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출장에서 가장 큰 애로는, 택시타기, 가 아닌가 싶다.
한국처럼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곳들이 아닌 곳이 대부분이고, 그러다보니 이동 시에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잦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택시기사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거나,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요금 바가지를 엄청나게 씌운다는 것.
요금 바가지에 대해서는 나름의 해결책(출발전에 가격 흥정을 마칠 것)이 있으니 어찌어찌 해결이 되는데,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도저도 할 수가 없으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터키에서 요르단으로 떠나기 위해, 역시, 택시를 타고 이스탄불 공항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평소보다 교통체증이 심해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일인가.... 유럽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내일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있다고 했는데, 그 경기 때문에 교통통제가 시작되었나, 등등 여러가지 걱정이 슬슬 올라올 무렵, 택시 운전기사가 갑자기 핸드폰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듯 하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나에게 건냈다. 건네 받은 택시기사의 핸드폰에는 아래와 같이 "음성자동번역(터키어->영어)"이 된 문장이 가지런히 (원문은 영어로)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 와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경찰들이 도심의 교통통제를 하고 있어 교통정체가 매우 심한 상황입니다. 평소 같으면 일반 무료도로로 30분이면 이스탄불 국제 공항까지 갈 수 있지만, 현재의 교통상황으로는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 도로로 가면 늦을 것 같아서, 유료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방향을 추천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문장을 다 읽어내린 내 얼굴을 본 택시기사는, "fast? OK?"라고 물었고, 나는 "OK"라고 했다. 그리곤, 택시기사의 분석대로,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어르신들이 늘 하는 말을 나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참 좋은 세상이여!"
외국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외국에 나가지 못한다는 말은 일종의 거짓말이나 다름없이 시대가 왔으니, 공부가 덜 되었어도 무조건 나가고 볼 일이다(물론, 기본적으로 영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함).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내 집 앞 논바닥에서 우리말만 앵앵거리며 맹꽁이 같이 허송세월하기에는, 시간과 공간이 참으로 아깝다.
p.s: 나의 동행은, 이 기사가, 우리를 속여 먹었다고(유료도로로 갔다고 주장하고 그 요금까지를 추가로 받아갔으나, 우리가 이동한 노선을 추적해보면, 무료도로로 간 것 같다고) 불평을 하였으나, 나는, 속여먹을 일은 어차피 속여먹게 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니, 그닥 아까울 것은 없는 노릇이며, 번역기의 완벽한 기능을 체험하는데 수업료를 지불하였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자평하였다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