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年年行(연년행)〈一〉
晩秋豊歉較一午 늦은 모 풍흉은 한나절을 견주나니
覓雇呼傭相喧鬩 품을 구해 일꾼 부르는 소리 시끄러이 다투네
誰謂旱餘仍作霖 뉘라 일렀던가, 가뭄 끝에 장마라고
蓑笠價倍腐撥襫 삿갓 값이 두 배인데, 도롱이마저 썩어가네
傭値三十加點心 일꾼 삯이 삼십문에 점심까지 얹히니
浮氓鼓腹農含螫 떠돌이들 세상이요 농부들은 독만 오르네
居士社堂舍念佛 거사나 사당패들 염불은 제쳐두고
雇錢滿繈兼魚肉 꿰미 가득 삯돈이요 생선고기 그득하네
況匙兩麥未全收 하물며 밀 보리도 다 거두지 못했으니
入者蒸黃田者黑 들인 것은 누렇게 떴고 밭에선 검게 썩어가네
牟還檢督正得時 보리 환자 검독관들, 제 때라도 만난듯이
縳人秧田索錢食 못논에 사람을 잡아두고 돈내라 밥내라 성화라네
倉監大言國穀重 창고감독 기세 좋게 나랏곡식 중하다고 공갈쳐대며
猛打里胥臀皆坼 마을 일꾼 때려잡아 볼기짝이 다 터지네
痘神乘時殺人兒 마마귀신 때를 틈타 어린애를 덮쳐대니
餉婦耕男半啼哭 밥내는 아낙, 밭가는 남정네, 흐느끼고 통곡하네
艱辛秧畢初伏日 간신히라도 초복 전에 모내기를 마쳐 두니
秋場己分登半熟 가을마당 이미 분명해져 풍년이 반나마 익었는데
痛彼曷阿又欺人 통탄스런 저놈의 가라지, 또 사람을 속였구나
紫肥靑豪水無隙 자줏빛, 푸른빛 무성히 자라 틈새조차 다 매워버렸네
綿田耘治己不論 목화밭 김매는 건 이미 덮어뒀거니와
粟畦荒稗誰能嘖 조밭 두둑 짙어가는 피는 뉘 있어 참견하리
豈謂滅高之毒蝗 어찌 멸구 벌레의 독함을 이를 수 있으랴
生似糠糜復作慝 겨 같이 생겨나서 자꾸만 사특함을 짓네
一旬之內滿四郊 열흘 안에 온 들판에 가득차서
嫩靑叢綠漸看赤 여릿하던 이삭 순, 초록빛 줄기, 점점 붉게 죽어가네
此蟲爲災甚水旱 이 벌레 재앙은 장마 가뭄보다 더 심하여
壬癸乙丙人相食 임․계년, 을․병년엔 사람이 사람을 먹기까지 됐었네
旱歲晩稼恒敗欺 가문 해 늦모는 항상 이로조차 패하나니
陌上相弔心膽落 밭두둑에서 서로 위로해 보나 쓸개가 떨어지는 듯
人人廢耘事捕促 김매기 제쳐두고 사람마다 달라붙어 멸구잡이 일이 되니
手持敗瓢擊水白 손에 깨진 바가지 잡고 물 창을 희게 쳐 대네
三三五五作團驅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몰이에 나서니
蛻沫跳漚雜黃黑 죽은 껍질, 튀기는 거품, 황흑 빛이 섞였네
披叢逐水勢自急 벼 포기를 부여잡고 물을 쳐대는 기세 스스로 급하니
手脚俱氓不敢息 손과 다리 함께 바빠 쉴 엄두를 못 내네
面目浮腫背隹爛 눈과 얼굴엔 종기 부풀고 등짝은 타들어 가니
白汗赤淚相交適 비지땀 붉은 눈물 쉼 없이 흘러내리네
○篩布帒爲聚器 말총키 베자루가 요긴한 기구인데
數日一易難繼作 며칠 만에 한번 바꿔야 되니 이어 대기 어렵구나
長安富家○遮日 장안의 부자 집 말총 차일은
寡宜此用安可覓 실로 이러한데 쓸만한 것이지만 어찌 가히 구하리요
家人餉午田頭呼 집사람은 점심을 내와 밭머리에서 부르는데
淋漓餲麥靑靑藿 부슬부슬한 쉰 보리밥에 푸른 미역가닥뿐이네
指言旱稻己斷望 이른 벼 가리키며 소망도 이미 끊었다 하니
錯愕相對意欲哭 착잡하고 놀라와 마주보며 통곡하고 싶네
雇客色價日日增 품꾼의 삯은 날이 다르게 늘어나서
問南不答故向北 남녘 묻는데 대꾸 않고 북쪽을 향해 돌아가는 격이네
牟還分給還古規 환자를 구하고 또 나눠줌은 옛 규례로 회귀하면서도
約正喝錢修成冊 약정을 매기는 돈이 가지런히 한 책을 이루네
一日之力賽百金 하루의 수고가 백금의 새전인데
朝往暮歸負塵殼 아침에 나와 저녁에 돌아가도 진 것은 티끌껍질뿐일세
去月納倉精似珠 지난달 창고에 들일 때는 구슬 같은 흰쌀인데
今日槖屑兼沙石 오늘 내어주는 것은 좁쌀찌끼 돌 모래뿐이네
輸時火印十八斗 거둘 때는 화인 맞은 열여덟 말이었는데
飜見小斗十一弱 문득 보니 소두 열 한말이 약하네
況聞甘結將換色 하물며 갑절 색으로 바꾸고자 한다니
牟爲租兮租爲○ 보리는 벼요, 벼는 또 정미라 하네
愁腸勞骨少生意 근심스런 창자, 노고로운 뼈는 살 의욕조차 없으니
夕匙纔落仍到宿 저녁술 겨우 놓고 거꾸러져 잠이 드네
如何白鳥與蚤蝎 아, 어쩌면 좋으리, 이 모기떼 벼룩전갈
直刺傍鑽恣喫啄 곧 바로 찌르고 비껴서 뚫고 멋대로 쪼고 물어대네
通宵痛楚眠不得 밤새 아프고 쓰려 잠을 못 이루니
明日驅蝗奈顚仆 새는 날 멸구 잡다 쓰러진들 어찌하리
男婦耄倪盡蹙頞 남정네 아낙네 늙은이 어린애, 모두 다 콧등을 찡그리네
憂言恨語窮曛旭 근심소리 한 맺힌 말 찌는 햇볕 타령일세
但願秋事不大歉 다만 원하노니 가을걷이 큰 흉년 아니기를
目前勞苦未暇慽 목전의 노고를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으면
初秋結米傳雇租 이른 가을 결미는 품삯과 도지로 다 나갔지만
胥吏動鈴數十色 아전들 구걸하는 구실은 수 십 가지 명목이네
十月糴倉四品科 시월 창고에 들어가는 쌀은 네 종류가 있건만
座首別監別求索 좌수 별감 구하는 것 또 따로 있네
書員書史回帒債 서원과 서사의 회대채며
面任松任例給谷 면임과 송임의 예급곡 구실
前掌議與今齋任 이전 장의 어른, 어제 재임 양반
拍肩懇請救刑戮 어깨치며 간청하노니 형육만은 구해 주시오
末至明春惟正供 명년 봄 이르기 전까진 꼭 바쳐야할 나랏 세금도
輸之不足稱貸益 대기에 부족하니 고리대라도 써야할 판인데
私債宿欠安可論 사채 묶는 것이야 어찌 가히 말할 수 있겠소
但畏官人眼光絶 두려운 건 다만 관원들의 쏘는 듯한 눈초리오
苟令身上免赤棒 진실로 맨몸에 곤장만 면해 주신다면
敢望飯餌厭口腹 감히 먹을 것이 구복에 족하기를 바라겠소
黃精橡實與茨菰 황정과 도토리 그리고 납가새나 줄 열매
天與農人味似錫 하늘이 농인에게 준 것이니 하사품 같이 맛있네
寒家計活有常術 가난한 집 삶의 계획이라야 늘 빤한 것이지
只怕冬春闕饘粥 겨우내 봄내 죽이라도 거르지 않을까 두려워 할 따름
人情世態與日訛 인정과 세태는 날로 그릇되어 가니
每每今年不如昨 해마다 금년이 작년보다 못하네
郞○培門苦商販 젊은 남녀들, 장사치들 같이 이익만 챙기니
雇功睹持添八百 고공의 도지는 팔백문이 더 붙었네
父子兄弟失彛性 부자 형제간에도 떳떳한 바탕이 없어져 가고
長幼尊卑咸倒側 장유와 존비 사이는 모두 다 거꾸로 되어 가네
種稻未飽一盂飯 벼는 심어도 한 그릇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없고
種綿未具袍與襗 목화를 심어도 도포와 속옷을 갖출 수 없네
三百六十夜與晝 삼백육십 밤과 낮을
風雨寒暑長役役 비바람 추위 더위 노역은 끝이 없어
殫此一生辛苦力 일생의 괴로운 이 모든 노력
備與候門供玉帛 갖추어 후문의 옥백에 이바지할 따름
候門事與中華別 후문의 일은 중국과도 또 달라
世世卿相傳奕舃 세세 재상들만 길이 빛나도록 전해 간다네
(144-066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065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65일차에도 '존재공(위백규)의 유작'이 밴드에 게재됩니다.
※ 주) 63~83일차(21일차)에도 '존재공(백규)'의 유작이 계속 이어집니다.
(존재공 유작 게재 3일차 입니다)
[본문내용- 존재공(백규) 유작, 21-③]
※ 농가 9장 중 4~6장이 '2003년도 대학수능시험'에 출제되어 화제가 되었음 / 무곡
2003년도 대학수능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는 존재공할아버지의 유작 '농가'도 이번차에 실려 있습니다./ 무곡
연연행의 한시에는 당시 어려웠던 농민생활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네요. 병충해나 가뭄과 홍수 등, 더 나아가 당시엔 비료나 농약이 희귀했으니 집약적 생산이 힘들었다고 봐야겠습니다./ 벽천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남도의 이모작 중 전작인 밀 보리도 제대로 거두지 모하고 늦게서야 모내기를 하는데 그나마 일손이 모자라 품삯이 올라가 답답함이 끊이질 않는데 왜 또 멸구는 극성을 부려 쭉정이만 만들어 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하여 당시의 농촌의 어려움과 궁핍함이 구구절절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소계
素溪 위국량
茂谷(무곡) 위상환 님
농사를 지어보면 잡초는 무척 잘 자라는데 곡식은 말라 죽거나 풀의 세력에 밀리는 것을 봅니다. 한마디로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더하구요./ 벽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