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문 인터뷰]
모두가 행복한 조리읍 주민자치
- 김훈민 조리읍 주민자치회 회장
제1기 조리읍 주민자치회 회장으로 선출된 김훈민 회장(54세)은 파주 광탄에서 태어나 결혼 후 97년부터 봉일천에 제2의 터전을 잡았다. 식품 제조회사를 운영했었고 현재는 홍보·마케팅·행사 대행업체 ㈜터·틀 대표이다. 파주에서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부 수행사로 선정된 터·틀은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 사업을 대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현재 사는 조리읍 뿐만 아니라 고향 광탄에서도, 단체의 필요에 따라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데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 일 남 일 가리지 않고,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나서서 하는 성격이라 여기저기서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좋은’ 사람이다.
조리읍 주민자치회 김훈민 회장을 만나, 조리읍에 꿈꾸고 있는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제1기 조리읍 주민자치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바뀌고 첫 선출직이라 믿고 뽑아주신 분들뿐만 아니라, 조리읍에 거주하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해 계획했던 것들을 주민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토론·수정·보완하며 완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동참 바랍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2021년 새롭게 출범한 ‘주민자치회’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 읍면동 단위의 주민대표 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만들기 기능을 합쳐 일원화한 기구이기 때문입니다. 읍면동의 주요 사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며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주시는 11개 읍면동이 2020년 시범 운영을 하였으며, 보류 중이던 6개 읍면동은 2021년 6월 30일까지 시행하도록 파주시에서 지정 고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7월부터는 파주시 17개 읍면동 모두가 주민자치회를 전면 시행하게 됩니다.
주민자치회는 지방 자치 분권의 정부 정책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 주민의 대표기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발전을 원하는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요구를 하나로 모아 주민들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파주시는 2020년 5월 「파주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 조례에 따라 30~50명의 위원을 모집했는데 파주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시민뿐만 아니라, 사업장이나 학교·기관·단체에 속해있는 만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성이 있다. 위원으로 신청한 사람들은 주민자치학교 6시간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하며, 공개 추첨 후 위원 위촉이 진행된다. 그다음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을 위한 워크숍과 임원 선출이 이루어졌고, 분과위원을 모집하여 각 분과를 구성했다. 주민자치회 위원의 임기는 2년인데 주민자치 사무·행정 사무 협의·업무수탁·마을계획 수립·주민총회 개최 등이 주민자치회의 주요 역할이다.
또한 그러한 의견 수립 과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주민자치회 위원이 아니더라도 해당 읍면동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하여 주민자치 활동과 계획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총회를 연1회 이상 개최하게 된다. 그래서 주민들의 의견을 좀 더 빠르게 통합적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운영되던 ‘주민자치위원회’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수행 했지만 대부분 읍면동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에 반해 ‘주민자치회’는 지자체와 대등한 관계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조리읍 주민자치회 회장 선거 과정은 어땠나요?
지역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조리읍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셨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입후보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아 마감일 임박해서야 등록을 했습니다.
저는 주민 복지를 대변하고 주민 중심의 의제를 발굴하고, 공동체를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깊이 생각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여 도출된 사항을 단체와 협업하는 실질적인 행정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을 수행하면서, 지역 발전을 꿈꾸며 함께 했던 그동안의 경험과 열정 그리고 늘 고민하는 조리읍 발전 방향을 주민들과 함께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행정이 주도하는 일은 열정 있는 담당자가 다른 곳으로 가고 나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민이 원하는 일을 주민이 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역에 대한 봉사는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한 미루지 말고 먼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종의 세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지역 활동가’라는 호칭이 생기고, 활동을 위해 필요한 마을계획을 짜서 예산을 세우고, 공모에 선정되고, 또 그 계획들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때 보람 있습니다. 생계를 위한 일과 달리 수고한 만큼 보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저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순간순간이 다 행복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광탄경매시장 협동조합 사무국장을 하면서 광탄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 도시재생과의 모태였던 지역경제과 이기상 과장님과 지역 주민들과 참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전통시장 환경개선사업’이 있다고 해 경기도에 가서 프레젠테이션하고 30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행사를 계속하려면 장소가 필요한데 임대 및 관리비를 상인들이 부담하기 힘드니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경매를 진행했던 농협 주차장을 계속 사용하려면 땅 사고 시설을 해야 하는데 덕분에 문제가 다 해결됐습니다.
2017년부터 조리읍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조리읍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는데, 봉일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통시장’ 등록하는 것부터 시작해 주변에 근대 문화유산 조사를 했고, 안내판을 설치하였습니다. 2021년도에는 ‘파주형 마을살리기 공모사업’에서 1등 대상으로 뽑혀 상금 8천만 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리읍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숨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행복한 이유는 내가 속한 단체 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변화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로 인해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경기도 공공기관 유치 범시민 추진단으로 수고가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파주 발전을 소망하는 많은 시민과 함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수고는요. 공공기관이 그냥 제 발로 걸어서 파주로 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시민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 등은 배제하고, 파주의 미래 발전과 안정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추진단을 구성할 때도 박찬일 전 시의회 의장님과 조병국 전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전략기획위원장님이 솔선수범하여 나서주셨고, 시민들이 공공기관 유치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으므로 자발적 홍보와 서명운동에도 자발적으로 동참하셨습니다.
우리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두 곳을 선택해 집중하기로 했고, 주말을 이용해 곳곳에서 거리 서명을 받았습니다. 임진각에서 범시민 추진단 서명운동 다원 생중계를 진행하기로 하고 현장 상황을 실황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중계했습니다. 거리공연, 가족 서명 챌린지 공유 캠페인, 경기도청 방문 피켓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염원을 알렸습니다. 모두가 노력한 덕분에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이 파주로 오게 되었고 시민 모두가 해낸 일입니다.
단체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단체에 일을 맡게 되면 정관과 조례를 먼저 살핍니다. 어떤 곳은 시대에 맞지 않는 오래된 조례를 한 번도 수정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2~30년 전 만들어진 조례를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일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단체에서 가지고 있는 조례에 맞춰 운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비전입니다. 단체가 추구하는 목적에 맞게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계획에 따라 운영해야 합니다. 단체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식해야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고 목표를 제대로 세울 수 있습니다. 진행하면서 수정하거나 보완하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제시한 비전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면 함께 세운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민자치회 회장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조리읍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숨길’이 주민자치 우수 사례로 경기도에서 5등을 했는데, 이제 중장기 계획을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봉일천 숨길 해설사 양성 교육’을 실시하여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참가자들에게 기념품도 드리고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내년부터는 유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예정입니다만 1인당 1만 원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해설사 활동비도 지급하고 봉일천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해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캐릭터 봉길이를 완성해 다양한 곳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봉길이는 물먹는 하마로 홍수로 두 번이나 잠겼던 봉일천을 지키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이름은 ‘봉일천 숨길’을 줄인 말입니다. 안내판 위에도 봉길이를 올려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하고, 조리읍 특산물에도 활용하는 등 굿즈 상품도 계획 중입니다.
하반기에 일곱 번의 봉일천숨길 야행 축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7월 24일(토)에는 조지훈 관련 행사입니다. 전통시장 주차장에 차를 다 빼고 시낭송회 등을 진행합니다. 행사에 참여하기 전 숨길 투어를 하고, 무대에는 주변에서 배달 가능한 음식과 식당 전화번호를 커다란 현수막으로 제작해 걸어놓아, 공연을 즐기면서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7월에 두 번 8월에 두 번 봉일천숨길을 주제로 한 특화된 야간축제를 진행합니다
9월 10월에는 관광객을 모집해 스탬프 투어를 계획 중에 있으며 마지막 11월 둘째 주에는 봉일천 전통시장 앞 도로를 막아 ‘차 없는 근대문화 거리 축제’를 할 예정입니다. 예산은 연초에
경기도 공모에 선정되어 예산을 마련했습니다.
조리읍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원 등은 있으나,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공연장이나 공원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봉일천교 아래 정화작업을 시민들과 함께해서 공원화할 계획입니다. 물속 쓰레기도 다 건져내고 주변을 가꾸고 화장실도 마련하고, 2~300명 모여 공연도 즐기고 소통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그곳은 걸어서도 접근할 수 있고 공릉천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어 주민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입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 거리에 나가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그 의견들을 모아 의제로 만들고 추진해 지역 발전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훈민 회장은 마흔이 되면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생긴 모토는 ‘존경받는 선배, 예의 바른 후배가 되자.’라고 한다. 그러면서 “주변에 그런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자신도 누군가의 선배고 후배로 그런 덕목을 꼭 갖추고 싶다고 했다.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지키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나, 도덕적인 사람도 자기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달라지는 경우를 가끔 목격하게 된다. 그런 유혹에서 정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이 제대로 체득한 예의는 곧 사회 윤리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조리읍 주민자치회 김훈민 회장의 더 넓어진 지역봉사의 길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길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