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장뜰시장 순댓국집 세 자매
-윤동재
칠월 중순 농사일도 어느 정도 해 놓아
증평장뜰시장 화덕에 불을 피워 쇠를 달구고 담금질하는
전통 대장간에 호미와 낫을 사러 갔지요
연장이 좋아야 일을 잘한다고 일 잘하고 싶어
호미 두 자루 낫 두 자루 사서 차에 실어 놓고
순댓국집에 가서 순댓국밥 한 그릇 먹었지요
그런데 옆자리 모두 칠십 넘은 세 자매
각기 만 원씩 추렴하여 암뽕 한 접시 시키고
소주 한 병 시켜 병아리 눈물만큼씩 마시는데
세 자매 눈자위가 어느새 붉어졌지요
소주 마실 줄 알면 한잔하라고 내게도 한잔 권했는데
나는 그들이 마시는 소주 축내지 않으려고
집안 내력이 술을 못한다고 했지요
첫째는 괴산 둘째는 진천 막내는 증평 산다는데
다들 쉰이 넘어서부터 1일 6일 오일장 장날마다
증평장뜰시장에서 만나 이렇게 회포를 푼다고 했지요
세 자매 한목소리로 깐깐 오월 미끈 유월도 지나고
지금은 신선 칠월이라 장 보고 나서 술 한잔해도
아주 마음이 놓인다며 우리도 신선처럼 즐긴다고 했지요
나는 순댓국밥을 다 먹고 순댓국집을 나올 때
세 자매 더 많이 더 정답게 더 오래 신선처럼 즐기라고
세 자매 모르게 따로 소주 한 병 안뽕 한 접시 값을
순댓국집 주인 손에 쥐여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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