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원한이 컸으면 그랬겠느냐
중국 신문 동방차이푸망(东方财富网)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3000억 위안(약 52조원)에 달하는 (주)거리전기가 제8회 단기자금 조달 설명서에서 회사 이사인 장웨이를 ‘김승(畜生 축생)’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습니다.(2021.7)
‘장웨이, 남(男), 1976년 출생(出生)’이라고 표기해야 하지만 ‘출생(出生)’ 대신 ‘축생(畜生)’이라고 쓴 것인데, 이 축생이란 말은 짐승이 태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한 네티즌이 설명서를 만든 직원을 응원하며 단 댓글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원한이 컸으면 그랬겠느냐!”
‘원한(怨恨)’이란 억울한 일을 당하여 응어리진 마음입니다. 크게 한 맺힌 원한을 ‘각골통한(刻骨痛恨)’이라고도 합니다. 각골(刻骨)은 ‘뼈에 새긴다’는 말인데, 뼈에 조각을 하는 아픔에 비견할 만큼의 깊은 원한을 의미합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처럼 원한의 깊이는 천길 물속처럼 가늠키가 어렵습니다.
뼈 속 깊이 응어리진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한은 반드시 풀어야만 합니다. 풀지 않고 방치하면 마음의 응어리는 암세포처럼 쑥쑥 자라나 결국엔 자신을 갉아먹고 말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떻게 풀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복수인가, 용서인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공자가 자로(子路), 자공(子貢), 안회(顔回)에게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자로는 “남이 나에게 잘 대해주면 나도 그를 잘 대해 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잘 대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고, 자공은 “남이 나를 잘 대해주면 나도 그를 잘 대해 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상황에 따라 적절히 도를 지킬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반해 안회는 “남이 나에게 잘 대해 주지 않아도 나는 그를 잘 대해 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제자들의 대답을 다 들은 공자는 자로가 말하는 것은 야만적 행위이고, 자공이 말하는 것은 친구 간에나 가능한 일이며, 안회가 말하는 것은 가족 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은덕(恩德)을 베풀거나 원한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원한을 은덕으로 베풀면 고매한 품격이 인향(人香)으로 널리 퍼져 나갈 수 있으나, 복수로 되갚으면 악연의 악순환만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원한의 끈을 완벽히 끊고자 한다면 결국 은덕으로 풀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보원이덕(報怨以德)’이라고도 합니다.
애주가와 목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애주가가 목사의 면전에서 브랜디 한잔을 마시려 술잔을 들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본 목사가 한마디 했습니다. “안 됩니다. 그런 사악한 음료를 마셔서는 절대 안 됩니다. 브랜디는 당신의 원수 중의 원수입니다.” 그러자 애주가가 말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잖습니까!”
원한 맺힌 자에게 속 시원히 복수하고 싶은 충동이 활활 타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했다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내 마음 속의 오래된 원한은 사라지나, 상대방의 마음속에 새로운 원한을 심기 때문입니다. 증오, 미움, 원망으로 얼룩진 마음을 무장해제하기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용서가 그리 쉬운 것이라면 용서 때문에 고뇌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한 맺힌 원한을 꼭 풀고 싶다면,
머릿속 기억부터 지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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