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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참나무과 |
Fagus engleriana |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1948년에 발표한 유치환의 시 〈울릉도〉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의 이 작은 섬에는 한 세기 전만 하여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울릉도의 생성 원인에 관하여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화산섬이라면 울릉도의 식물들은 일본이나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배를 타고 건너가기도 어려운 외딴 섬에 식물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열매나 씨앗을 먹고 울릉도로 날아간 새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고, 가벼운 씨앗은 직접 파도에 실려 건너갔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큰 나무는 너도밤나무, 솔송나무, 섬잣나무가 있다.
울릉도 너도밤나무는 한반도에서는 자라지 않으므로 일본열도에서 온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동해 쪽의 일본 숲에 너도밤나무가 많이 자라는 것이 증거이다. 울릉도 너도밤나무는 일본 너도밤나무와는 다른 변종으로 취급해 왔다. 오랫동안 격리되어 자라는 사이 서로 독립적인 진화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너도밤나무에 통합하여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너도밤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탓에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무다. 목재는 단단하고 질기며 물관이 고루고루 흩어져 있는 산공재(酸孔材)1) 이면서 짙은 갈색의 작은 반점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표면이 아름다워 장식용 가구에서부터 합판, 건축 내장재까지 두루두루 쓰인다. 유럽 대륙을 비롯하여 일본 등 온대지방에 널리 자라며, 우리나라의 참나무처럼 그들의 넓은잎나무 숲은 너도밤나무로 대표된다. 지금도 사람이 일부러 심는 인공조림은 너도밤나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너도밤나무는 갈잎의 큰 나무로 키 20미터, 지름은 두 아름이 넘게 자랄 수 있다. 울릉도 성인봉에서 나리 분지까지 다른 넓은잎나무들과 섞여 자란다. 태하령 일대에는 솔송나무, 섬잣나무와 함께 너도밤나무 군락이 천연기념물 50호로 지정되어 있다. 너도밤나무는 나무껍질이 연한 잿빛이며, 상당히 나이를 먹어도 매끈하다. 물푸레나무처럼 흰 얼룩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긴 타원형의 잎이 어긋나기로 달리며 가장자리는 잎맥 끝이 오므라져서 물결모양, 또는 이빨모양의 톱니로 되며 9~13쌍의 잎맥이 있다.
암수 한 나무로서 10월경 가시가 숭숭한 껍질(총포) 안에 세모모양의 작은 도토리가 1~2개씩 들어 있다. 동그랗거나 타원형의 도토리를 가진 상수리나무나 떡갈나무와는 다른 집안임을 알 수 있다.
씨는 그대로 먹을 수 있으나 몇 년에 한 번씩 열리므로 밤이나 참나무 도토리처럼 식량자원으로 쓰기는 어렵다. 울릉도에 사람이 본격적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경이다. 그곳에서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버텼으니 너도밤나무 도토리가 양이 적어 아쉽기는 해도 먹을거리에 보탬은 되었다. 잎 모양도 밤나무를 조금 닮았으니 밤나무와 관련된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을 터다. 첫 이주민은 남부지방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서 육지의 나도밤나무와 구별하기 위하여 너도밤나무란 이름을 붙여 준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