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지에 우리 교회 이름을?
⊙ 우리 땅에 교회를 세웠던 선교국은 우리 교회 이름을 어떻게 했나요?
⊙ 한국 교회가 이국 땅에 세운 교회 이름 중에 한국의 동네 이름이 많이 보입니다.
⊙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한 교회 이름을 따를 때 부작용은 없는지요?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반가운 사연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뜻밖에 한국에서 가까이 아는 교회의 이름이 이 곳에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은 이 곳 나라 이름 다음에 이어지는 한국 교회 이름이었습니다. 알고 본즉 이 교회를 창립하여 선교하는 한국 교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회사 이름 외에는 전혀 들어 볼 수 없이 이 지역에서 귀에 익은 교회 이름을 보게 됨은 한국 교회의 위력을 다시 입증하는 듯하여 한국 교회 목사로서 우쭐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이렇게 선교의 열이 강하고 그 많은 선교 헌금으로 목사가 파송되고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긍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곳을 지난 지 며칠이 된 지금 그 멀고 먼 나라에서 불린 한국 교회 이름에 대하여 무엇인가 이상한 생각이 자꾸 앞섭니다. 그리고 다음의 질문이 며칠 전에 가졌던 긍지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하게 됩니다. 첫째 질문은 어느 때까지 그 교회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될 것인가? 지금은 가난하고 어려워서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선교사 앞에 고개를 숙이지만 이들이 어느 때인가 경제적으로 신앙적으로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을 때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교회 이름에 대하여 행복하게 생각할 것인가? 두 번째의 질문은 100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미국의 선교비로 세운 교회가 적지 아니했을 터인데 한국의 어느 교회가 미국 교회 이름을 가지고 있는가? 예를 들면 '한국 샌프란시스코 중앙 장로교회' 또는 '서울 할리우드 장로교회' 라는 이름이 우리 띵에 있는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들은 '멕시코 한라산교회' 처럼 우리 이름을 기어이 해외에서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그 대답이 시원하지 못합니다. 생각하면 우리의 선교 정신이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자칫 우리의 선교가 개교회의 이름을 길이 이 땅에 빛내기 위하여 있는 인상을 풍기기 쉽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지배권 행사를 지키고야 말겠다는 이름이며 언어까지 심어 가면서 식민지를 개척하던 나라들을 답습하는 듯한 인상도 적지 아니합니다. 특별히 의식이 있는 피선교국의 목사들로부터 이러한 사실에 적극 반대하는 의견을 들을 때마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단한 수준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나라 안에서도 개척 교회마다 자신들의 교회 이름을 사용함에도 이견이 대두되는데 하물며 언어도 인종도 문화도 다른 해외에서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란 어려울 때는 아무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도움을 받아 우선 생존하기를 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속마음에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주는 존재가 받는 사람의 주체성을 무시할 때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대로 따를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난과 자존심의 상처는 한시적인 것이지 영원히 지속된 것이 아닙니다. 어느 때인가 발음도 제대로 못하고 한국 어느 지역 이름을 가져온 자신들의 교회 간판을 보면서 반드시 그들은 고마움보다는 수치심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자자손손 지키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낳아 준 부모가 지어 준 이름도 성숙한 후에 마음에 맞지 않으면 개명을 하는데 자좀심을 상하게 하는 교회 이름이라고 생각되면 어찌 그것을 지속할 것입니까? 미국의 교회들과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교회를 세우면서 순수하게 우리 지역과 기타의 이름을 가지고 우리말로 교회 이름을 남겨 준 것에 유의해 봅시다. 지금이라도 그들이 원하는 이름을 지어서 그들의 눈앞에 간판을 걸어 주도록 함이 타당합니다. 출입할 때마다 생소한 외국의 이름과 마주치게 하고 부담을 안겨 주고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함이 좋을 것입니다.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개척한 교회 이름을 익히게 하여 무엇이 유익할 것입니까? 개척한 교회들의 자부심과 성취욕을 위해 필요할지 모르지만 선교를 받은 그들에게는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는 작업에 불과합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순수하게 필요한 세계에 복음을 전하고 필요한 것을 돕는 것으로 끝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