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포갈비>
소문난 수원갈비다. 한우갈비를 주문, 소문난 잔치상에 앉았다. 돔베고기처럼 나오는 도마 갈비, 과연 보기만큼, 이름만큼 맛도 좋다. 다른 찬도 모두 솜씨가 상당하다. 맛을 아는 손, 손맛이 나는 집이다. 소문난 잔치인데, 먹을 것도 있다.
1.식당얼개
상호 : 연포갈비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906번길 56-1
전화 : 031-255-1337
주요음식 : 갈비
2.먹은날 : 2021.7.2.점심
먹은음식 : 한우생등심 1인 48,000원
재방문 : 2021.8.30.점심
먹은음식 : 돼지갈비 16,000원, 냉면 8,000원
3. 맛보기
식당 가득 손님이다. 실내 분위기에서 지역민의 식당임이 감지된다. 수더분하고 따뜻한 분위기,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들어와 행복하게 먹고 간다.
풋풋한 이 느낌, 기업식 식당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아직은 지역식당, 동네식당같은 냄새, 한국식 식당같은 냄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수원우시장 거리다. 수원천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그곳이 우시장인 곳이다. 왠지 느껴지는 친근한 분위기가 전통의 분위기, 역사의 힘이었나보다.
메뉴 대부분이 수입육이라는 것은 좀 안타깝지만 어쩌랴, 시대의 한계인 것을.
우선 선명하고 마블링이 선명하고 골고루 백여 있다. 보기 좋다. 마블링이 선명한 것은 풀이 아닌 사료를 먹인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눈을 사로잡는 것만은 확실하다. 고기 등급 판정에 마블링이 아닌 양육과정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지난한 요구가 아닌가 한다.
고기는 직접 구워준다. 너무 굽지 않으면 풍부한 육즙의 고소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기를 이렇게 이쁘게 내오고, 이렇게 이쁘게 구워주는 것, 손님 존중이고 솜씨이다. 고기 맛을 원형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잡채를 한입 먹어보고 금방 알았다.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임을. 당면이 달지 않고 쫀득거리며 고소하다.
꽃게장. 갓 내왔을 때는 얼음이 서글서글 서려 있다. 그때 먹어도 좋으나 얼음이 화가 풀릴 때를 기다려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먹으니 더 좋다. 양념이 진하게 제 맛을 잃지 않았다.
김치. 압권이다. 보기도 먹기도 좋다. 막 새콤해지려는 시점이다. 배추도 좋아 무르지 않았다. 알맞게 화려한 양념, 보기도 좋고, 맛도 제대로 낸다.
전과 같이 이렇게 기초 반찬을 때맞춰 낼 수 있게 음식이 회전이 되고, 뭣보다도 성의가 담겨 있어서 이 식당이 정말 좋은 식당이게 만드는 공헌을 한다.
채소전. 파 당근 등을 막 썰어 밀가루 잔뜩 넣고, 사실 별거 없는 전이다. 그런데 갓부쳐내와 되게 고소하고 맛있다. 평범한 음식일수록 때를 잘 맞춰 상에 올려야 한다. 식사 끝물에 남은 한 조각을 먹으니 맛이 훨씬 떨어진다. 제때 먹을 수 있는 뜨거운전, 때를 잃지 않는 것도 좋은 상차림의 방법, 이것을 실현하고 있다.
물김치와 노각무침. 물김치는 깊은 맛은 없으나 시원하다.
*된장국. 약간 짭짜름한데, 전통 고전적인 맛이 잘 살아 있어 개운하고 좋다. 큼직한 갈비도 맛을 더한다. 감칠맛 깊은 맛이 다 담기고 된장향이 아주 좋다.
밥이 신선해서 갈비와 곁들이는데 아주 좋다. 밥알 하나하나 탱탱한 식감이 좋다.
4. 먹은 후
1) 수원갈비집 대형화
수원에 다른 음식도 많지만 갈비가 이름나서 다른 음식은 갈비 아래로 숨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갈비가 얼마나 맛있으면 그리 오랜 세월 기개세할 만큼 유명할까.
본수원갈비, 가보정, 신라갈비 등 대형갈비집들이 즐비하다. 삼부자갈비도 알려진 대형갈비집이지만 행정구역상 용인에 새 식당을 마련하여 옮겨 앉았다. 갈비집이라면 대형이어야 할 듯한 인상을 준다. 다들 맛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원이 가진 대도시적 특성에 음식마저 대도시 형식으로 이루어져 식당이 이래야 하나, 싶다.
프랑스 식당은 대형이 드물다. 중국에 가면 이런 대형음식점이 흔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둥근 식탁에서 가운데 돌림판에 음식을 얹어 돌려가면 먹는 중국음식 문화와도 잘 맞는 거 같다. 이렇게 먹는 스타일 덕분에 젓가락이 길어졌다고 할 정도니, 대형 식탁과 식당은 일반형이 되었다.
한국은 이와 다른데 특히 갈비집이 이처럼 대형화되어 있다. 아마 갈비가 비싸다 보니 고급화해야 되고, 그러려면 대형화해야 하는 순환의 고리 탓이 아닐까. 이것도 수원갈비의 진화인지 알 수 없으나, 한국형 식당에서는 좀 벗어난 듯하다. 연포갈비는 대형식당이 아니라 맘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형식당에서는 놓아버린 손맛을 아직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2) 정조, 수원우시장 그리고 수원갈비
수원갈비의 배경을 찾자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조 한양 도성 안에서는 도축을 금지했으므로, 성안에서는 우시장이 서지 않았다. 덕분에 수원 우시장은 서울 남쪽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되었다.
조선 22대 왕 정조는 18년(1794년), 부친의 묘를 옮기면서 2년 10개월 간의 화성(華城)축조 공사를 벌였는데, 자재운반을 위해 소가 필요했다. 화성 축조는 국가 토목공사라고 인력을 무료로 동원하지 않고 임금을 지급했다. 일하다 다친 사람에게도 치료 제공과 함께 임금의 반을 주었다. 정조의 이러한 배려에 수많은 인력이 모여들었는데, 인부들의 건강을 위해 예외적으로 화성에서 소의 도축까지 허용하였다. 조선시대에는 농업생산에 사용하는 소를 함부로 도축하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화성 완성 후에는 소를 인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화성에서 소의 도축이 허용되고, 소의 수량이 증대되면서 우시장도 발달하게 되었다.
화성 축조 후에는 수원의 도시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둔전(屯田)을 경영하였는데, 농사를 위해 농민들에게 소를 나누어 주고, 3년 후에 갚도록 했다. 늘어난 소를 팔기 위해 또한 우시장이 필요해졌다. 둔전은 변경이나 군사요지에 설치해 군량에 충당한 토지를 말한다. 이래저래 수원은 우시장 형성과 발달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 되었다.
일제 때 수원은 함경도 명천과 길주 등과 함께 3대 우시장으로, 각지에서 소가 모여들어 하루 400마리 이상이 거래되었다. 경기도 안에는 여러 지역에 우시장이 있었는데, 수원 우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었다. 오산의 우시장은 소가 수원의 3/4정도의 가격에 거래되었는데, 오산에서 사다가 수원에서 되팔기도 하였으니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했다.
1900년부터 수원 우시장은 문안장, 문밖장 이중 형태로 운영되는데, 1920년대는 수원 우시장이 가장 활황기를 보여준 시기이다. 1938부터 문안 우시장으로 합설되어 북수동 우시장 시대가 시작되어, 1958년에는 서울 대구와 3대 쇠전을 이루었다. 이후 성안이 점차 시가지 발달로 복잡해지면서 1962년 영화동으로 옮겨갔고, 다시 1978년 곡반정동에서 명맥을 잇다 지금은 사라졌다.
영화동 우시장에는 12곳의 점포가 있었다. 금화옥, 풍년집, 한일옥, 광주집, 단골집, 종로집, 소래옥, 금성옥, 이천집(사진에는 이천옥?), 충남집 등등인데 술과 음식을 파는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장날 전날부터 소장수가 몰려들어 하룻밤을 묵었다. 전날 저녁부터 식당 장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전국 도처 우시장 옆에 소의 부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하던, 오래된 식당이 많은 것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수원갈비 또한 이런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수원 전지역은 둔전 소에, 엄청난 인부에, 우시장에, 도축에 소고기가 흔한 지역이 되어 소고기 요리 발달의 호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수원 갈비는 1940년대 영동에 개업한 '화춘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1956년, 갈비에 갖은 양념을 버무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숯불에 구워 판 것이 수원 갈비의 시초다. 1960년대에 전직 대통령이 자주 찾으면서 한층 더 유명해졌다. 1985년에 수원갈비는 고유 향토음식으로 지정되어 전승에 더욱 애를 쓰게 되었다.
연포갈비는 성안 북수동 우시장에 인접한 곳이다. 우시장은 현재 매향 중학교 수원천 건너편 인근인 팔달구 북수동 274번지 일대, 지금 팔달노인복지관 인근이다. 수원갈비가 인기를 얻어 대형화 기업화된 다른 식당들과 달리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단지 1층 건물의 아담한 규모뿐만 아닌 이런 전통 내력에 더 가깝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갈비를 먹는 것이 역사적 행적을 더듬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조의 인간애가 가득히 묻어나는 화성,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곳이 이곳 화홍루와 방화수류정이다. 화홍루에서 일곱 개의 수문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수원천을 내려다 보고, 방화수류정에서 사방으로 불어닥치는 여름 바람의 시원함을 누려보자. 정조가 만든 화성은 인간 소외의 만리장성이 아닌 인간 친화의 공간이라는 것이 실감날 것이다.
수원천 아래, 우시장 소들이 목욕하는 것, 우시장 말뚝에 매여 있는 소들이 보이지 않는가. 오늘 먹은 수원 향토음식 갈비를 먹으며, 그 처음 어디에 자리한 정조의 따스한 마음을 더듬어 본다.
<참고문헌>
1. '갈비하면 소갈비, 소갈비하면 수원, 수원하면 정조' 향토음식의 유래와 역사, 수원우시장, 지역 N문화,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811 참조)
2. 수원시청홈피 외 기타 자료
재방문 기록 : 2021.8.30.점심
돼지갈비, 냉면
돼지갈비맛도 너무 좋다. 한우 부럽지 않다. 짜지않고 적절한 간에 풍성한 맛이 부드러운 육질에 담겼다. 두번째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다시 또 올 거 같다.
냉면. 심플하면서도 청량한 맛, 뒤끝도 좋다. 요즘 쓰는 말도 '굴욕' 메뉴가 없다. 놀라운 식당이다.
*생갈비 2021.11.3.
질 좋은 갈비를 왜 찾는지 새삼 확인하는 기회였다. 입에서 녹는다는 표현을 이럴 때 할 것이다. 상큼하면서도 부드럽고 전혀 질기지 않은 자연스러운 맛에 혀가 호사하는 기분,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니. 맛의 한 끝에 이른 느낌이다.
*갈비정식 31,000원 2024.1.30.점심
갈비도 곁반찬도 서비스도 흠잡을 데가 없다. 맛과 인심과 품위로 지키는 명성에 누구나 동의할 거 같다. 수원갈비는 다른 곳 갈비보다 크다는 말 실감이 난다. 싱싱하고 탱탱하면서 부드러운 생갈비의 맛, 누구나 기대할 그런 맛임에 틀림없다.
3) 화홍루(북수문) 구경
식당이 성벽을 끼고 있고, 코앞에 화홍루가 있고 그 바로 앞에 또 방화수류정이 있다. 아름답고, 견고하고, 시원하고, 실용적인 정자다. 아마 수원성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성벽을 빙자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수원성 화성은 적군을 향한 금지의 공간이 아니라 성안 백성의 융화의 공간이다.
만리장성처럼 높지도 무섭지도 않고, 위압적이지 않으면서 생활속에 함한다. 정자 위에 올라가 발뻗고 앉았으니, 피서의 절정이다. 앞의 용연에는 둥근 연못 안에 연꽃이 가득이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아래 물길에서 올라오는 물의 기운에 연꽃 기운까지, 도대체 없는 것이 무엇이냐.
*용연
*방화수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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