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집>
1. 너희 국보 살인도(殺人刀) 외 4편
신 현 득
이웃 나라
황후의 침실에 침입한
너희 낭인 세 놈.
그중 두 번째가
크게 찍어
황후의 목숨을 끊은
도오 가쯔아끼(藤 勝顯)의 칼, 그것을
너네, 후꾸오까 구시다 신사(神祠)에
보물로 지니고 있다지?
‘-이것으로 이웃 나라 황후를 죽였다.’
칼에 달린 설명.
‘一瞬電光刺老狐’
‘(늙은 여우를 단숨에 베었다.)’
칼집에 새긴 글귀다.
여우는 누구지?
어느 나라 누구지?
어느 몇천만의 어머니지?
어느 몇천만의
가슴이었지?
어느 몇, 천리
강산이었지?
너네, 신사의 신(神)은
이런 칼에다 칭찬을 하니?
그 칼이 곧
너희 나라 국보(國寶)가 될 거라지?
2. 때문에와 때문에
신 현 득
1945. 2월 4일에서 11일까지 1주일 하루
미·영·소 세 거두가 흑해, 영안에 모여
세계 역사를 요리한, 그게 얄타회담!
얄타에서 소련의 대일 전 참전을
결정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동강 난 것.
소련은 히로시마 원자탄 이틀 후
8월 8일에 개전.
8월15일까지 겨우 1주일 총을 들었다.
알고 보니 소련 없어도
그날 그 시간에 이기는 전쟁!
얄타 때문에 소련은
러·일 싸움에서 잃었던 땅을 찾고
얄타 때문에 우리는 동강났다.
그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
수백만 목숨을 앗아갔구나.
-소련이 대일 전에 참가는 하되
한국 땅에 발 들여 놓으면 안 돼!
그날의 약속에
요 말 몇 자를 왜 못 넣었지?
3. 삼팔선 긋기
-45년 어느 날 이야기
신 현 득
힘센 놈은 그 짓 해도 된다.
만세 소리 나는 땅에 삼팔선 긋기.
들판이거나, 학교 마당이거나
남의 안방 장롱 밑으로 경계선을 그어도
곧게만 그으면 돼.
세계 역사가 눈을 흘기며
“20세기의 죄악이다!”하고
외치거나 말거나
여기까진 네 차지.
여기부턴 내 차지.
곧게만 그으면 돼.
남의 나라야 나누어지거나 말거나
한 고을이 두 쪽 나거나 말거나
한 마을이 두 쪽 나거나 말거나
한 가족 앉은 자리가 나누어지거나 말거나
하나의 학교가 남북으로 쪼개져도
곧게만 그으면 돼.
마당 끝으로 경계선이 지나가고
장독대 복판으로도
외양간서 쉬던
송아지 등때기 위로도
경계선이 그어졌다.
전쟁이 되거나 말거나
몇백만 쓰러져 죽거나 말거나
피로 강물이 되거나 말거나
전쟁고아 수십만이 생기거나 말거나다.
4. 우리의 심장
신 현 득
압록강 한강이
만나는 자리
우리 하나씩 가진
가슴 주머니.
동해와 서해
한 자리에 모인
우리 하나씩 지닌
가슴 주머니.
바다에 경계를
그어놓아도
소금은 어디서나
피에 스민다.
육지에 경계선을
그어놓아도
물은 흘러서
만나고 있다.
흘러서 고인
가슴 주머니.
5. 귀화(歸化)한 모두
신 현 득
필라델피아 웨인(Wayne)마을 캐시네 숲에
매미가 울었다,
우리 원두막 곁에서의 그런 울음으로.
개구리 소리도 개골개골
우리 버들 숲에서 울던 말을 하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천둥소리도
우리 천둥소리와 같다.
다른 것은 나라 이름뿐.
나뭇가지 위로
하늘이 고향으로 이어져 있다.
구름이 듬성듬성 징검다리를 놓았다.
징검다리를 디디고 몇만 리
우리 마을 바람이 온다.
산길에
질경이·참비름이 자란다.
달개비·도깨비바늘· 여뀌 풀이 자란다.
필라델피아라면 내 마을에서
태양이 열두 시간 달리는 곳.
언제 우리 마을에서 대양(大洋)을 건너와
이민의 땅 이곳에 귀화했지?
모두 모두 도깨비바늘 조상까지.
카페 게시글
詩, 시조 房
<광복절 특집>/신현득
趙南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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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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