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공항에 착륙을 하고 입국 수속대로 향했다.
역시 한산하기는 이곳도 마찬가지ㅡ
입국심사대 앞에 서니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확인하고 반입물품 등을 확인 후 어디 가니냐, 얼마나 체류할 것이냐 등과 함께 세관 카드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지문을 확인했다.
내 손가락은 아무리 지문인식기 위에 올려놓아도 지문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문이 흐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년전에 지문 검색 손가락을 엄지로 바꾸었다. 엄지를 들어보여도 심사대 친구는 못 알아듣겠는지 굳이 엄지만 빼고 양손의 네 손가락을 검색했다.
역시 불발ㅡ
나를 지그시 째려보더니 왼손 엄지손가락을 지문인식기에 올리란다.
그러니 바로 통과ㅡ
말이 안 통하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 검색대는 무사통과ㅡ
우리는 이곳 시애틀에서 다시 덴버로 가는 비행기를 환승해야 하는데 무려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공항 내에서는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비행기 안에서도 지겹게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그 고통을 공항에서도 고스란히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쉬기도 할 겸해서 아들 내외가 공항 인근에 호텔을 예약해 두었단다. 그곳에서 느긋하게 씻기고 침대에 뒹굴고 나면 한결 개운할 것이다. 아들 내외의 마음 씀이 여간 고맙지가 않다.
아들 내외는 그래도 미덥지가 않은지 시애틀까지 비행기를 타고 마중을 나오기로 했다. 짐을 찾고 나면 세관을 지나 공항 로비로 나갈 것이고 그곳에서 오랜 만에 아들 내외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좁은 비행기 안인지라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비행기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태평양은 군데군데 흰 물결을 일렁이고 있었다.
짐을 찾아 지하 전철로 이동하여 나오니 아들 내외가 계단입구에서 반갑게 맞는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한 탓인지 반가움을 더 컸다.
덴버행 비행기가 오후 7시란다.
지금은 이제 오후 1시.
아이들이 우리의 피곤을 달래고 마스크를 풀 수 있도록 공항 인근에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
이런 고마울 데가ㅡ
그곳에서 휴식과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고 한 시간 가량은 비행기에서 자지 못한 잠을잤다.
그리고 다시 공항으로ㅡ
마침내 지금 덴버행 비행기에 탑승해서 이륙을 기다리는 중이다.
2시간 반 거리ㅡ
제주도를 왕복하는 거리쯤 될 것 같다.
볼더로 가면 거의 자정쯤이란다.
로키산맥을 넘어가는 짧지 않은 여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피곤보다는 아이들을 만났다는 기쁨이 피곤을 송두리 체 삼켜버렸다.
비행기 좌석은 우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제일 앞자리 너른 곳을 마련해 주었다. 넓으니 당연히 자리 값은 더 비싸단다. 그리고 저희들은 저 뒷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멋진 녀석들ㅡ
절로 흐뭇한 미소가 피어난다.
국내선이라 비행기가 작아 소음이 제법 있다.
지난번 여행 때 소음을 이야기했더니 이번에는 아들이 아예 귀마개를 가지고 왔다. 세심한 배려가 그저 고맙다.
마침내 비행기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시애틀이 통 채로 뒤로 밀려나더니 이내 발아래에서 점차 작아진다.ㅡ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애틀의 산은 아직도 눈이 가득하다. 위도가 높기 때문인 모양이다. 저 멀리로는 만년설처럼 보이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비행기에서 한참을 자고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눈 아래 기가 막힌 풍경이 끝을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별 밭이었다.
마침내 덴버 상공-
긴 여정의 마지막이다.
던버의 비행장을 빠져나오고 셔틀을 타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의 자동차를 타고 40분을 달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아이들 집에 도착-
마침내 아들 내외의 집에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