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처음 왔을 때, 말고기에 대한 환상이 있어 장인어른 장모님을 모시고 신제주의 어느 말고기집을 찾았더랬죠.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확 풍겨오는 말고기의 들큰한 냄새때문에도 그랬지만, 처음 먹어보는 말고기의 달큰함과 냄새는 결국 손을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긴 것들 다 먹어버린 저는 탈이 났었고 그 다음부터는 말고기에 대한 욕구는 싸악 사라졌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제법 제주음식에 길들여졌다 생각할 즈음의 말고기는 '다시 한 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고 자라바우님의 소개로 솜씨좋다는 말고기집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고기에 대한 편견과 인상을 깨고 말고기 역시 맛있는 음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제게 그런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준 이 집, 목마가든을 소개합니다.
목마하면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나고 서정과 허무의 감성이 마음에 퍼지는데, 이 곳 목마는 그런 감성을 가지기에는 좀 잔인한 느낌이 들죠? 일단 먹는 것에만 집착하여 들어갑니다. 말 들어오는 날은 꼭 알아두세요.
우리는 한마리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날이 목요일이 아니라 간과 내장을 맛보지 못했다는 것이죠. 제주의 어떤 미식가 분은 신선한 말 간을 맛보아야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말 간에 대한 그분의 극찬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말 사골국입니다. 사진이 좀 바뀌었는데 아래의 말뼈 엑기스부터 나옵니다. 암튼..말 사골국에 넣은 것이 무엇이었더라?.. 죄송..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만두같은 것이었던 것 같아요. 소 사골국보다는 조금 맑고 얕은 느낌인데 담백한 것이 참 좋았습니다.
말뼈 엑기스인데 한약재와 함께 다린 것 같았습니다. 진하고 씁쓸한 맛이어서 한 입에 털어넣어야 목넘김이 그나마 낫죠. 이전에 전라도에서 장어집 가면 장어 통으로 고아 만든 엑기스가 있었죠. 비릿하고 걸쭉한 맛은 코를 막고 한번에 털어넣어야 그나마 삼킬 수 있었는데 그런 느낌을 주는 메뉴였습니다.
동시에 반찬들이 깔리구요.. 그닥 특별함은 없는 반찬들과..
소금장 및 고기찍어먹는 소스.. 초간장 베이스에 두어가지 신맛을 위한 재료를 넣은 듯 했습니다.
말 사시미가 나왔네요. 이날의 포스팅은 좀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먹기전 사진을 위한 양해를 구하기에도 미안해서 부위가 어딘지등등의 자세한 질문을 던지지가 좀 민망하더군요. 나누던 이야기도 있어 맥을 끊기도 그랬구요.. 암튼.. 소로 말할 것 같으면 등심이나 차돌박이 비슷한 부위가 아닐까..
초절임 무에 소스양념을 얹어 먹어봅니다.
소금장에도 찍어보구요.. 말 사시미의 맛은 한마디로 담백함일 것 같습니다. 저를 괴롭혔던 냄새도 이 집 고기에서는 나지 않았고, 담백함과 다른 고기에서는 별로 못느끼는 달달함이 있습니다. 육질도 부드럽고 거슬리는 느낌도 없습니다.
말 육회도 나왔습니다. 소 육회나 다름없는데 역시 담백함과 단맛이 더 추가된 그런 느낌이랄까요.
말 초밥도 나왔습니다.
초밥의 밥들이 일식집의 아주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고, 특별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고기로 만든 초밥이라는 어떤 독특함이 있다고나 할까요?
돌판이 올려지고, 말 지방으로 바닥을 문지른 다음에 말 소금구이가 구워집니다. 질기지 않고 담백하게 넘어가는 맛이 이전의 달큰함만 느껴졌던 말고기를 싹 잊게 만듭니다.
그리고 뚝배기에 말 갈비탕이 나오네요. 말이라는 특성만 빼도 갈비탕의 모양이 제대로 끓여내는 듯한 모습입니다. 갖가지 재료들이 푸짐했던 전라도식의 어떤 뚝배기 갈비탕의 모습이랄까요.
달달한 말고기의 특성에 거슬리지 않게 달달한 양념이 배었고 부드럽고 연하게 씹히는 고기의 맛이 참 좋았습니다.
이 집의 말고기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거부감없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말고기를 다루는 데에 대한 자부심과 내공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좀 아쉬웠던 것은 음식이 너무 빨리 나와서 먹는데에만 정신이 없었고, 코스를 구성하는 메뉴들에 각각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시미와 육회는 엇비슷하고 초밥은 조금 ?금없기도 했습니다. 사골국은 밥과 함께 조금 뒤에 나오면 좋지 않았을까 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분들도 합석한 자리에서 말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요리였나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 집은 분명 기분좋은 첫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집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말고기를 드셔보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목요일의 간과 내장은 꼭 챙겨보시구요..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말한마리에 2만원이면 착한가격이네요.. 사골국,육회가 좋아보이고 사시미는 꼭 소고기 같네요.. 말고기초밥은 워떤 맛일런지..말고기 먹어보니 말안해주면 소고기인줄 알겠더라구요...목요일에 가면 더 싱싱한 말들로 한상먹고오겠어요!
진짜 가격좋은데요..
서울 신천쯤에도 제주도말고기 전문점이 있어요.. 가격이 상당히 차이가 나네요.. 서울이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