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고사, 풍어제, 서낭제, 영등할머니>
“성주신은 배마다 다했어요.”
내물치 어부들에게 배는 집처럼 소중했어요. 그래서 배 조타실에는 항상 성주를 매달았지요. 배가 조업에 나갔을 때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풍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보통 성주는 집안을 지키는 신인데요. 어선을 가진 선주들은 배에 성주를 모셨습니다. 그래서 배성주라고 말합니다.
성주는 집안에 모시는 성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주는 한지를 접어 쌀을 넣고 실타래로 매어 집안 대들보나 안방 기둥 또는 부엌에 걸었지요. 그런데 배성주에는 명태를 같이 걸었어요. 우리의 고유한 신앙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지켜 온 고유신앙이고, 문화였어요.
내물치에서는 배를 새로 건조하여 진수식을 할 때, 또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으면 성주신께 뱃고사를 지냈어요. 그때는 성주를 매달고 정화수를 떠 놓고 제물을 차려 정성껏 빌었습니다. 무사고와 풍어를 빈 것입니다. 어떤 집은 매년 성주를 위한 고사를 지냈습니다. 뱃고사가 끝나면 실타래로 배 조타실 옆에 북어포와 한지를 매달아 놓았지요.
진수식은 동네 큰 행사처럼 여겼습니다. 배를 하나 장만한다는 사실은 부자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요즘은 하지 않아 이젠 옛이야기가 되었지요.
“옛날에는 풍어제도 지냈어요. 굿을 크게 하고요.”
바닷가에 음식을 차려놓고 무당을 불러서 풍어제를 지냈습니다. 매년 한 번씩 풍어제를 지내서 무사고와 풍어를 빌었습니다. 배를 타고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의 천도도 해주고요. 술을 바다에 붓고 떡도 던지고 했어요. 마을에서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배를 만들어서 바다에 띄워 보내고요. 보통 10월에 했어요. 그런데 벌써 풍어제를 지내지 않은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현대화되면서 풍어제를 잘 지내지 않아요.”
세월이 옛 풍습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바닷가이다 보니, 마을의 고사를 다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한 번씩 서낭제를 지냅니다. 서낭제 때 뱃고사와 풍어제에서 하던 기원을 하고 있어요. 내물치 마을에서 서낭제를 지낸 지는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아마도 풍어제 시작은 2023년 기준으로 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을에 사람이 살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작했을 거니까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사람들은 정말 작았습니다. 그 자연의 성냄을 달래면서 고기를 잡고 미역을 따면서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자연과 가까워지려 했을까요.
이때 마을사람 모두 정성을 올립니다.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봄에는 비교적 간단히 하고, 가을에는 좀 크게 올립니다. 이때는 집집마다 소지를 올려 축원을 하지요.
“비나이다. 서낭신께 비나이다. 내물치 모든 주민께 안녕과 풍요를 주소서.”
영동지방에는 바람신과 비신을 모시는 풍속이 있지요. 영등신, 또는 영동신이라 부릅니다. 신은 영동할머니라 합니다. 바람이 불면 딸을 데리고 올 때이고, 비가 내리면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올 때라 합니다. 어촌에서는 배를 타기 때문에 비바람을 잠재우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2월 초하룻날 영등신은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그래서 장독대에 제물을 차리고 빌지요. 제물은 무와 명태를 넣고 끓인 왁찌기국과 찰밥입니다. 풍신(風神)이면서 우신(雨神)이기도 한 영동할머니는 20일을 머물러 있다가 2월 20일에 하늘로 올라갑니다. 요즘도 내물치에서는 영등할머니를 위하면서 비바람을 잠재우려고 제사를 지냅니다. 이는 마을 제사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행합니다.(구술 제보: 이대근 노인회장. 속초시사. 2023.10.20.이학주)