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청산도에 갔다. 그동안 청산도에 여러번 다녀왔지만 진지한 트레킹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토날 11시 배편으로 청산도에 들어가 도청항에서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오늘 우리들이 숙소로 정한 권덕리 범바위 아래 바다마루펜션까지 슬로길을 걸었다.
슬로길 1코스는 미항길에서 동구정길과 서편제길을 지나 화랑포 연애바위 입구까지 5.71km이다. 도청항에서 출발하여 도락리 마을 안길을 걸엇다. 마을 안길에는 담벼락의 벽화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동구정을 지나고 노송이 즐비한 해변에서 당리 입구 서편제길로 올라서면 주막이 나온다. 주막에서 파전과 군소무침을 안주삼아 막걸리로 목을 추기고 봄의 왈츠 드라마 세트장을 지나 임도를 따라가면 화랑포공원이 나온다. 이곳이 연애바위 입구이기도 한다. 우리는 전망대와 화랑포공원을 돌아 원점회귀하여 연애바위 입구에 도착했다.
일명 사랑길로 불리는 슬로길 2코스는 약 2.1km로 해안 절벽으로 길이 나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면 손을 잡아줄 수밖에 없는 길이다. 약 1km를 완만하게 올라가면 당리재가 나온다. 당리재는 봄의 왈츠 세트장에서 바로 올 수 있다. 당리재를 지나 절경의 해안절벽을 따라 내려오면 읍리앞개에 도착한다. 읍리 앞개에서 해변 돌길을 따라가면 4코스의 입구인 해변 방파제가 나온다.
해변방파제에서 바다절경을 즐기며 걷는 4코스는 1.8km로 오늘 우리가 예약한 바다마루펜션이 있는 권덕리까지이다. 방파제에서 짧은 오름길을 오르면 바다절경이 펼쳐진다. 그리 어렵지 않은 벼랑길을 걸으면 바람구멍, 따순기미를 지나 권덕리해변으로 이어진다. 권덕리해변으로 내려서면 바로 입구에 바다마루펜션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재덕 사장과 부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자연산 감성돔과 도다리, 싱싱한 전복과 어제 잡았다는 삼치가 제물이 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감탄의 연속이다. 주기가 조금 올라오는데 펜션 앞 바다로 해가 마지막 힘을 짜내 붉은 기운을 드리운다. 노을도 안주다. 해가 지자 약간 날씨가 쌀쌀해 진다. 장작불을 피워 고구마를 굽고 우리의 정이 쌓인 것 처럼 술병도 쌓인다.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 전복죽으로 속을 달래고 9시 범바위를 향해 출발했다. 청산도에 오면 꼭 들려야할 제일의 명소다. 보적산과 범바위 주차장 사이 권덕리 주차장에서 후박나무 숲길을 조금 오르면 범바위 주차장이 나오고 길을 따라가면 범바위가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기가 센 곳이다. 민 교수가 드론을 띄워 멋진 풍광을 담는다. 범바위 옆으로 슬로길 5코스 올라오는 길로 내려가서 말탄바위를 구경하고 명품길을 택해 장기미해변까지 걸었다. 명품길은 금오도 비렁길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길이다. 벼랑길의 긴장도도 훤씬 높다. 이런 길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해 아쉽다. 명품길의 이름도 청산도 비렁길로 바꿨으면 한다. 약 2.4km 거리다.
이번에는 걷지 못했지만 장기미해변에서 이어지는 명품 2길까지 연결하면 우리나라에서 빠지지 않는 멋진 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명품2길은 매봉산 자락을 지나 목섬까지 연결되는 길인데 목섬 역시 트레킹 코스가 있어 끝에서 바다 위로 바로 뜨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장기미해변을 향해 내려서면 범바위에서 칼바위를 지나 내려오는 길과 만나며 조금 더 내려서면 섬에서는 보기 힘든 계곡을 만나게 된다. 장기미해변에서 도로를 따라 청계리까지 걸었다. 청계리 오는 길에서는 다랑이논과 돌담으로 쌓아서 만든 구들장논을 볼 수 있다. 청계리 큰길에 도착하니 바다마루펜션 여사장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에 탑승하여 상서리 옛담장길을 둘러보고 청산도 동쪽 해안길을 따라 지리로 가서 해신탕으로 점심을 하고 도청항으로 이동하여 15시 배로 완도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