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항해
밤 12시가 넘어 8월 13일 3일차 항해가 시작한다.
습한 바다바람에 온몸이 끈적거린다.
잠을 자려고 해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는다.
선실로 들어가 청수를 두 통 받아왔다.
요트 우측 갑판에서 발가벗고 간이 샤워를 한다.
나 나름대로 안전하게 준비를 하고 샤워를 하지만, 그래도 신선장님이 위험 하다고 말리신다.
두 통의 물로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바닷물이 뿌려져서 끈적거리고 미끄러운 요트 선실내 바닥도 닦아낸다.
신선장님에게도 샤워를 권했으나 위험해 보인다고 사양하신다.
청소도 하고 샤워도 하니 몸이 상쾌하니 기분이 매우 업이 된다.
그래도 연료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선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칵핏에서 잠을 청하며 야간 항해를 한다.
새벽 1시 30분. 신선장님이 외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차가운 바다 바람이 몸을 움츠려 들게 한다. 추위를 피하여 다들 긴팔 긴 바지를 입고 있다.
윌슨님도 다음 항해를 준비하기 위해서 나오신다.
하늘은 구름에 가려 별들도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오징어잡이 배들의 화려한 불빛을 이정표 삼아서 묵묵히 상념에 잠겨 항해를 지속한다.
윌슨님이 운항을 하는 중 우리 좌측에서 커다란 화물선이 나타나서 우리를 추월해서 나아간다.
윌슨님이 속도를 줄여서 화물선 뒤로 돌아서 우리의 항로로 돌아온다.
모든 선박은 통행 우선권이 있다.
좌측의 선박은 우측의 선박의 항로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선박 좌측에 붉은 색의 항해등(적등)이 있다.
그리고 화물선보다 우리 요트의 속도가 늦기에 우리가 양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화물선은 그 규정을 무시하고 그대로 우리의 침로를 침범하여 추월해 나간 것이다. 야간이라서 그 선박의 선명을 보지 못했지만 기본이 안 된 선장이 운항하는 배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 선장도 지키는 항해규칙을 상업적 선박들이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면 너무한다.
만일 그 화물선이 우리를 추월하려면 경적을 울려주거나 무전기로 우리를 호출 하여 자기들이 먼저 우리를 추월해 가겠다고 통보를 해주어야 했다.
아침 5시 30분
해가 동쪽에서 두둥 떠올라야 하는데 해가 고개를 내밀지 못한다.
두텁게 드리워진 구름의 장막 뒤에 숨어서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
오늘 아침은 일출을 보기는 글렀다.
윌슨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선실로 들어가신다.
6시 요트는 속도 5.5노트, 침로 110도, 남풍을 받으며 메인 세일과 짚세일을 모두 펼치고 엔진 RPM 1000으로 순항 중이다.
파도는 뒤쪽에서 계속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아침 7시경에 신선장님 윌슨님, 제이가 모드 칵핏에 모였다.
제이가 아침 간식으로 바나나를 하나씩 준다.
간식을 먹은 후 나는 선실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잠결에 무언가 부산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가 다 되어 간다.
제이가 아침을 챙기고 있고, 윌슨님과 신선장님이 협심 하여 운항 중이다.
아침 7시 30분경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짚세일을 감아 들이고 메인 세일만으로 항해중이라고 한다.
아침 9시 항해속도는 5노트 정도이다.
남은 연료량을 확인해보니 40리터 조금 더 남았다.
야간 항해 시 세일을 펼치고 범주를 같이 한 덕분에 연료를 많이 절약 할 수 있었다.
남은 거리는 대략 60마일 이제 연료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메인 세일이 펄럭 거린다. 바람을 받지 못하는 세일은 요트 속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메인 세일을 감아 들이니 속도가 5.5노트로 올라간다.
제이가 아침으로 육개장에 밥을 넣어 끓여 주었다.
나를 위하여 맵지 않은 육개장이다(내가 매운 음식을 너무나 먹지를 못한다).
한 그릇 가득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하다.
아침 10시정도에 접어드니 무풍지대다.
온 바다가 잔물결 하나 없는 상태가 된다.
가끔 산들 바람이 불면 아주 미세한 물결이 아는 정도다.
바람이 없으니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고 힘들어 진다.
요트의 갑판은 맨발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뜨거워서 다들 그늘만 찾아다닌다.
다들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제이가 돌고래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들 돌고래가 혹시 보이나 주변을 견시 해본다.
신선장님과 윌슨님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낚시를 다시 시도한다.
신선장님이 고래를 제일 먼저 보는 사람에게 1만원을 건다는 이벤트를 제안하신다.
1시간씩 교대로 운항을 하기에 남는 시간은 고래나 돌고래를 찾기 위하여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잔잔해도 너무 잔잔한 동해바다는 아무 변화도 없다.
바다가 너무 잔잔하여 바다위에 떨어져 있는 먼지나 티끌도 그대로 다 보이는 상황이다.
만일 장거리 항해 중 이러한 무풍지대를 만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다에 떠 있을 생각을 하니 무서움이 밀려온다.
오후 2시경 간장양념 치킨으로 점심을 대신 한다.
기주만으로 고요한 바다를 항해하다보니 서로 입맛도 없고 해서 제이가 선택한 점심이다.
간식으로는 시원한 맥주다. 나는 생수로 대신 한다.
연료는 여유가 생겼으나 남은 거리를 생각하면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엔진 RPM을 1400까지 올리고 CLJAY호 속도를 6노트로 올린다.
2시 20분경 11시 방향에서 커다란 물체가 불쑥 올라왔다 수면으로 내려간다.
내 입에서는 “고래다”라는 탄성이 터진다.
모두 일어나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다시 커다란 고래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사라진다.
모두 흥분 하여 “고래다”를 외치며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하여 갑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10여분을 지켜보아도 고래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고래를 보았다는 감흥은 쉽게 가라 안지를 않는다.
3시를 넘길 즈음,
요트 9~10시 방향 사이에 돌고래 무리가 나타났다.
모두 ‘돌고래다’를 외치고 갑판으로 나간다.
돌고래들은 9시 방향에서 7시 방향으로 이동을 하다가 서서히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요트 바로 옆에서 경주를 하듯 달리기도 하고, 물위로 점프하여 자태를 뽐내며 묘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요트 선수에서 요트와 경주를 하며, 수중 발레를 하듯 현란한 동작들을 보이며 황홀한 연기를 펼친다.
다들 환호하며 돌고래들의 쇼를 감상 한다.
돌고래들은 10여 분간 우리들에게 즐거운 쇼를 보여주고 다시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서 멀어져 간다.
제이가 생각보다 돌고래들의 크기가 크며, 유선형으로 빠진 몸매가 환상적이다, 라고 한다.
그리고 몸에 새겨진 물결 모양의 얼룩들이 다 다른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그 후로도 2번이나 더 돌고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항해에서 고래도 보고 돌고래들을 3번이나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가 돌고래들을 찾기 위하여 주위를 둘러보는데 우측 1시 방향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배가 보인다.
그 배가 점점 커지다가 항로를 우리 쪽으로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조타를 하던 윌슨님이 우리와 항로가 겹칠 것 같다고 하신다. 망원경으로 보니 그 배는 군용 함정이다.
동해를 초계중이던 경비함이 우리에게 점차 다가온다.
군함은 방향을 틀어 우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갑판에서 2~3명의 군인이 나와서 우리를 관찰한다. 그러기를 약 3분, 해군 경비함이 다시 방향을 틀어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아마 해군에서 대한민국 영해로 들어온 레이더상에 나타난 신원 미상의 선박을 발견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초계중이던 경비함을 보낸 것이 아닌지 상상해 본다.
이러한 군인들의 철두철미한 보호가 있어 우리가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독도를 향해 출발 했을 때에는 출항 후 7시간이 지났어도 전화도 되고 데이터 사용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육지도 잘 보이지 않고 전화가 되지를 않는다.
위치상으로는 동해시를 지나 강릉시 가까운 곳인 것 같은데도 전화들이 먹통이다.
대한민국 이동통신사 모두가 먹통이다. 다만 간간이 SK를 사용하는 윌슨님에게만 카톡이 들어온다.
LG와 KT는 데이터나 문자, 전화가 모두 먹통이다.
그런데 마침 내 전화기와 신선장님 전화기가 충전이 되지 않고 말썽이다.
나와 신선장님은 다음에 손 전화기 통신사를 바꿀 경우 SK로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본다.
너무나 더운 항해다.
너무 더우니 남자들 3명이 별짓을 다 한다.
처음에는 요트 뒷편의 사다리를 내려 바다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요트가 6노트 정도로 달리는 중간에 사다리를 타고 바다에 발을 담그려니 사다리가 물로 가라앉지를 않고 수면으로 들려 버린다, 그 위에서 물로 내려가다가는 물의 힘에 밀려 뒤로 떨어 질것 같다.
제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요트 우측 갑판에서 바다 물을 길어서 샤워를 한다.
몇 일간 하지 못한 머리도 감고, 몸도 씻어 낸다.
더위도 가시고 몸이 한결 개운해 진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가면서 간간이 전화가 터지기 시작을 한다.
5시가 되니 3개 통신사들이 다 신호가 잡힌다.
오후 5시에 남은 거리는 대략 12마일이다, 남은 연료량으로 수산항까지 항해는 가능하다.
항해속도는 시속 6마일(RPM 1600), 침로 110도, 무풍상태다.
엔진의 출력을 조금 더 올리면 대략 2시간이면 수산항에 도착을 할 것 같다.
신선장님이 내일 근무를 해야 해서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나와 윌슨님도 직장에 전화를 해서 14일 휴가를 취소하고 정상 근무를 하기로 했다.
우리의 일정상 14일은 예비일이다.
혹시 항해에 문제가 생기거나 늦게 도착할 것을 감안하여 하루정도 예비일을 두었으며 원래 도착 예정시간이 오후 8시였으나 1시간 이른 7시 정도에 도착을 할 수가 있으며, 오늘 항해가 바람이 없이 기주만 했으며, 고래 및 돌고래 쑈를 보고, 해수로 샤워도 하고나니 피로가 말끔히 해소되어 14일 휴가를 취소한 것이다.
제이는 수사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짐들을 정리한다.
11일 03시에 출항할 때부터 13일 19시에 도착하기까지 요트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재활용과 버릴 것을 구분 하여 미리 별도로 담아 두었으며, 반찬 그릇이며, 부식들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도 개인 짐들을 정리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13일 19시 요트 CLJAY호는 수산항에 입항을 했다.
입항 후 수산항 해경출장소에 전화로 입항 신고를 하니 소장님이 수고하셨다는 인사말을 전해 주신다.
19시 30분 요트에서 짐들을 내리고 항해 시 사용된 물품 들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하선 준비를 마친다.
재활용품 및 일반 쓰레기들을 지정된 장소에 버리고 각자 짐들을 차량으로 옮기고 저녁을 먹으러 째복집으로 이동하니 8시라 식사가 안 된다고 한다.
다시 수산항 해녀회집으로 와서 시원한 물회와 뜨끈한 섭국으로 저녁을 해결 했다.
식사를 하면서 윌슨님이 준비해 오신 수제 맑은 막걸리(?)로 축하주를 삼아 3박3일 독도항해를 정리해 본다.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배려와, 항해 근무 시 다른 사람의 근무시간까지 본인의 수고로움을 참고 조금 더 조타 근무를 해주며, 서로 협심하여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윌슨님, 신선장님에게 감사드리며, 언제나 나의 든든한 보호자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제이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안전한 독도 항해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동파람 가족분들과 속초, 울릉도, 독도 해양경찰서 관계자분들, 대한민국 해군 및 독도 관리사업단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부럽네요 ^^
멋지네요. 잘 보았습니다.
와!!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