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XX부대 살인사건 《20편》
"1977년 12월 20일.......김ㅇㅇ"
"우와.....이게 20년이 넘은 시체란 말이예요?"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거 생일인가? 아니면 이 안에 들어온 날인가?
하여튼 이 아기가 뭔가 답을 얘기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려...."
그런데 갑자기 수사관이 걱정스런 모습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젠 어떡하죠?"
"어떡하긴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죠."
"그게 아니라 경찰이 오면 신고자인 우릴 조사할거고, 우리가 여기 온 걸 부대에서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럼 경찰들한테 군에서 물어보면 우리를 본 적 없다고 부탁하면 안될까요?"
"그것도 어렵습니다. 군관련 사고는 사고 접수 즉시 바로 군헌병대로 전달됩니다.
그럼 헌병대장이나 수사과장한테 보고될 것이고, 우리는 부대에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게 아닙니까?"
수사관은 연신 걱정스런 심정의 말을 이었다.
"사단장 명령을 어기고 부대를 벗어났으니...보통 일이 아닌데.."
"버리고 갈까요? 가면서 신고하든가 아니면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보고 신고할 것 아닙니까?"
"이대로 버리고 가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아이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없습니다."
수사관은 입술을 깨물며 해결책을 찾는데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잠시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사관님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요."
"왜요? 어디 가게요?"
"사건파일을 다시 한번 좀 봅시다."
나는 빗속을 가로질러 후다닥 대문 밖 소나타 차량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소나타 뒷좌석에 내려놓은 사건 파일을 우의 안으로 숨겨들고, 수사관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수사관은 무슨 일이냐는 듯 나에게 물었다.
"사건파일은 뭐하게요?"
"후레쉬 좀 비춰 보세요."
나는 서둘러 서류봉투에서 파일을 꺼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좀 보세요!! 첫 사건!!!!!"
-1978년 7월 14일-
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로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
"아니!! 이럴 수가......."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수사관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담요 속에서 나온 쪽지의 날짜는 1977년 12월 20일.......그리고 아기의 이름은 김ㅇㅇ.......
1977년 12월 20일은 저 아기의 생년월일이 분명하고, 용의자 김ㅇㅇ중사의 자식일겁니다."
"이런 세상에...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제가 전에 죽은 김병장과 여기 왔을 때 주변 이웃들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 중에 이 집에서 30여미터 떨어진 곳에 아주 연로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쭈욱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아기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바로 갑시다."
수사관은 서둘러 우의의 모자를 뒤집어 썼다.
순간 나는 바닥에 놓여있는 아기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 아기 어떡하죠?"
"그러게요....차에 싣고 다닐 수도 없고..."
"일단 다시 마루 밑에 보이지 않게 넣어놓고 다시 옵시다."
"마루 밑? 불쌍하지 않소? 20년 넘게 저렇게 어둡고 쾨쾨한 곳에서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 생각이 짧은 듯 싶었다.
"그럼, 방에 보이지 않게 들여놓고 갑시다."
우리는 그 아기시체를 조심스레 들고 들어가 툇마루와 이어진 작은 방 구석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아기를 내려놓고 수사관은 잠시 아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했다.
"참...마음이 착잡하구랴..태어나자마자 얼마 안되어 저 여린 몸으로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수십년을 보냈으니...."
나도 잠시 그 아기를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아기의 명복을 빌었다.
"자...이제 가시죠."
우리는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 그 노부부의 집으로 향했다.
녹이 슬어 페이트가 여기저기 벗겨진 낮은 철제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입니다."
"와 진짜 옛날 집이네."
집 자체는 시멘트 블럭으로 쌓아올려 기와를 얹은 허름한 형태였지만, 마당은 텃밭이 있을 정도로 비교적 넓었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노부부는 잠든 상태가 아닌 듯 싶었다.
"계십니까?"
대문을 두드리며 우리는 인기척을 보냈다.
몇 번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사람을 부르자 마루에 불이 켜지고,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런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우산을 쓰고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뉘시오?"
피부는 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에 마른 체형이었지만 노인은 매우 정정해 보였다.
우리는 우리의 신분과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한 후, 그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할멈...손님이 오셨어. 먹을 것 좀 있으면 좀 내와요..."
그러자 노인의 아내가 방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누구인지 묻고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안방에 앉자마자 노인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저 집에 참 사고도 많이 났지.....조용하다 싶으면 사고나고, 다시 조용하다 싶으면 또 사고나고..."
"혹시 어르신....대략 20년 전에 그러니까..........애 키우던 집 하나 있었잖아요...."
"20년 전? 20년전이라...."
"군인 가족인데, 중사 한 명이 자기 아내 죽이고 자살한 사건 말입니다."
"아......그 친구!!!"
그제서야 노인은 무릎을 탁치며 대답했다.
그 때 노인의 아내가 옥수수가 담긴 양푼 그릇과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아이고...참... 손님 오셨는데 또 담배질이네..."
아내의 푸념에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친구 저 집에서 6년 가까이 살았지.....참 좋은 친구였어.
얼굴 잘 생겼지 성실하지 인사성 밝지...동네에 나이 맞는 처녀라도 한 명 있으면 소개시켜주고 싶었다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거기서 산 후 4년 쯤 되었을 때인가 여자 하나를 데려와 살더라구.
결혼할 여자친구라면서 데려왔는데 아주 고운 색시였다우.
그 친구만큼이나 예의도 바르고 부지런했지.
혼인식도 안하고 산 것 같았는데, 마치 부부처럼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니까"
이에 노인의 아내가 중간에서 끼어들었다.
"옛날 죽은 그 불쌍한 군인 얘기구랴"
~다음회에 계속~
첫댓글 한꺼번에 본다고 시간가는줄 몰랐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