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
지난 시간에는 태평양전쟁 시 미국의 원자폭탄투하 전반의 상황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이후, 그러니까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합니다.
흔히 우리는, 신형무기가 개발되었을 때, 그 무기가 실전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가령 크루즈미사일의 비행속도는 얼마인지, 사정거리는, 또 그 살상반경은 어느 정도일까?... 뭐, 이런 식이죠.
하지만, 그 미사일이 떨어진 지점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부근에 있는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어떤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인 것입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 무기가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핵폭탄이 바로 대표적인 경우죠
1. 원자폭탄의 가공할 파괴력 : 타거나, 녹아내리거나
1945년 8월 6일 08시 15분, 인구 24만5천명의 히로시마에 20KT의 우라늄 핵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도시의 상공에는 30,000˚C의 어머어마한 불덩이가 떠올랐고, 압축된 공기는 음속보다 빠른 초당 370m의 속도로 퍼져나갔죠.
공중폭발지점으로부터 270m밑에 있는 지표면 온도는 6,100˚C의 고열과 1㎡당 9.6톤의 공기 압력으로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타거나 녹아내렸습니다.
폭발중심에서 약 1km이내에 있던 건물 벽의 화강암 표면은 모두 녹아내렸고, 폭발지점으로부터 3.2km이내에 있는 목조 건물들은 일시에 불붙었고, 산산이 날아갔죠. 똑바로 서있는 것이라고는 콘크리트 기둥뿐이었습니다.
2. 직격 피폭자들 : 자비로운 살인?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핵폭탄은 오히려 자비로운(?) 대량살상무기이기도 했습니다.
죽음의 순간이 너무도 짧아서 아무도 죽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야말로 찰나의 죽음이라고나 할까요?
전차를 타고 있던 승객은 좌석에 앉은 그대로 죽거나, 검게 탄 손으로 천장에 매달린 가죽 끈을 잡고 있는 그대로 죽었고, 들판의 농부는 연장을 손에 잡은 채로, 어떤 사람은 난간에 기대어 놓은 자전거 위에 올라앉은 그대로 죽었습니다.
그렇게 원자폭탄의 고열과 폭풍으로 수많은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나면, 무서운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피폭지역 주변에는 수차례에 걸쳐 검은 비가 내립니다.
이 비는 폭발로 인해 발생한 버섯구름 속의 뜨거운 공기가 응축되어 내리는 것으로 빗방울의 크기는 도토리만 한데요, 이게 피부에 닿으면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회색 반점으로 남는다고 하죠.
3. 간접(건물이나 다른 엄폐물에 보호된)피폭자들 : 살아남은 자들에게 더 잔인했다!
한편, “찰나의 죽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우, 원폭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위력에 따라 다르겠으나, 핵폭탄으로써는 소형폭탄인,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핵폭탄의 살상반경 내에서 살아남았다면, 갑자기 말할 수 없이 심한 갈증을 느꼈을 것인데요.
그것은 핵폭탄을 맞은 생존자들이 경험한 가장 공통적인 초기 증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탱할 수 없는 무력감이 엄습해오는 거죠.
화상을 입은 많은 사람들은 벗겨진 피부가 쓸리기 때문에 두 팔을 몸에 닿지 않도록 앞으로 들어 올리고 손과 팔뚝을 늘어뜨린 채 굳어진 자세로 걷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이들은 마치 로봇처럼 움직였고,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폭발의 열기와 함께 불어 닥친 폭풍으로 사람들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벌거숭이 상태로 돌아다녔고, 이런 사람들이 열기를 피하려고 달려간 풀장에는 시체들로 가득했죠.
인간이 만들어낸 “이승의 생지옥”이었습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사람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시름시름 죽어갔는데요. 괴저성 편도선염과 혈뇨, 점상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아무도 그 병에 대해 설명할 수도 예측할 수 도 없었습니다.
4. (맺음말) 지금도 계속되는 원폭피해 ; 참혹한 유산, 원자병
이렇게 해서 원자폭탄으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 즉, 피폭시 즉사하거나, 방사선 장애로 사망한 사람은 히로시마가 약 16만 명, 나가사키가 약 7만 4천명에 이르고, 그 중 7만 명은 조선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원자폭탄으로 인한 피해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2대,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가혹한 유산’으로 말입니다.
* 마지막 한마디...
여러분은 핵무기에 관하여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지요?
장차,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폭탄의 100배(2Mega Ton)나 1,000배(20MT)의 위력을 가진 핵폭탄이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그 민족은 종말을 맞이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 지구상의 핵보유국들이 가지고 있는 수천 개의 핵무기 중에는 바로 이 메가톤급의 가공할 핵무기가 수백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