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족… 택시기사… 사랑으로 그려낸 사람들
이지훈 기자
입력 2022-12-10
◇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김병종 지음/356쪽·2만 원·너와숲
어느 노(老)화가는 스스로를 ‘칠집 김씨’라 부른다. 화실 인근 식당에 여러 해 출입하다 붙은 별명이다.
공사판 인부들이 이용하는 식당엔 별의별 직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다 모인다고 한다.
손님들은 식사를 한 후 월말에 값을 치르기 위해 작은 공책에 각자 이름을 적고 옆에 정(正)을 긋는다.
‘미장 이씨’ ‘목수 오씨’ 같은 식으로.
“하루 종일 칠하고 또 칠하는 사람, 얼마나 아름다운가.
앞으로 보다 철저한 칠집 김씨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바보예수’ ‘풍죽’으로 유명한 화가 김병종(69)은 스스로를 “글과 그림, 양 날개를 차고 오른 비익조(比翼鳥)”라 말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 화풍을 지닌 미술가로 불리는 그는
1980년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미술평론, 희곡 부문으로 등단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40년 넘게 두 분야에 매진하며 살아온 예술가가 자기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과 글을 한데 선보인다.
짧은 분량의 글이 여러 편 수록돼 있다.
일흔을 앞둔 그가 일평생 만나고 경험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글이다.
쌍둥이 손자부터 그보다 더 사랑한다는 아들, 옆집 누나, 택시기사, 그리고 어머니까지….
그는 서문에 “오랜 세월 풍경에 취해 떠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풍경 뒤에, 혹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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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金炳宗, Kim Byung-Jong, 1953 ~ )는 대한민국의 대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 화풍을 지닌 미술가이자 문학가이다.
생애
단아(旦兒) 김병종은
대한민국의 대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 화풍으로 알려져 있다.
1953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난 김병종은 197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전국대학미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그는 1980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미술평론과 희곡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하기도 했다.
이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김병종은 1983년부터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
1985년에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의 교수로 부임한 뒤
2001년에는 동 미술대학의 학장과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조형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1992년~2001년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 36년간 봉직한 서울대학교 퇴임식에서 예술계 대학교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대표연설을 한 바 있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및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주요 전시로는
《송화분분》(가나아트센터, 2019), 《바보예수에서 생명의 노래까지》(서울대학교 미술관, 2018),《生命之歌 (생명의 노래)》(베이징 진르(今日)미술관, 2015),《김병종 30년-생명을 그리다》(전북도립미술관, 2014) 등이 있으며,
서울뿐 아니라 베이징, 파리, 시카고, 브뤼셀, 바젤, 도쿄, 베를린 등 해외에서 개인전을 20회 이상 가진 바 있다.
피악(FIAC), 아트바젤(Art Basel),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도 트리엔날레 등 국내외 유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안견미술문화대상, 자랑스런 전북인상을 비롯, 녹조근정훈장, 대한민국문화훈장 등 문화예술계의 중요한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화첩기행 1-4』(문학동네, 2014), 『중국회화연구』(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런던 대영박물관, 토론토 로얄 온타리오 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청와대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18년 3월, 전북 남원에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개관되었다.
김병종은 민족적 자의식과 한국화 고유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표현으로 매체를 넘나들어
한국화의 현대화 및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바보예수》(1988~), 《생명의 노래》(1989~), 《송화분분》(2016~), 《풍죽》(2017~) 연작 등이 있다.
꽃과 나무, 예수의 초상, 여행지의 풍경, 어린 시절의 기억과 바람에 날리는 송홧가루와 대나무 숲의 풍경까지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고 역동적이며 거침없는 표현을 구사한다.
그는 평생 생명을 주제로 작업하여 ‘생명 작가’로 불리는데,
자연을 주제로 한 여러 작품들은 분출하는 생명력과 시적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김병종의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또 다른 특징은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두꺼운 질감의 마티에르(matière)다.
그는 한국의 닥종이에 기반한 두꺼운 화면에 다양한 안료와 석채를 칠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의 작품에는 종종 서양의 부조(relief)나 동양의 요철 방식을 닮은 특유의 표현기법이 포함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기존 동양화의 관습적 양식이나 중국화의 고답적 화법을 벗어나 고유한 표현을 추구한다.
전통적 미의식과 동양화론의 핵심적 의미를 체화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한국적 현대 회화를 모색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