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伐草),금초(禁草).예초(刈草)
가을 벌초는 음력 7월 15일 백중 무렵부터 음력 8월 15일 추석 전까지 행한다.
음력 7월 가을이 시작하는 처서가 지나 벌초를 하면 풀이 다 자란 상태라 겨울 동안 묘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벌초할 때는 묘에 자란 잡풀을 베고 주변을 단정하게 정리한다.
벌초 대상은 부모와 조부모를 포함한 조상의 묘이다.
오랫동안 선산이 있던 가문이라면 묘소의 수가 너무 많으므로 직계 조상의 묘만 벌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산은 개인 사유지에 특정 가문 사람들의 무덤만을 둔 공동묘지를 말한다.
그러나 선산이 있더라도 1990년대 이후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규모로 벌초하는 풍습은 줄어들었으며 관리인을 두거나 벌초 대행업체에 맡기는 사례가 늘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벌초를 소분(掃墳) 혹은 모둠벌초라 한다.
소분은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무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제사 지내는 행위를 말한다.
모둠벌초는 추석 전에 친척들이 모두 모여 벌초하러 가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때 모이는 친척들은 왕래가 잦은 8촌 이내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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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벌초’ ‘금초’ ‘예초’ ‘사초’ 우리말바른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으며, 잘 익은 곡식과 과일들로 사람들 마음이 두루 풍요로운 명절, 추석이 곁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의 넉넉함은 들판의 벼(禾)들이 불(火)처럼 벌겋게 익어 물들었다는 뜻을 가진 ‘가을 추(秋)’자에도 담겨 있습니다.
조상의 묘를 찾아 살피는 것을 ‘성묘’라고 하지요.
이즈음이 되면 주말 전국 도로에 ‘벌초정체’가 빚어지기도 하고, ‘벌초’ ‘금초’ ‘예초’ ‘사초’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벌초(伐草)는 ‘무덤의 잡풀을 베어내고 다듬어 깨끗이 하다’라는 뜻입니다.
정벌(征伐)에 나서기 위해 창을 든 사람 모습의 伐자를 풀을 벤다는 말에 쓴 것은 좀 과하지요?
금초(禁草)는 ‘불을 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무덤을 잘 보살피다’라는 의미인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준말입니다.
불을 질러서 묘지를 태우지 말고 낫 등으로 잘 다듬으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요즘은 동력 ‘예초기’로 벌초하는 모습을 흔히 보는데, 예초(刈草)는 ‘풀을 베다’라는 뜻입니다.
사초(莎草)는 ‘무덤에 떼를 입혀 잘 다듬는 일’을 말하지요.
벌초, 금초, 예초와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조상 묘를 찾아 잡풀을 베어내고 살피는 마음으로 내 속도 잘 살펴서 방심하면 자라는 잡심(雜心)을 베어내야 하겠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