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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 심화 현상을 살펴보다
언젠가부터 청년세대 사이에서 ‘부모 찬스’, ‘흙수저’ 등 자신이 타고난 환경을 지칭하는 단어 사용이 만연해 있다.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있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청년세대 내 자산 격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 2021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연 현재 청년들의 자산 격차는 어떤 상황이며, 이들은 자산 형성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벌어지는 격차,
좌절되는 노력
최근 청년세대의 자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청년세대의 자산 격차는 2019년 대비 매우 커진 모습을 보였다. 하위 20%의 자산은 2천473만 원으로 2.6%만큼 증가했지만, 상위 20%의 자산은 8억 7천44만 원으로 8.8% 증가한 것이다. 청년층의 자산 불평등은 다른 세대와의 비교에서도 두드러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Ⅰ 보고서’(아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비 2020년 만 19~14세 청년 순자산 빈곤율*은 3.9%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령의 순자산 빈곤율이 0.3%P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청년세대의 자산 불평등은 빈곤 격차에 관한 인식에도 반영됐다. 앞선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자신을 빈곤하다고 인식하는 청년의 비율은 42.6%였다. 이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 19.2%와 약 2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2020년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한 ‘장벽사회, 청년 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2009년 대비 17%p 하락한 2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김승연 실장은 “우리나라의 사회 이동성이 심각하게 낮은 편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은 낮은 상황”이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이동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계층의 고착,
자산 격차를 심화하다
자산 격차가 심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며 자산을 형성하는 데 부모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 꼽힌다. 개인이 부동산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취업·창업·투자 등을 통해 스스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방법과 증여·상속과 같이 부모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방법으로 부동산과 같이 큰 자산을 구매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202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평균 근로소득으로 서울의 25평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36년간 임금 전액을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과거보다 자산 형성이 유리한 증여나 상속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게 됐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삶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쌓으려면 부동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는 이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는 특정 집단에 집중된 자산이 사회 전체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부동산 자산이 일부 상류층 사이에서만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 정책을 연구하는 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에게 그대로 이전되면서 사회 내 자산이 선순환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번 정해진 경제적 계층이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노력의 수준과 상관없이 경제적 계층 상승이 어려워지면서 무기력한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이동욱(22)씨는 “자산을 쌓기 위해 노력해도 큰 변화가 없어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불평등을 극복하기 힘들어지면서 청년들이 현재의 삶에 체념하고 계획 없이 살아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사회 안전망의 약화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는 현상, 자산을 불려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투기가 만연해지는 현상 등이 나타났다.
높은 자산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
주식에서 적금으로
자산 격차가 심화하자 청년들의 관심은 주식과 적금으로 이동했다. 지난 2020년 청년들 사이에서는 주식 투자가 크게 유행했다. <관련기사 「TheY」 64호 1면 ‘[커버스토리-①] 자산시장에 뛰어든 청년, 사다리에 매달린 청년?’> 그러나 동시에 주식은 불완전한 자산이라는 불안감이 생겨났다. 주식은 손실의 폭이 크다는 점에서 고위험 자산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불평등소득정책연구실 김태완 선임연구위원은 "주식 투자가 잘 되면 높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투자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주식과 함께 적금이 덩달아 주목받게 됐다. 적금은 이자가 미리 정해져 있고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안전 자산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정기적금은 1월과 비교했을 때 1조 4천99억 원 증가했으며, 이 증가세는 2021년 10월부터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적금 상품은 적지만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기에 청년들이 더 안전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 주식 시장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인상되고, 위험자산인 주식 가치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식과 적금 투자 비용을 적절하게 나누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청년들은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충분한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청년세대 내의 자산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산이 시장 안에서 선순환돼야 한다. 격차가 좁혀질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청년 개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청년들이 자산을 쌓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 순자산 빈곤율: 가구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중위값의 50% 미만인 가구 비율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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