관이 되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좌절하지 않게 하시고 끝까지 충성된 하늘의 군사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