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4. 06
바이에른 뮌헨이 벤피카 상대로 높은 점유율과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내고도 단 1골에 그치며 다소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바이에른이 자랑하는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에른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벤피카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아르투로 비달의 이른 시간 선제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바이에른 입장에선 다소 찝찝한 뒷 맛을 남긴 결과였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비달의 골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바이에른의 대승이 예상됐다. 바이에른은 유난히 홈에서 강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경기 이전까지 바이에른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홈 10연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홈 10경기에서 무려 40골을 넣으며 경기당 4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역시 챔피언스 리그 홈 4경기에서 무려 18골을 넣은 바이에른이었다.
하지만 벤피카전엔 바이에른이 자랑하는 공격이 터지지 않았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환상적인 골을 넣은 프랑크 리베리가 활발하게 공격을 전개하며 5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제공했으나 바이에른은 추가 골을 넣는 데에 실패했다. 특히 '뮐란도프스키(뮐러+레반도프스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바이에른 원투 펀치가 침묵했다.
먼저 뮐러는 경기 내내 평소답지 않게 빈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당연히 슈팅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뮐러는 84분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 밖에 시도하지 못한 채 마리오 괴체로 교체되고 말았다.
레반도프스키는 패스 성공률이 무려 95.8%에 달할 정도로 연계 플레이는 준수한 편이었고, 수비 뒷공간을 빠져 나가는 움직임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슈팅 정확도나 마지막 순간 판단력이 아쉬웠다. 5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을 넣는 데엔 실패했다. 지나치게 끌다 슈팅 타이밍을 놓치면서 상대 수비 벽을 맞추는 장면도 연출했다.
무엇보다도 레반도프스키는 경기 막판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옆에 있던 필립 람에게 패스를 길게 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공격수라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즉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걸 의미한다.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깬 상태였기에 차분하게 패스를 내줬다면 람이 빈 골문에 가볍게 밀어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레반도프스키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벤피카 골키퍼 에데우손 모라에스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에데우손은 9분경 더글라스 코스타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막아냈고, 20분경엔 뮐러의 슈팅을 선방해냈다. 81분경엔 리베리의 단독 돌파에 이은 슈팅을 발로 선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 내용 자체는 바이에른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점유율은 62대38로 바이에른이 우위를 점했고, 패스 숫자도 2배 이상 많았다(바이에른 632회, 벤피카 301회). 슈팅 숫자는 바이에른이 16대10이었고, 특히 유효 슈팅은 바이에른이 6대1로 크게 앞섰다.
이 경기 결과가 바이에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건 바이에른 선수들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표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에른 선수들과 과르디올라 감독 얼굴에선 초조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벤피카 선수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고, 루이 비토리아 감독도 선수들을 독려했다.
챔피언스 리그의 경우 결승전을 제외하면 홈-원정 1, 2차전으로 치러지고, 원정골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바이에른이 지난 시즌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선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고, 포르투와의 8강 1차전에선 1-3으로 패하고도 준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2차전 홈 대승(샤흐타르전 7-0 승, 포르투전 6-1 승)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홈에서 1골 차 승리는 바이에른 입장에선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고는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고 보기 어렵다.
바이에른은 이번 경기 1-0 승리와 함께 쾰른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전에 이어 3경기 연속 1-0 승리를 기록했다.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바이에른답지 않은 모습이다. 챔피언스 리그와 분데스리가, 그리고 A매치를 병행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특히 레반도프스키는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에 휴식을 부상으로 결장한 다름슈타트전(분데스리가 5라운드)을 제외하면 전경기에 출전 중에 있다. 다른 바이에른 선수들이 적절하게 로테이션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다.
실제 레반도프스키는 바이에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1경기에 출전하고 있다(2위는 뮐러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40경기). 특히 출전 시간은 3396분으로 바이에른 필드 플레이어들 중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바이에른 주장 필립 람으로 3167분 출전을 기록 중에 있지만 람의 경우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기에 A매치를 소화하지 않는다. 즉 A매치까지 포함하면 레반도프스키의 출전 시간은 다른 바이에른 선수들과 격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프랑크푸르트전에서 레반도프스키는 무려 6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레반도프스키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즉 남은 기간 레반도프스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레반도프스키의 득점왕 등극도 중요하지만 바이에른의 최종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다.
김현민 기자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