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트라이앵글 법칙> - 제2강
강사: 김태옥 협회교육위원장(강의기술분과)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강에서는 발표 자신감과 관련하여 긴장의 원인은 좌뇌 작용에 있다는 것과 자극과 반응의 사이의 자유의지 공간 활용법 첫째, ‘못난 면도 보여주자!’(비움의 법칙)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못난 면도 보여주자’라는 마음을 먹으면 두 가지 좋은 일이 생깁니다. 마음이 편한 상태가 되므로 정신적인 에너지가 세 배 이상 강해져 창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먼저 마음의 가림막을 내리고 노출시킴으로 인해 청중과의 감성적 교감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둘째, 무관심 법칙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몇 해 전의 일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강의를 듣고 있다는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민이 있다면서 직접 만나기를 청했습니다. 40대 초반의 남자로서 직업은 교회 전도사라고 했습니다. 통화하는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묻어났습니다.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자신의 문제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사고로 인해 오른 손 검지 손가락이 절단되어 없어진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끼고 있던 흰 장갑을 벗었습니다. 설교할 때 왼손으로만 제스처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장갑을 끼고 나서는 게 좋은지, 전도사를 그만 둬야할지, 손가락 핸디캡의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첫 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전도사님, 저는 전도사님의 손가락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방금 말씀을 듣고 나서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네요. 그건 전도사님 입장에서 본 고민일 뿐 저는 별로 관심이 없다니까요. 이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상대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거울을 볼 땐 자신의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오지만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는 달라진 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내가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듯, 내 앞의 사람들도 모두 자기 생각에 골몰해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기에게 필요한 말이거나 흥미를 느낄만한 얘깃거리가 나올 때에만 귀를 기울이곤 하지요.
신체적 결함이든 심리적 열등감이든 사람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무대 위에 선 사람의 손가락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사람은 오직 당사자 한 사람 뿐, 본인이 괘념치 않으면 누구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사랑하고 있을 때 가장 상처받기가 쉽습니다. 기대감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주도권은 무심한 사람이 쥐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긴장감 조절의 중요한 관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마음속에 CCTV를 켜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이러한 착각은 ‘조명효과’라고 하는 심리현상에서 비롯되는데요, 연극무대에 선 주인공이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조명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필요이상으로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코넬대학교의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는 ‘조명효과’의 실험 결과, 내가 눈에 띄는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면 50% 이상의 사람들이 나의 특이한 옷을 기억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0.8%의 사람만이 기억을 했다고 합니다. 1,000명 가운데 8명입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속의 CCTV를 꺼버려야 합니다. 나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내가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남을 의식할수록 나는 의식을 잃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최선의 방법, 그것은 의식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지요.
60%만 긴장하라
의식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은 ‘60%만 긴장하기’입니다. 이것은 스포츠 심리학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60% 이상 긴장을 하면 근육이 굳어 제 기량이 발휘되기 힘들고, 그 이하로 떨어지면 집중이 되지 않아 실수를 유발하게 된다는 데서 나온 수치입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는 욕망수준과 기대수준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60%만 긴장하기의 해법은 ‘80점에 만족하기’입니다. 긴장상태에서 80% 정도 실력이 발휘되었다면 그 발표는 성공한 것이라고 자위하는 것이지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다음의 지침이 되기 때문에 열등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과 인정의 욕구는 제2의 본능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그와 같은 욕구충족에 목말라합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입니다. 그럴 땐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촉각이 곤두섭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 편에서 매달리는 일일수록 더 마음대로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만큼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것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어야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나폴레옹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요,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신이 되는 것”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매 번 100점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요?
주눅은 또 다른 실수를 낳는 법. 80점에 만족하면 작은 성취감이 모여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 번 100점만 기대하다보면 좌절이 거듭되어 결국엔 포기하고 맙니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좌절, 포기입니다.
성공의 씨앗은 누구나 갖고 있는데, 썩지만 않았다면 때에 이르러 싹이 나기 마련입니다. 명강사, 명 연설가, 최고의 프레젠터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실수와 불만족과 자괴감을 겪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80점에 만족하고 한 번 나설 때마다 한가지씩만 깨닫는다는 마음으로 임하십시오. 기대와 설레임으로 다음 기회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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