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수요일, 익산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전날 내린 비로 선선해진 날씨랑 구름 가득한 하늘이 잠시 더위를 주춤하게 하고 있다.
재미나이 도움을 받아 짠 일정, 한옥카페 왕궁다원에서 여유롭게 차 한 잔을 하고 아가페 정원을 들렀다 나오는 길 미륵사지 석탑을 보고 오기로 한다.
1시간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왕궁다원.
시골의 느긋하고 한가로운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입구에는 피어나고 시들어가는 금계국과 데이지가 어지러이 뒤섞여 있다.
어린 시절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평범한 기와집 세 채가 이웃해 있고 이 모든 곳이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작은 방들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고 마루에도 탁자가 놓여 있다.
여기저기 너른 마당에는 제법 큰 나무들과 수많은 꽃송이들이 이름모를 풀꽃들이 더불어 옹기종기 피어나 있다.
마루 밑 댓돌, 뒤안의 부뚜막과 커다란 솥단지, 마당에 자리한 우물, 가지런히 쌓여있는 장작들은 어릴 적 시골 할머니집에서 보았던 정겨운 모습들이다.
첫손님이 되어 대추탕과 카페라떼를 마시며 사랑채에서 담소를 나눈다.
세 군데 열린 미닫이문 사이로 불어오는 살랑바람과 바깥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자연스레 마음을 풀어헤치게 만든다.
20여분을 달려 아가페 정원으로 향한다.
50여년 동안 가꾸어온 노인복지시설이었던 아가페 정양원이 2021년 3월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후, 시민쉼터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단다.
친절하게 안내된 관람로를 따라가면 향나무 숲을 시작으로 공작단풍, 오엽송, 반송이 싱그러운 초록향기를 뿜어내고 간간히 작약과 꽃양귀비, 데이지, 금계국이 화사란 색깔을 더해준다.
아가페 정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메타세쿼이아길이다.
정원 설립 초기에 심었던 500여 그루가 촘촘히 늘어서 마치 성곽처럼 숲을 감싸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오른 메타세쿼이아의 시원스런 모습은 자연스럽게 여러 컷의 사진을 찍게 만든다.
저물어 가는 모습이 아쉬운 남청색 수레국화랑 연지빛 화사한 끈끈이 대나물(?) 꽃밭도 제법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다.
유럽풍으로 가꾸어 놓은 정원에 들어서면 아치형 장미넝쿨과 샛노란 금사철 패랭이 꽃이 발길을 붙든다.
약 1시간 남짓이면 쉬엄쉬엄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멋진 공간, 아가페 정원이다.
미륵사지터로 향한다.
무척 넓은 초록 대지 위로 동서 양편에 석탑 두 기가 보인다.
한쪽이 허물어져 있는 국보 미륵사지 석탑은 높이 14.24m이고 현재 6층까지만 남아있으나 본래는 9층으로 추정된단다.
정가운데 목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가 있고 동탑은 9층 석탑으로 복원해 놓았단다.
7세기 백제시대 세워졌던 탑이라니 무척이나 오랜 세월 버티며 견뎌온 단단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익산 박물관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