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독교의 보수적 행태, 편협함을 극복하려는 시도와 사상적 고민은 여러모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러한 급진적인 노력마저도 대개는 그 주체가 대부분 신학자나 목회자들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교파주의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을 띠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권력’의 주인을 성직자에서 ‘평신도’에게로 가져오려는 ‘제2의 종교개혁’에 대한 모의는 계속되어오고 있었다.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신앙을 오히려 역행하는 교회의 행태를 예수 운동을 대안으로 삼아 극복하려고 조직된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결사체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이들의 평신도 운동은 이 시대의 문제에 응답하고자 10년 동안 계속되어왔다. 특히 매년 여름에 누구에게나 개방된 ‘평신도아카데미’ 강좌를 개최하여 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의 현실을 살펴보고, 진보적이며 실천적인 신앙 및 삶과, 평신도 운동의 이론적 기반과 실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모색해왔다. 이 강좌에는 진보적인 기독교 인사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초빙되어 기독교 평신도들이 신앙과 신학을 삶의 가치와 일치시키고 시민 사회 및 민중적 과제에 대해 연대하는 데 도왔다.
이 책은 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평신도아카데미가 2008년까지 진행한 일곱 번의 강좌들 가운데 기독교와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에서 평신도의 신앙과 삶에 초점을 맞춘 강의들을 모은 것이다. (비록 책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한국 교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도올 김용옥의 강의가 2007년 평신도아카데미를 채웠다는 사실 역시 평신도아카데미가 시대정신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평신도를 목회(사역)의 수동적 대상으로 보고 “목회자가 아니면 설 자리가 없는” 한국 교회의 한계, 정치·역사·경제·사회·문화 등 그동안 교회가 외면해온 기독교인의 생활 속 실천이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그간 평신도아카데미에 관심을 기울여왔으나 시간을 낼 수 없어 놓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아직 평신도아카데미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한 더 많은 의식 있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소중한 자료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