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년 여름
한국에서 막 미국 도착하고 100일도 되지 않은 저에게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여주고 싶었던 남편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하이웨이를 몇시간을 달리다 점심을 위해 휴게실에 잠시 들렀구요.
( 아시다시피 하이웨이 패스트 푸드점이 얼마나 정신없고 혼잡했던지... )
간단한 점심후 다시 길에 올라 한시간 정도를 더 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옆에 있어야 할 게 없다는 허전함이 느껴졌는데
헉, 제 가방이 없는 거예요 ! 😱
그안에 물론 돈도 있었지만 제 영주권, 한국여권 등등 중요한 신분증은 죄다 있는데 ...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듯한 공포심을 느끼며
남편한테 말했더니 제일 처음 나오는 엑짓으로 가서
나가기 직전 거기 있던 부스로 차를 대더라구요.
그때만 해도 핸펀 뭐 이런 거 없던때라 거기가서 전화 좀 쓰자고 부탁을 했습니다.
흔쾌히 쓰라고 하고 우리가 들렀던 휴게실의 버거킹 전번까지 찾아주던 직원들 (이라고 쓰고 천사라 읽음)
전화했더니 자기네 지금 가방이 100개 정도 있는데 제 가방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해 보라고...
왕골 가방에 파란색 동양식 나비 매듭이 달려 있다고 했더니 오 여기 있다고 , 가지러 오라고 ..
제가 그때 얼마나 미국에 감동하고 놀랐는지 한동안 이 에피소드로
미국의 찬가를 한국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불렀습니다.
그도 그랬던게 미국 오기 직전까지도 그당시 한국에서는
시장에서 육교에서 혼잡한 식당에서 핸드백 소매치기를 몇번이나 경험하던 때였거든요.
2023년 가을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은 바로 부산행을 택했지만
이제는 나이도 있고
좀 편하게 다니고 싶어서 인천공항 옆 호텔서 하루 쉬고 담날 부산 내려가는 스케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던 남편 친구부부가 공항에 마중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터미널 안 카페에 앉아 수다삼매경 한시간 정도 하고 헤어져
저희는 호텔로 왔습니다.
호텔 객실에 들어 와서 뭔가를 찾다 쎄하게 허전한 느낌 .
어 , 내 백팩 어디갔지 ? 😱
백팩 , 거소증이랑 국적회복할 거라고 챙겨 넣은 서류도 서류지만 ( 두사람 디테일한 정보 )
무엇보다도 시민권 원본이 그 백팩안에 있는데 .... ㅎㄷㄷ
내 얼굴 하얘지고 남편 얼굴 노래짐.
일단 호텔 데스크에 전화해서 혹시 우리가 타고 왔던 셔틀버스에 있나 확인 해 보니 없다고 해요.
그러면 그 터미널 카페다.
사람들이 수도 없이 드나들고 왕래할 그 터미널에 .... 헉 !
카페 이름도 기억 안나고 전화보다 그냥 가는 게 빠르겠다 해서 택시 타고 터미널로 달려 갔습니다.
근데 얘기 들으신 기사님께서 '걱정마세요 ,거기 그냥 있을겁니다.' 하시네요.
요즘은 한국에 분실물 잘 없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안에 들은 내용물이 내용물인 만큼 가는동안 내내 제발제발 ..기도 하며 갔습니다.
터미널 도착해서 카페로 가까이 가는 동안 그 심장의 쫄깃함이라니...
저희가 앉았던 자리가 카페 바깥자리였는데
그자리에
제등에 붙어 밀려있던 그 모양 그.대.로
딱 그렇게 있는 거예요 !
여러분, 한국만셉니다 ! 네 !
첫댓글 저는 귀국직후에 장을보고 버스를 탔는데 장바구니를 깜빡 두고내린후에 전화해서 버스터미널 분실물센터에 가서 찾았고, 또한번은 은행가서 atm에 돈나온걸 빠뜨리고 창구에 갔다가 급히 돌아가보니 현금이 고스란히 있었어요.
부페가서 밥먹을때 가방들고 음식뜨러가는걸 내국인 친구가 말리더군요. 지갑핸폰다 의자에 놓고가래요.
서울에 있을때 새벽에 삼청공원에 다녀오면서 집앞에 많은 택배들이 배송되어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밤새 아무도 손을 되지않고 얌전하게, 물론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의식도 성숙해 졌다는 결론입니다. 미국에서는 우체통까지 털어가는 세상속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지...ㅎㅎ
ㅎㅎㅎㅎㅎ이게 말입니다 ㅋㅋ
이것도 동네마다 달라요
우리 마을엔 거름쌓아 논것도 차대고 뚱쳐갑니다
시골인데도 cctv 단 집 꾀됩니다
Deja vu all over again^^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한국,미국 두 나라 다 억세게 운이 좋은 ynjbr0 님이시네요.
제 남편은 몰 푸드코트에서 태블릿을 놔두고 화장실을 갔다가
홀랑 잃어 버리고 왔길래 어이가 없어서 몰이 거실이냐고 물어봤네요 ㅎㅎ
하긴 저도 던킨도넛에서 의자에 걸어둔 핸드백을 깜빡해서 건너편 버거킹
덤스터에서 돈과 카드만 빼고 버린 핸드백을 발견했으니 뭐 도긴개긴이죠.
한번은 지갑을 차밖 지붕에다 얹은 채로 집까지 운전해서 왔다는 ㅋㅋ
그래서 여자들의 핸드백 크기에 비례해서 나이도 더 많다는 ~ㅋ
이것 저것 마구 집어넣고 크로스로 매고 다녀야 안 잊어버리니까요.
정말 운이 좋으세요.
전 미국에서 살면서 어린 딸 앞에서 무서운 스키 모자 쓴 강도 만나보고 ㅠㅠ 트라우마로 직장도 못가고 딸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던 생각이 나요.
저는 밸트 백(배달원 처럼 ^^) 크로스로 매고 다녀요. 운전할때도 그대로... ㅎㅎ
동생네가 한국에서 오고 뉴욕 언니네가 우리 있는 미시간에 방문 중 매키나 아일랜드에 놀러가 이인용 자전거를 세커플이 타고 섬을 돌다 한곳에 자전거 세워두고 먹다,쉬다, 사진 찍다 한 참을 놀았는데 갑자기 동생 얼굴이 하애지며 막 뛰어 자전거 세워둔데로 갑니다. 어안이 벙벙한채로 뭐야? 하고 나머지 식구들이 가 보니 자전거 바구니에 딸내미 등록금 포함 몇만불을 넣은 가방을 둔채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대로 있어 휴! 했지만 잠시 깜놀했던 기억이... 지난주 옆지기 좌석버스 바구니에 선그라스 걸쳐 두고 책 읽다 내렸는데 아차! 이 아짐은 그대로 터미널로 한정거를 뛰었고(가지 말라고) 이미 떠난 버스! 이리 저리 전화를 해서 그 날도 아니고 담날 찾았다는... 어디서나 있을수 있는 일! 건망증으로만 안 가고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소망! 덕분에 옛일 소회하고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엄청나게 운이 좋으셨던 것 같아요^^
저는 사건반장이라는 한국 티비프로를 거의 매일 보는데
그 프로에선 전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좀 도둑질이 많이 보여지거든요
뭐 한국도 택배며 먹튀며 cc tv 앞에서도 내가 다 화가 날 정도로 많이 가져가더군요 ㅎ
휴...
해피엔딩!
ynjbr0님께서
남의 것
늘 잘 돌려드렸기에...
글솜씨 - 재미있게 쓰시는 -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